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스미는 주방, 뜨겁게 타오르는 화구, 조리기구가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리듬. 그 안에서 한 사람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37년간 한식을 탐구하며 한국 미식의 흐름을 만들어온 라연의 김성일 셰프. 그가 걸어온 길 위에는 수많은 후배 셰프들이 지나갔고, 그는 그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2025년,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를 수상한 김성일 셰프.
이 상은 그의 이름 앞에 새로운 수식어를 더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말합니다. “멘토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후배들을 위해 길을 닦아 온 그는, 여전히 배우는 자세로 주방에 서 있습니다.
요리를 배운다는 것은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섭니다. 한 접시의 음식은 단순한 조리 과정이 아닌, 셰프의 경험과 철학이 깃든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후배 셰프들에게 전해지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김성일 셰프는 한식의 깊이를 탐구하면서도,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요리는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배우며 이어지는 것. 그는 이를 몸소 실천해 온 인물입니다.
멘토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한식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가 멘토 셰프로서 걸어가고 있는 길입니다.
미쉐린이 선정한 2025년 멘토 셰프, 그리고 그가 만들어가는 요리와 배움의 세계를 조명합니다.
한편,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의 공식 후원사인 블랑팡 코리아 역시 이번 수상의 의미를 함께 나누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최원호 블랑팡 코리아 브랜드 매니저는 축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블랑팡과 미쉐린 가이드는 장인 정신과 역사에 대한 깊은 존중, 완벽함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 창의성, 그리고 열정을 공유합니다. 1735년에 설립된 블랑팡은 ‘Art of Living’을 핵심 가치로 삼으며, 오랜 세월 미쉐린 가이드와 함께 미식 문화 발전을 위해 협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관계의 연장선에서 미쉐린 가이드와 동행하며 오늘,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를 시상하게 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멘토 셰프님과 블랑팡이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수상의 주인공께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합니다. 또한, 2025년 한 해 동안 지속적인 발전과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그가 걸어온 길, 그리고 이번 수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김성일 셰프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먼저,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날 현장에서 호명될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올해로 미쉐린 행사에 아홉 번째 참석했는데, 매번 호명될 때마다 긴장감이 엄청납니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했고, 제 이름이 불렸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정말 내가 받을 상이 맞나?’ 싶었죠. 그만큼 저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상이 셰프님께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혹시 부담도 느끼셨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이제 정말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웃음) 오랜 시간 호텔 주방을 지켜왔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멘토’라는 타이틀을 받으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한편으로는 ‘이제부터 더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도 하게 됐습니다. 후배들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려면 저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하니까요. 단순히 기쁜 마음만이 아니라,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만든 상입니다.
수상 이후, 셰프님의 주방 운영 방식이나 후배들과의 관계에서 변화가 있었나요?
저는 원래도 후배들과 함께하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겼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따뜻하고 세심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후배들이 더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선배인 제 한마디 한마디가 팀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후배들을 대할 때는 오픈 마인드로 의견을 내는 분위기를 유도하고자 하며, 저뿐만 아니라 제 밑에서 라연을 함께 이끌고 있는 차도영 셰프에게도 후배들을 대할 때는 모든 직원이 자유롭게 논의하여 최고의 맛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선배의 말을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겠다고 저는 늘 다짐합니다.
셰프님께서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과 어려웠던 순간이 있다면요?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후배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특히, 메뉴 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제가 가르쳐 준 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킬 때 기쁘죠.
반면, 아무리 여러 번 가르쳐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도 속상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번이 아니라 두세 번 더 기회를 주며 끌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셰프님께 가장 큰 영향을 준 멘토가 있으신가요?
특정 한 사람을 꼽기는 어렵습니다. 호텔에서만 37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선배님과 동료 셰프들을 만났는데, 그 모든 분들이 제게 멘토였습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저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 배움을 바탕으로 지금의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의지입니다. 멘토가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주어도 스스로 배우려는 자세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죠. 그리고 요리는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레시피 하나하나가 쌓여 요리를 완성하는 것처럼, 작은 부분에서부터 정직함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때로는 재료가 부족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지만,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길입니다.
앞으로 후배 양성을 위한 별도의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은 없지만, 기존보다 더 적극적으로 후배들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특히, MZ세대 셰프들과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즘 세대는 개성이 강하고, 자기 의견을 확고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맞는 언어와 접근 방식을 고민하며 멘토링을 할 계획입니다.
단순히 요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팀워크, 그리고 조리 철학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
그의 깊은 철학과 진심 어린 조언이, 앞으로도 많은 후배 셰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요리의 본질을 지키면서, 후배 셰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는 김성일 셰프에게 영광이자 새로운 과제였습니다. 배움과 가르침은 한 방향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