전 세계적으로 무알코올·논알콜 음료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WSR은 이 시장이 2028년까지 연평균 7% 성장해 4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국내 역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무알콜·논알콜 맥주시장만 해도 2023년 약 644억 원에서 2027년 약 946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인다이닝에서도 논알콜 큐레이션이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권숙수는 프리미엄 논알콜 브랜드 효하우스와 협업해 시즌 한정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출시된 첫 합작 ‘청림유운(靑林流韻)’은 ‘푸른 숲 속에 흐르는 운치’를 뜻하며, 박하의 청량함과 녹차의 탄닌, 은은한 탄산과 크리미한 질감이 어우러진 논알콜 스파클링 티입니다.
효하우스 대표 겸 헤드 브루어 신윤걸은 경상남도 하동에서 봄에 수확한 어린 녹차 잎과 전라북도 정읍의 박하를 온침과 냉침으로 병행해 504시간 발효하고 168시간 숙성해 청림유운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발효와 숙성을 통해 기다림의 미학을 담고 있으며, 라벨 속 달항아리는 그 시간과 여백을 상징적으로 담아냅니다”라고 합니다.

이번 협업은 단순히 새로운 음료 출시를 넘어, 권숙수가 지향해온 ‘총체적 경험’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권우중 셰프는 요리뿐 아니라 음식과 공간까지 하나로 설계해왔습니다. 레스토랑에 진열된 전통 찻잔에서도 드러나듯, 권 셰프는 한국 토종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단순히 후식으로만 서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별도로 주문할 수 있게 메뉴에 담았습니다. “전통차를 활용한다는 점 역시 효하우스와 잘 맞았습니다”라고 합니다.
권 셰프는 처음에는 와인이나 전통주를 떠올렸지만, 색다르고 술을 못 마시는 손님들도 맛볼 수 있는 음료였으면 했다고 전합니다. 효하우스와의 협업을 먼저 제안하고 주도한 권숙수 헤드 소믈리에 이승주도 같은 맥락에서 독보적인 논알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파인다이닝을 한다는 것은 맛있는 음식뿐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하러 오시는 건데, 음료도 큰 부분을 차지하죠. 가족 동반이나 건강·운전 등의 이유로 술을 주문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서 논알콜 메뉴에 늘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고 이 소믈리에는 전합니다.
발효가 빚어낸 맛의 깊이
권숙수와 효하우스의 협업에는 특히 ‘발효’라는 키워드가 통했다고 합니다.
권 셰프는 장과 김치 같은 전통 발효 식품을 직접 담그며, 재료 선정부터 숙성 과정까지 긴 시간을 들여 음식의 깊이를 쌓아간다고 말합니다. 저녁 시간에는 8가지 김치를 선보이는 ‘김치 카트’를 운영하며 발효에 진심을 다합니다. “저희 레스토랑의 아이덴티티는 발효입니다. 발효에 집중하는 일이 어렵지만 고집해왔고, 국내 F&B 시장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발효의 ‘효’자를 딴 이름처럼, 효하우스는 발효 과정을 중심에 둔 브랜드입니다. 성남식품연구소를 거쳐 김치·식초·모유 유산균 등 한국인의 장 건강에 적합한 유산균과 토종 효모를 연구해 만든 종균으로 차를 발효시킵니다. 논알콜 음료는 일반 음료와 달리 주류 기반의 생산 과정, 특히 발효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입니다.
“보통 논알콜 음료들은 알코올을 날려버리거나 주스 같은 첨가제를 섞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논알콜 음료를 찾는 이유는 결국 술을 마시던 분들이 건강 문제 등 때문에 대체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신 대표는 말합니다. “따라서 논알콜 음료는 술을 대체할 만큼의 맛과 향을 갖추고 음식과의 페어링도 잘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술과 같은 발효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효하우스 제품들을 와인, 특히 샴페인의 대체품으로 계속해서 성장시키고 싶다는 신 대표는 차와 와인이 지닌 공통점을 강조합니다. 그는 “와인은 포도 품종과 떼루아(terroir) 등으로 나뉘는데, 차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설명하며, 효하우스가 지금까지 청차·홍차 기반의 싱글 오리진 발효차를 선보여 내추럴 와인과 비교되었다고 말합니다.“저희 브랜드의 역사는 짧지만, 차의 헤리티지는 오래돼 충분히 와인처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차처럼 귀한 차로 프리미엄 제품도 선보이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입니다.

수면 위에 던진 작은 돌, 번져가는 파장
권 셰프는 이번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전합니다. 그는 미쉐린 가이드의 공식 레스토랑 예약 서포터인 캐치테이블이 등장하기 훨씬 전, 14~15년 전부터 예약제 시스템을 고집해 온 점을 언급합니다. “처음에는 욕도 많이 먹었지만 결국 캐치테이블과 함께 예약 시스템을 개발했죠. 작은 시작이 나중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이번 협업도 수면 위에 돌 하나를 던진 셈입니다.”
작은 시작이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조용한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소믈리에는 효하우스를 애초에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미 많은 미쉐린 레스토랑에 납품해온 브랜드이고, 이번이 첫 독점 개발이라 파인다이닝 씬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전합니다.
효하우스는 권숙수를 비롯해 밍글스, 스와니예, 정식당 등 다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파크 하얏트 서울을 비롯한 여러 미쉐린 셀렉션 호텔, 그리고 명품 브랜드에도 B2B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협업 발표 이후 여러 레스토랑 관계자와 소믈리에들로부터 큰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림유운은 예상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해 추가 주문이 들어간 상태이며, 권숙수는 다가오는 추운 계절을 위해 다른 전통차를 베이스로 한 새로운 시즌 제품을 효하우스와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매 시즌마다 황차, 백차 등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이 소믈리에는 전합니다.
더 알아보기: 미쉐린 2 스타 권숙수와 스와니예가 선보이는 한식과 샴페인
메인 사진: 권숙수 가을 메뉴와 페어링된 청림유운 (사진 제공: 권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