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2 minutes 2024년 10월 7일

사진작가 김용호가 담아낸 부산: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다양성 그리고 노스텔지어

‘모던 보이’ 김용호: 평생의 예술로 담아낸 부산의 고요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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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김용호 작가는 40여 년 동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변화를 이끌어온 선구자입니다. 1920년대 모더니즘에 심취한 '모던보이'처럼, 그는 사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창조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립해 왔습니다.

시인 김남조는 그를 "사진가라기보다는 사상가"라고 평가했습니다. 작가는 "형식은 본질의 표면에 불과하며, 진실은 그 너머에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익숙한 것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김용호 작가에게 소년 시절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그는 유년기를 떠올리며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후 버스를 타고 바다로 향하던 순간을 회상합니다.“방학 중이라 텅 빈 버스를 타고, 시내를 빠져나오자 저 멀리 비행장과 맞닿은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창문 너머로 뜨거운 햇살과 바다 내음이 함께 밀려왔고, 햇빛에 반사된 바다 물결이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해안도로를 달리던 버스 위로는 착륙을 준비하는 비행기가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낮게 지나갔습니다. 버스가 해안도로를 벗어나기 직전, 활주로 위에서 천천히 선회하는 비행기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았죠. 유도 깃발이 아스라이 작아질 때, 버스는 멈췄습니다. 저는 버스를 내려 바다와 비행장 사이의 해안도로를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저는 바다로 갔습니다.”


그 시절 비행기들이 이착륙하던 활주로는 본격적인 개발을 거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화점, 대형 쇼핑몰, 영화관, 전시 및 컨벤션 센터인 벡스코(BEXCO)가 자리한 신도시, '센텀시티(Centum City)'로 변모했습니다.


김용호 작가는 부산을 '다양성이 숨 쉬는 도시'라고 표현합니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빠르게 성장한 부산은 상업적으로도 번창했으며,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부산에는 최고의 럭셔리와 고급 갤러리들이 공존합니다. 특히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는 바다가 보이는 갤러리들이 자리해 있어 예술을 감상하기에 탁월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소개되지 않은 숨겨진 보물 같은 예술 작품들도 많으며, 최신 트렌드부터 항구 도시만의 낭만적인 분위기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부산은 오뜨 꾸뛰르와 대중적인 매력을 동시에 지니며, 어떤 선택을 하든 만족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바다를 배경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부산의 분위기는 김 작가의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이러한 환경 덕분에 국내에서 드물게 커머셜 아트와 파인 아트를 동시에 다루는 독보적인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최근 부산에서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들과 함께 부산 국제 사진전을 성황리에 마친 김용호 작가는 곧 있을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구찌(Gucci)가 한국 문화에 경의를 표하며 준비하는 국제 프로젝트 '구찌 문화의 달' 사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 잠시 숨을 고르고 고향 부산을 찾은 그는 렌즈를 통해 익숙한 것 속에 가려진 새로운 부산의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럭셔리함과 트렌디함이 공존하는 부산은 그의 사진 속에서 한층 더 돋보입니다.

©김용호
©김용호

광안대교

‘부산 여행의 설렘이 느껴집니다. 광안대교를 지날 때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저 멀리 솟은 마천루들이 그 감동을 더 해 줍니다.’

©김용호
©김용호

아난티 앳 부산 코브

'아난티 앳 부산 코브은 그야말로 럭셔리한 휴양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요즘 미디어아트가 최첨단 예술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조형물로 표현함으로써 아난티의 고급스러운 휴양 콘셉트를 잘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자연스러운 휴양지가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최고급 시설과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리조트가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난티 앳 코브는 이러한 럭셔리 휴양의 상징이자, 최첨단 예술과 최고의 시설이 조화를 이루며 완벽하게 표현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홍래 (Paul.C), Surreal Newness, G.스퀘어, 빌라쥬 드 아난티

©김용호
©김용호

아르프

'이 레스토랑은 정말 훌륭해서 비건들에게는 미쉐린 투스타급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 같아요. 이곳의 음식을 맛보러 일부러 여행을 떠날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입니다. 음식이 정갈하고 예쁘며, 가격도 적당해서 만족스러워요. 손님이 많아서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두 명의 주방 직원과 한 명의 홀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며 정성스럽게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처음 갔을 때는 이곳이 비건 식당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후에는 비건 친구들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할 만큼 마음에 들었어요. 부산에 가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고, 비건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볼 만한 곳이에요. 특히 비건이라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용호
©김용호

광안리
'메트로폴리스 부산'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물씬 풍기죠. 사진만 봐도 광안대교와 센텀시티가 거대하게 펼쳐져 있어서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풍경은 요트를 타지 않고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운, 부산의 고도 성장이 만들어낸 럭셔리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팬(Pan)크루즈는 부산항에서 출발해 해운대와 동백섬을 둘러보는 투어로, 밤에는 불꽃놀이와 함께 파티가 열리는 1박 2일 크루즈 요트입니다. 평일에는 일본까지 운항하기도 하죠. 이 크루즈를 타면 부산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작은 요트를 타고 자유롭게 부산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팬크루즈는 대중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1박 2일 동안 배에서 숙박하며 부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이 더 커지죠.’

