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In 1 minute 2025년 11월 10일

[레시피] 온지음이 전하는 가을의 맛, 궁중식 두부전골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온지음이 궁중의 미학으로 끓인 두부전골을 소개합니다.

가을은 유난히 따뜻한 음식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단풍으로 물든 경복궁의 담장 너머로 붉고 노란 잎들이 바람에 흩날릴 때, 온지음의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고요합니다. 이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이 선보이는 두부전골은 그 계절의 풍요와 고즈넉함을 한 그릇 안에 담아낸 요리입니다.

온지음의 수석연구원이자 두 명의 셰프 중 한 명인 박성배 셰프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을 음식은 땅의 기운이 담긴 재료로 완성됩니다. 버섯의 향과 뿌리채소의 단맛이 가을의 맛을 대표하죠.” 이 요리에는 또한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장아찌, 젓갈, 메주처럼 천천히 익히고 저장하는 시간의 미학—온지음은 그 느림의 가치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두부전골은 본래 궁중과 반가의 귀한 손님상을 위한 요리였습니다. 직접 두부를 빚어내고 육수를 내는 과정까지 세심한 정성이 깃든 음식입니다. 박 셰프는 “지극히 전통적인 것이 오히려 가장 현대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가 전통과 현대의 비율을 80대 20으로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궁중과 반가음식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온 그는, 두부라는 친숙한 재료를 통해 계절의 정취와 조선시대 미학을 함께 전합니다. 오래된 것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오늘날의 미식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조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입니다.


더 알아보기: 온지음 조은희 셰프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

(좌-우) 조은희, 박성배 셰프 ©온지음
(좌-우) 조은희, 박성배 셰프 ©온지음

“두부는 우리 음식 문화 속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재료입니다.” 박 셰프의 말처럼 두부는 고려 이전부터 식탁에 올라온, 한국 음식 문화의 상징적인 재료입니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존재감, 식물성 단백질의 깊은 맛, 그리고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친근함이 그 매력입니다.

“요리의 가장 큰 의미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마음입니다.” 박 셰프의 말처럼, 온지음의 두부전골은 ‘함께 먹는 자리’를 위한 음식입니다. 따뜻한 국물이 끓는 냄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사람들 사이에는 어느새 웃음이 피어납니다. 그는 “요즘은 개인주의적인 식문화가 많지만, 진정한 행복은 음식을 나누는 순간에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가을 저녁, 누군가를 위해 차린 두부전골 한 상에서 그 따뜻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박 셰프는 “두부는 제게 ‘소울푸드’입니다. 단아한 맛 속에 따뜻한 정서가 깃들어 있죠.”라고 덧붙입니다. 그는 이색(李穡)이 읊은〈두부시(豆腐詩)>의 구절처럼, 두부의 맑고 고운 본질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갓 만든 두부의 맛은 세상에 견줄 데 없고,
그 빛은 엉긴 기름 같으며, 맛은 봄과도 같다.”

온지음의 두부전골은 바로 그 본질을 오늘의 미식으로 되살립니다.

온지음의 고요한 다이닝 공간, 넓은 창 너머로 계절마다 달라지는 경복궁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온지음
온지음의 고요한 다이닝 공간, 넓은 창 너머로 계절마다 달라지는 경복궁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온지음

두부전골 레시피

온지음 조은희·박성배 셰프


재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두부를 고르는 일입니다. 저는 고소함이 진한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를 추천드립니다. 콩의 품질이 좋을수록 두부 본연의 맛이 살아나고, 간단한 요리에서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박 셰프는 당부합니다.

  • 두부 1모
  • 느타리버섯 150g
  • 생 표고버섯 150g
  • 미나리 100g
  • 통 도라지 150g
  • 숙주 200g
  • 계란 4개

고명

  • 석이버섯 약간
  • 실고추 조금
  • 호두 8개
  • 은행 10알

육수

  • 닭 1마리
  • 쇠고기 양지 500g
  • 다시마 2장
  • 건 도라지 20g
  • 물 3L

양념

  • 소금
  • 집간장
  • 다진 파
  • 다진 마늘
  • 대파
  • 마늘

온지음의 두부전골은 흰색 두부와 황금빛 재료들이 어우러져 계절의 색을 담습니다. 송이버섯을 비롯한 산채와 버섯류가 풍성하게 들어가, 한입마다 숲속의 향이 느껴집니다.  ©온지음
온지음의 두부전골은 흰색 두부와 황금빛 재료들이 어우러져 계절의 색을 담습니다. 송이버섯을 비롯한 산채와 버섯류가 풍성하게 들어가, 한입마다 숲속의 향이 느껴집니다. ©온지음

조리순서

  1. 두부는 자그맣게 썰어 소금 간을 한 후 팬에 살짝 지진다.
  2. 느타리는 잘게 찢어 소금을 살짝 뿌려 두었다가 물기를 제거한 뒤, 김이 오른 찜통에 살짝 찐다.
  3. 생 표고버섯은 곱게 채 썰어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천천히 익히다가 소금 간을 하고 들기름을 약간 넣는다.
  4. 미나리는 손질하여 끓는 물에 데친 후 3cm 길이로 자른다.
  5. 통 도라지는 어슷 썰어 곱게 채 썰고, 팬에 볶으면서 다진 파·마늘을 약간 넣고 소금 간을 하여 하얗게 볶는다.
  6.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고 끓는 물에 데친 뒤 물기를 뺀다.
  7. 계란은 황백으로 지단을 부쳐 곱게 채썬다.
  8. 석이버서은 곱게 채썰고 호두, 은행은 껍질을 벗긴다.
  9. 닭은 깨끗이 씻어 물에 넣고 건 도라지, 다시마를 와 함께 약 40분간 끓여 육수를 낸다.
  10. 소고기는 핏물을 뺀 뒤 물에 다시마와 함께 넣어 약 1시간 30분간 삶아 소고기 육수를 낸다. 소고기는 건저낸다.
  11. 닭국물과 소고기 육수를 섞어 면보에 곱게 걸러, 다시 한 번 끌이면서 다진 파와 다진마늘을 우려내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한다.
  12. 전골냄비에 재료를 담아내고 육수를 끓여 부은 후 같이 다시 한 번 끓여준다.


비건/채식 버전 어육장

전통 어육장은 고기와 생선을 넣어 숙성시키지만, 온지음에서는 채식식단에 맞게 자연의 감칠맛을 살린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말린 버섯과 도라지, 더덕, 무, 인삼 같은 말린 약재, 그리고 다시마 등 해초류를 오래 고아낸 뒤, 그 농축된 액에 간장을 섞어 채소를 더한 장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채수 간장은 비건용 장으로도 훌륭하며, 어육장과 비교해도 감칠맛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인공적인 맛이 아닌 자연스러운 깊이와 건강한 풍미가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의 지혜가 깃들어 있는 두부전골. ©온지음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의 지혜가 깃들어 있는 두부전골. ©온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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