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영화 창의 도시로 지정된 부산. 그 명성 답게, 부산의 대표 문화 행사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9월, 제30회를 맞이합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미쉐린 가이드 독자들에게 영화제에 대한 많은 기대와 성원을 당부했습니다. “부산영화제를 사랑해 주셨던 분들과 새롭게 찾아 주실 분들이 보고 싶은 영화, 만나고 싶은 배우와 감독이 가득한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쟁영화제로의 새로운 출발이 될 올해 영화제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 곳곳에서는 화려한 레드카펫을 포함한 다양한 행사들과 아시아 대표 감독 및 신인들의 신작들이 최초로 상영됩니다. 영화 팬들은 텐트를 치고 줄을 서는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입니다. 택시기사부터 식당 아르바이트생까지, 부산의 모든 이들이 손님맞이에 나서며 영화제는 하나의 거대한 ‘마을잔치’가 됩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센텀시티 영화의전당과 영화제의 발원지인 남포동까지—영화제를 찾는 관람객들은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식당과 호텔들을 거쳐 부산의 진면목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부산 출신의 윤제균 감독은 “뭐니 뭐니 해도 지금도 부산에 내려갈 때가 제일 좋다”고 말할 만큼 고향에 대한 애정을 지닌 인물입니다.
<해운대> (2009)와 <국제시장> (2014)으로 두 차례 천만 관객을 기록한 그는, 바쁜 신작 준비 중에도 부산을 소개하고자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다음은 윤 감독이 추천하는 부산의 맛집과 볼거리, 그리고 관련 영화 이야기입니다.

남포동: 어린 시절의 맛, 그리고 영화와의 첫 만남
영화제가 현재의 해운대 중심으로 이전하기 전, 상업 중심 지역인 남포동은 영화제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윤 감독은 1980년대 초, 중학생 시절 알레르기 치료를 위해 매주 어머니와 함께 남포동 병원을 찾았고, 진료 후에는 근처에 밀집한 맛집들을 찾았습니다.
그는 “음식은 기억의 매개체”라며, 종각집 남포동의 튀김우동과 김밥을 여전히 잊지 못해 최근에도 방문했다고 합니다.
남포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집으로는 설렁탕집인 서울 깍두기, 그리고 국수계에서 쌍벽을 이루는 원산면옥과 할매집 회국수를 꼽았습니다.
2000년 서울에서 일반 회사원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윤 감독은 회사 홍보차 남포동에서 개최됐던 영화제를 찾았고 당시에는 관객 중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때만 해도 영화인은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윤감독은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고, 이듬해 <두사부일체>로 감독 데뷔까지 하게 됐습니다.
“예전엔 유명 영화배우나 감독들에게 제가 사인을 받았는데, 1년 뒤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제 사인을 요청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국제시장>과 부산의 대표 시장들
남포동은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부평 깡통시장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시장 지역이기도 합니다.
<국제시장>의 제목이 될 만큼 극 중 중요한 배경인 국제시장은, 부산의 가장 상징적인 시장 중 하나입니다.영화는 주인공 덕수(배우 황정민)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한국전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족을 지키고 부양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국제시장은 1구부터 6구까지로 나뉘며, 분식집과 돼지국밥 등 다양한 먹을거리부터 수입 주류, 학용품, 구제 의류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품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삶의 터전이 된 수입품 가게 역시 국제시장 안에 자리잡았습니다.
윤 감독은 국제시장 안에 있는 당면골목에서 당면을 맛보고, 그 골목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노점들에서 부추전을 비롯한 다양한 전과 튀김류를 즐기길 추천합니다.

국제시장과 더불어 부산의 상징적인 시장인 자갈치시장은 한국의 대표 수산시장 중 하나입니다. 국제시장과 더불에 영화 <국제시장> 속 자갈치시장은 단순한 시장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피란민들의 삶의 애환과 역경을 보여주는 공간이며, 동시에 희망과 삶의 의지를 상징하는 곳입니다. 덕수가 서독 파견 광부로 합격 통보를 받아 친구 (배우 오달수)와 환호하는 장면 역시 자갈치시장 한복판에서 촬영하였습니다.
각종 싱싱한 해산물을 구경하고 맛볼 수 있는 자갈치시장 속 “어느 식당이나 노점이든 실패하기는 어렵다”고 윤 감독은 얘기합니다. 그는 자갈치시장의 꼼장어와 자갈치역 인근에 밀집된 양곱창집도 추천했습니다. “양곱창집들은 대부분 할머님들께서 운영하시는데, 어느 집에 가도 맛이 좋다”고 합니다.