©김용호
©김용호

송도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은 제 기억이 맞다면 우리나라 최초로 다이빙대가 있었던 곳입니다.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해수욕장도 많지만, 저희 집에서 송도를 찾는 이유는 바로 그 다이빙대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케이블카와 다이빙대가 함께 있어,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다이빙까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죠. 지금도 바닷가에 다이빙대가 남아 있지만, 옛날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초기 해수욕장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특별한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가보니 완전히 이국적인 분위기로 변해 있더군요. 해수욕장 자체는 광안리나 해운대보다는 작지만, 바로 뒤에 우뚝 솟은 높은 아파트를 보고 마치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전적인 매력과 이국적인 풍경이 어우러져 해운대나 광안리보다도 오히려 더 로맨틱하게 느껴졌습니다.’

©김용호
©김용호

모모스커피
‘모모스 커피에서는 조선소의 폐선들이 보이는 인더스트리얼 시크(Industrial Chic) 스타일의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부산은 한국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최대 항구 도시입니다. 그중에서도 부산항은 해외로 연결되는 중요한 관문일 뿐만 아니라, 초기 번영을 상징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몇백 평, 심지어 천 평에 달하는 거대한 창고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부산항의 번영을 엿볼 수 있죠. 창고에서 내려다보면 활기 넘치는 부산항의 모습과, 최근 들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첨단 마천루들이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커다란 배들과 통통배들이 주를 이루었고, 영도다리 아래에서는 꽁치나 고등어를 잡던 소년들이 많았죠. 저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김용호
©김용호

영도 봉래동 포장마차거리
‘영도다리를 건너면 작은 배들이 드나드는 포구가 있고, 그 주변에 약 100m 정도 이어진 포장마차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기만 파는 이곳은, 바로 옆에 세련된 ‘핫플레이스’가 위치해 있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핫플레이스'라는 말은 보통 자본이 들어와 세련된 공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포장마차들은 마치 피난 시절의 정취를 간직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의 더운 밤,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포장마차와 바닷가의 낡은 배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영도다리가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자아냅니다. 그곳은 젊음과 추억이 어우러져 밤새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말 특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용호
©김용호

감천문화마을
‘사람들은 흔히 부산의 산동네, 달동네라고 부르죠. 전쟁 이후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들면서 산 꼭대기까지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게 된 겁니다. 좁은 골목이 다닥다닥 이어져 있지만, 이 동네의 흥미로운 점은 아랫집이 윗집의 시야를 막지 않는 구조라는 겁니다.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처럼, 모든 집에서 바다와 아래 풍경이 보이는 특유의 구조가 형성된 것이죠.

집들이 알록달록하게 칠해지면서, 그저 가난한 동네로만 보이던 이곳이 아름답게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도시재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잘못된 도시재생은 낡은 집을 허물고 아파트만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오래된 생태계를 보존하면서도, 하나의 마을로서 재생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골목마다 가게들이 생겨나며,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는 공간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마치 못 사는 동네가 산토리니처럼 바뀐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물론 산토리니는 처음부터 관광지로 개발되었고, 자연스러운 발전이 있었지만, 이곳은 그와는 다른 역사와 과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쟁 이후 힘든 삶을 살아가던 주민들이 마을을 깨끗하게 꾸미며, 자연스럽게 관광지로 탈바꿈한 것이죠.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게 되었지만, 그 배경에는 전쟁의 아픔과 고통이 서린 문화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김용호
©김용호

UN 기념공원
'UN 기념공원은 그 자체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곳입니다. 6.25 전쟁 당시, 전 세계 16개국에서 많은 이들이 남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공원이지요. 멀리 아파트들이 늘어선 모습을 보면, 사실 한국의 번영은 그들의 희생 덕분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날 그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전 세계에서 온 참전 군인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평화를 유지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일부러 UN 기념공원을 사진에 담은 이유는, 많은 이들이 이곳을 잘 찾지 않고, 관심도 적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전에 그 근처에 살았는데, 부산이 이렇게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70년 전 이곳에 와서 희생한 군인들 덕분이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산이 국제도시로 성장한 배경에는 이들의 헌신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었어요.

UN 기념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충원처럼 한 번쯤은 가볼 만한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곳을 방문하며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를 담아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김용호
©김용호

자갈치 시장

‘자갈치시장은 말 그대로 전쟁 이후 급속도로 발달한 곳입니다. 영도다리 아래에서 실향민들이 “전쟁이 나면 헤어졌다가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라고 약속할 정도로, 영도다리는 그 시절부터 유명했죠. 영도다리와 자갈치시장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작은 배들과 고깃배들이 들어오고 통통배들이 오가며 북적였던 곳입니다. 당시 기차나 도로망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배를 타고 통영, 마산, 진주 등지로 오가며 장사를 했고, 자갈치시장의 저렴한 횟집들이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을 했죠.

저 또한 그곳에서 바닷가 바로 옆에서 포장마차와 같은 분위기의 횟집들을 경험했습니다. 봉래동 포장마차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자갈치시장은, 리어카나 작은 테이블 몇 개로 시작해 서민들의 삶을 담아내는 장소였습니다. 봉래동 포장마차와 달리, 자갈치시장은 여전히 소박한 텐트 천막 아래에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전형적인 부산의 서민적인 풍습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부두 노동자들이 한 잔 걸치고 가던 애환이 서린 장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자갈치시장은 예전만큼 번성하지 않고, 쇠락해가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자갈치시장으로 몰렸지만, 이제는 그 번성함이 사라지고 여러 지역으로 분산된 상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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