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1 minute 2025년 5월 12일

호기심을 뿌리 삼아, 계절과 함께 자라난 에빗의 이야기

식재료를 향한 멈추지 않는 호기심은 계절의 결을 따라 나이테처럼 단단히 진화하며 마침내 미쉐린 2스타라는 조용하고 값진 결실을 맺었습니다.

서울의 레스토랑 에빗(Evett)에서는 한 접시 한 접시마다 탐구심이 깃들어 있습니다.

한국의 산과 들, 바다를 누비며 재료와 전통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려는 끈질긴 호기심을 뿌리 삼아, 조셉 리저우드 오너 셰프는 에빗을 연 이후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나아갔습니다.

이 여정의 중심에는 늘 같은 물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식재료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지치지 않는 호기심이었습니다.

미국과 영국, 덴마크를 거치며 요리와 문화, 장인정신을 체득한 그는 결국 한국에서 가장 깊은 울림과 마주했습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숨 쉬듯 모습을 달리하는 식재료들, 오랜 시간을 견뎌낸 발효 문화가 그에게 더욱 깊고 섬세한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가 회상합니다. "계절 식재료의 강렬한 에너지와 발효 문화의 깊이였어요. 그것만으로도 에빗을 시작할 이유는 충분했죠."

그에게 식재료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땅과 그것을 길러내는 손길, 그리고 계절의 흐름 속에서 매번 새로운 성질을 띠는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디서, 누가 길러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라고 리저우드 셰프는 말합니다. 가장 작은 디테일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완성도를 다듬어가는 그의 믿음은 에빗의 철학을 관통합니다.

식재료가 들려주는 이야기

에빗의 식재료 선정은 단순한 품질을 넘어섭니다. 맛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간이 흐르며 질감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겉으로는 소박해 보이는 것조차 얼마나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일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냉이였습니다. 들판에 흔히 자라는 풀 한 포기였지만, 구워내고, 절이고, 국물로 우려내는 과정을 거치며 숨겨진 맛의 복합적인 레이어가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그때 확신했죠," 그는 말합니다. "가장 단순한 식재료 안에도 귀를 기울이면 엄청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걸요."


에빗에서는 어떤 재료도 가볍게 다루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연구하고, 깊이 존중하며, 마치 오랜 계절의 흐름을 견디고 거듭해온 존재처럼 소중히 다룹니다.

천천히, 그러나 깊게: 미쉐린 2스타로 향한 길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2년 초에 찾아왔습니다. 기술적 완성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를 만들어야 했어요. 마치 ‘태초부터 이 맛이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접시를요." 그의 깨달음은 주방의 공기마저 바꾸어 놓았고, 오늘날 에빗의 요리에는 그렇게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드라마틱한 전환이 아니라, 창작 과정을 더 깊은 인내심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요리에서는 본질만 남기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깎아내리는 데 집중했고, 접시마다 담아야 할 감정적 연결에 훨씬 더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2019년, 에빗이 첫 미쉐린 스타를 얻었을 때, 한국 식재료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해온 에빗의 철학은 확실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25 두 번째 별을 얻기까지의 여정은 대대적인 혁신이 아닌, ‘천천히, 그러나 깊게’ 쌓아올린 변화의 기록이었습니다.

창의성을 위한 캔버스


2023년, 에빗은 공간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더 화려하거나 웅장해지려는 의도가 아니라, 창의성이 더욱 맑게 빛날 수 있도록 배경을 재정비한 것이었습니다.

"에빗이 하나의 캔버스처럼 느껴지길 원했습니다," 셰프는 말합니다. "중립적이고 평온하지만, 순간순간 감정이 번쩍이는 공간을 꿈꿨습니다."

나무, 돌, 부드러운 패브릭 같은 자연 소재를 주로 사용하고, 한국 전통의 오방색 팔레트에서 영감을 얻어 창의성과 개방성을 상징하는 푸른빛을 곳곳에 조심스럽게 스며들게 했습니다. 변화 이후, 팀은 한층 더 자신감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이 스스로를 드러내려 애쓰지 않으니, 오히려 음식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빛났습니다. "이제 레스토랑 자체가 음식 철학의 연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는 확신을 담아 말합니다. "아마 손님들도 그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호기심이라는 변하지 않는 불씨


"호기심이요." 무엇이 이 여정을 계속 이끌어가는지 묻자, 리저우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합니다.


"매년, 매 계절마다 탐험할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한국 식재료는 정말 풍부하고 다층적이어서, 아직 표면만 스친 느낌이에요."
그러나 식재료를 넘어, 이 여정을 움직이는 진짜 동력은 ‘연결’에 있습니다. 음식이라는 공통 언어가 때로는 말보다 더 깊은 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요리는 저에게, 음식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언어 중 하나라는 걸 상기시켜줍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 있으니까요."

제네시스와 함께한 감각적 여정


이런 탐험 정신은 최근 제네시스와 미쉐린 협업을 위해 리저우드셰프가 특별히 구성한 메뉴에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경이로움을 자극하며, 조용한 향수를 일깨우는 감각적 여정.

한국의 제철 생선 옥돔에 닭기름 버블랑을 곁들인 요리로 계절의 문을 열고, 감칠맛을 더한 우엉과 노간주 오일로 완성한 한우 디쉬로 깊이를 더합니다. 이어지는 에빗의 시그니처, 도토리 스낵은 만찬의 여운을 고요히 감돕니다.


각 코스에는 섬세한 질감의 조화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부드러움과 바삭함이 교차하며, 하나하나의 요소는 과시보다는 사유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교하게 구성되었습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조용히 스며들어 오래 남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름조차 모를 무언가를 향해 느끼는 향수처럼."
촉감, 풍미, 감정 하나하나에 공들인 이 메뉴는 결국 에빗이 오래도록 이야기해온 것을 담아냅니다. 땅과 계절,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이어지는 조용한 대화, 낯설지만 따뜻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경험입니다.


끝나지 않는 여정

에빗에서는 발견이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접시를 내보낼 때마다, 리저우드 셰프와 그의 팀은 조금 더 깊이 파고듭니다. 새로운 것을 좇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속삭임에 더 귀 기울이며 이 땅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나가려 합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이미 여기 존재하는 마법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그의 꿈은 단순하지만 흔치 않습니다. "셰프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에빗은 계속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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