태종대: 스크린을 넘어선 아름다움
<국제시장> 속 덕수가 젊은 시절 아내가 될 영자(배우 김윤진)와 데이트하던 장소로, 윤 감독은 태종대를 선택했습니다.
태종대는 영도구에 위치한 명승지로,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합니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활쏘기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파도가 치는 바위 위에서 소주와 해산물 안주를 곁들인 야장 장면에서 두 인물은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 장면은 두 사람이 사랑을 키워가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등장합니다.
낭만적인 영화 속 장면과는 달리, 바위 위에서의 촬영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왜 하필 여기서 찍느냐고 투덜댔다”고 하지만, 윤 감독은 태종대를 꼭 고집했다고 합니다.
“저는 많은 일반인들이 모르는 장소들을 알죠. 알게 모르게 부산 명소들을 멋지게 촬영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 데이트 장면은 꼭 태종대에서 찍고 싶었어요.”
<국제시장>은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의 통일 기획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영되었으며, 윤 감독은 현재 속편 <국제시장 2> 개봉을 준비 중입니다.

<해운대>: 영화의 중심 속으로
부산을 방문했을 때 빠질 수 없는 해운대 해변. 해운대는 해수욕장 외에도 미술 갤러리와 스타일리시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있는 달맞이길, 인기 분식집들이 밀집된 해운대시장, 아름다운 숲길과 해안선을 자랑하는 동백섬, 그리고 부산영화제의 새로운 중심지인 센텀시티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한 부산의 대표 관광지입니다.
윤 감독의 가족은 그가 대학생이었을 때 해운대로 이사했고, 그는 방학마다 해운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쓰나미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 촬영 당시에는 한 달 이상을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그는 이 촬영 덕분에 고등학교 이후 가장 오랜 시간 부산에 머물 수 있었으며, 촬영이 없는 날에는 스태프들과 함께 맛집을 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고 합니다. 다음은 윤 감독이 추천하는 해운대 맛집들입니다.

해운대 암소갈비집
미쉐린 셀렉션에 오른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사전 예약은 불가하며 현장 대기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늘 줄이 끊이지 않는 유명 맛집입니다.1964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3대째 운영 중이며, 윤 감독은 이 집 갈비에 대해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럽고 훌륭한 맛”이라고 말합니다. "줄서서 먹기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시간이 된다면 꼭 추천해요."

금수복국
미쉐린 셀렉션에 포함된 금수복국은 전국에 여러 지점을 보유할 만큼 유명한 브랜드이지만, 윤 감독은 본점인 해운대 지점을 추천했습니다. "속을 달래주는 맛이에요. 해장하기에 딱 좋죠."주요 메뉴는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복국입이며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됩니다.

해운대시장
건물 숲 사이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해운대시장은 해수욕장과도 가까워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위치가 헷갈린다면 해운대 명품호떡 앞에 씨앗호떡을 먹기 위해 늘어진 긴 줄을 찾으면 됩니다.
씨앗호떡과 더불어 윤 감독은 해운대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전통 팥빙수와 분식도 추천합니다. 특히 떡볶이는 ‘상도네 떡볶이’를 추천합니다.

부산의 맛, 부산의 밤
윤 감독은 “부산처럼 동네 잔치하듯 모두가 다 함께 어울리는 영화제를 치르는 도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합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배우들, 감독들, 일반 시민들, 그리고 영화 팬들이 격식 없이 밤새도록 포장마차나 해변 모래사장에 둘러앉아 부대끼며 술도 마시고 영화 이야기도 나누죠.”
윤 감독은 금수복국과 같은 음식점에서의 야식이나 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복국을 비롯해 돼지국밥, 소고기국밥, 대구탕 등 유명한 곳이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보통 24시간 영업을 하는데, 꼭 영화인들을 만납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은 잠들지 않아요.”
윤 감독은 “세계 여러 도시의 영화제를 다녀봤지만, 부산만큼 인간적이고 정겨운 영화제를 호스트하는 도시는 없다”고 강조하며, 방문객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계기로 부산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025년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됩니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www.biff.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