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맛은 무엇일까요? 지난 6월 1일, 미쉐린 가이드가 부산편 발간을 알리는 자리에서 특별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 등재된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가 생선회, 돼지국밥, 밀면, 토마토 등 일반적으로 부산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다양한 음식을 서로 조합한 부산의 색다른 맛을 선보이며, 2024년 2월에 발간될 미쉐린 가이드 부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모수의 안성재 셰프,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와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주옥의 신창호 셰프 등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스타 셰프 3인이, 부산을 나타내는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선보였습니다. 마지막 입가심 디저트는, 발표 행사가 진행된 파크하얏트부산에서 밀면의 모양을 본 따 준비했습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재료와 음식을 더욱더 부각시키는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서, 모수의 안성재 셰프와 주옥의 신창호 셰프는 미리 부산에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기장에서 미역과 멸치 등을 맛보고, 자갈치 시장에서 더 다양한 해산물을 접했습니다. 지난 여행에서 경험한 다양한 식재료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그 외 한국 전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식재료 또한 함께 사용함으로써 한국 음식의 다양성을 알리는데 집중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부산편 발간을 알리는 행사를 위해 준비된 식사에서, 입맛을 돋우는 첫 번째 요리는 주옥의 신창호 셰프가 맡았습니다. 부산 바다의 다양한 맛을 한 접시에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서 꽃새우, 갑오징어, 멸치, 호래기, 다시마, 성게알 등 다양한 재료를 요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재료의 감칠맛을 더욱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미역을 사용합니다.
기장에서 나오는 멸치는 횟감처럼 손질해서 얇게 준비하고, 큰 꼴뚜기인 호래기는 다져서 순대처럼 만들었습니다. 토마토와 해조류가 만나면 감칠맛이 크게 올라간다는 것에 착안한 신창호 셰프는 봄철 널리 먹는 대저토마토와 갑오징어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다진 대저토마토와 갑오징어를 기장 미역으로 함께 감싸서 더 풍성한 맛이 올라올 수 있도록 하고, 성게알과 꽃새우는 껍질을 깐 후 미역에 살짝 재웠습니다.
이 모든 해산물을 접시 하나에 올렸습니다. 기장 미역을 훈연한 후 뽑아낸 육수를 간장에 우려서 만든 초간장을 접시에 가득한 해산물 위에 뿌려냅니다. 더불어 신 셰프만의 특별한 들기름도 사용합니다. 기장 미역과 다시마의 맛과 향이 은은하게 스며든 들기름입니다. 인퓨징이라고 하는 조리 방식을 통해서 감칠맛을 극대화한 들기름을 만들었고, 이 들기름과 초간장 모두 해산물 접시에 고르게 뿌려냅니다.
신 셰프는 “더 많은 셰프들이 부산의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서 재료가 가진 매력을 최대로 표현해 내고, 그 음식을 먹는 소비자가 부산만큼 먹거리가 다양한 곳이 없다는 걸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더하며, 앞으로 더 다양한 음식을 선보일 부산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모수의 안성재 셰프는 고등어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모수가 부산에서 가장 많이 구해오는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실제로 부산의 고등어를 써왔기에, 부산 고등어의 특징을 더 명확하게 구현해 내고자 했습니다. “계절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산 고등어는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고등어에 비해 지방 함량이 특히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하는 안 셰프는 그 지방의 풍미를 조금 더 올리기 위해 돼지 췌장과 방아잎을 같이 사용했습니다.
췌장을 직접 먹게끔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어를 요리하는 과정에 사용합니다. 소화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인 췌장에서 여러 가지 효소들이 작용하며 영양소를 분해한다고 안 셰프는 설명하며, 그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고등어의 풍미를 크게 올린다고 전합니다. 고등어의 머리, 뼈, 그리고 살을 갈아둔 후, 도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췌장 또한 갈아서, 약간의 소금과 함께 섞어둡니다. 고등어 단백질의 응고 속도를 더디게 하는 50도 정도의 높은 온도에 두면, 췌장에서 효소들이 흘러나오며 갈아둔 고등어와 함께 액화합니다. 액화된 고등어와 췌장을 버터, 방아잎, 약간의 토마토 주스와 함께 섞어서 소스를 만들고, 그 소스를 발라가며 고등어를 익혀서 고등어의 다양한 맛이 돋보이도록 합니다.
“접시에 놓인 요리에 이 모든 과정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다양한 조리법을 사용함으로써 여러 단계로 느껴지는 복합적인 맛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라고 안 셰프는 말합니다.
주옥의 신창호 셰프와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부산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의 다양한 변주를 보인 후, 그 다음 요리를 맡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부산 땅에서 나는 재료에 집중했습니다. 제피, 부추, 대저토마토 등 부산에서 널리 재배되는 재료를 사용해서, 한우 안심과 어우러지는 향미와 식감을 선보입니다.
이번에는 말린 제피를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구울 때 후추로 밑간을 하는 것에서 착안해서, 말린 제피를 사용해서 한우 안심을 재워둡니다. 그 후 서너번 제피를 계속 덧발라가며 구워내서, 한우의 감칠맛에 톡 쏘는 맛을 더합니다. 알싸하면서도 화사한 맛이 자연스럽게 한우에 배어납니다.
한우 안심 아래에는 보리로 만든 리소토를 준비해서 탱글탱글한 식감을 더합니다. 붉은색 초리조를 잘게 썰고, 빨간색 대저 토마토도 깍뚝 썹니다. 초리조와 대저 토마토가 어우러지며 녹진한 맛을 더합니다. 입안의 재미 못지 않게 눈으로 보는 재미 또한 다채롭게 하기 위해서 초록색 부추를 사용합니다. 정구지라는 부산 사투리로도 널리 알려진 부추의 농축된 맛을 사용하기 위해서 부추 오일을 뽑아내어서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부산의 해산물을 일상적으로 제일 먼저 접하게 되지만, 그 외의 다양한 재료의 조합도 맛있는 부산을 만든다”라고 임 셰프는 얘기합니다. 부산의 바다가 주는 매력도 무한하지만, 부산의 내륙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가 가진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셰프의 손길을 더했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이날의 식사 메뉴는,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스타 셰프 3인이 직접 학생들을 만나 요리 시연을 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부산의 음식 문화가 더 다채로워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