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2 minutes 2025년 4월 28일

손종원 셰프의 서울은 창의적, 미학적 그리고 영감을 주는 도시

서울 두 곳의 별을 이끄는 손종원 셰프가 고감도 취향과 깊은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손 셰프의 요리는 요리라는 틀을 넘어, 감각과 철학이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다가옵니다.

그는 파인다이닝을 “맥시멀한 인풋을 통해 맥시멀한 아웃풋을 창출하는 곳이라고 생각” 한다며 "파인 다이닝이란 분야는 전체 미식계를 놓고 보았을 때 지극히 작은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소스 하나를 끓이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하고, 작은 생선이나 육류를 조리하는 데에도 수십 분에서 몇 시간이 들며 수많은 손길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은 방송 속에 다 담기 어렵습니다.

그는 최근 방송 출연을 통해, 그 좁고 치열한 세계 속에서 묵묵히 열정을 쏟는 셰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그가 요리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요리 예능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는, 작은 디테일조차 허투루 넘기지 않는 세심함과 진지한 태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주위를 정돈해 가며 깨끗하게 일하기', '계획한 대로 정확하게 요리를 완성하기'입니다." 이처럼 손 셰프는 파인 다이닝의 본질을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철저한 계획과 정돈된 마인드에 두고 있습니다.

그에게 요리는 "주제에 맞는 스토리가 있는 요리"로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셰프님께 ‘파인 다이닝’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셰프의 철학은 음식을 통해, 그리고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파인 다이닝은 일상적으로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날을 맞아 기념하거나 축하하고자, 또는 특별한 미식 경험을 찾는 분들에게는 음식을 통해, 서비스를 통해, 그리고 공간을 통해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하며,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드리는 곳이 바로 '파인 다이닝'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서비스 어워드를 수상한 이타닉 가든의 서비스 철학은 무엇인가요? 


손님이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환경에서 온전히 음식과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장하거나 뽐내지 않고, 필요한 곳에 항상 위치해 있으며,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또한, 고객이 행복한 기억을 안고 가시기를 바랍니다. 다이닝 홀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손님의 웃음소리가 저희의 원동력이며, 지향하는 바입니다. 고객의 ‘행복’은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 Eatanic Garden
© Eatanic Garden

이타닉 가든과 라망 시크레—각 레스토랑의 개성과 철학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이타닉 가든은 한국의 아름다운 식문화를 연구하고,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고객과 소통을 통해 나누는 곳입니다.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식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망 시크레는 지속 가능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프렌치 테크닉으로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곳입니다. 옥상의 작은 정원과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메뉴 등,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로맨틱한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레스토랑 모두 'evolve'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많은 팀원들이 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L'Amant Secret
© L'Amant Secret

셰프님의 요리 철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끊임없이 진화하는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요리는 끝이 없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항상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그런 배움들을 통해 요리와 제 자신을 함께 성장시키며 진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셰프님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나요?


독창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같지 않은 색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움을 찾고 고뇌하는 과정에서 독창적인 창의성이 비롯됩니다. 가끔 매우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보람 또한 큽니다.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으시나요?


미술 전시를 관람하거나 고전 명작을 읽는 등,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제 자신을 노출시키고 감정에 충실하려 합니다. 사실 이런 활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오감을 최대한 열어 놓고 일상을 보내며 주방에서 요리하다 보면 문득 문득 영감이 떠오르곤 합니다. 물론 주방에서 꾸준히 요리하는 것만큼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없습니다.


미식 외에도 셰프님께 영감을 주는 취미나 관심사가 있을까요?


운동을 매우 좋아합니다. 요즘은 아침마다 출근 전에 크로스핏을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운동을 하고 출근하고 집에 오면서 큰 일탈 없이 규칙적인 삶을 사는 것에서 큰 만족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서울 강북 쪽을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광화문이나 삼청동을 걷고 있으면 서울을 온전히 느끼는 기분이 듭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장소를 하나만 꼽는다면 어디일까요?


광화문 일대를 꼽고 싶습니다. 광화문 뒤로 북한산이 보이는, 옛 서울의 정취가 남아 있고, 맛있는 노포들이 많은 곳이 가장 서울스러운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셰프님께 서울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 도시가 셰프님의 요리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서울은 제가 태어나고 지금의 저를 존재하게 해준 곳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자, 제 요리의 가장 근본이 되는 요소들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런 음식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저희 두 레스토랑이 위치한 곳이자, 그 자체로 아이덴티티가 되는 장소입니다.


셰프님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저의 소울푸드는 어머니가 해 주시는 집밥이지만, 그 외에도 평양 냉면과 순댓국이 저의 소울푸드입니다. 은은하면서도 우아한 평양 냉면의 시원한 육수를 한 모금 들이키면 영혼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기품 있는 우리나라의 맛이 아닐까 합니다. 반면, 뜨끈한 순댓국에 들깨가루와 부추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순대와 함께 국물을 떠 먹을 때면, 지친 몸과 영혼이 달래지는 느낌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즐겨 찾으시는 레스토랑은 어디인가요?


냉면이 생각나면 종종 우래옥을 찾습니다. 또 해외에서 셰프들이 방문할 때면 꼭 함께 가는 곳이기도 한데요, 우래옥의 불고기와 함께 평양냉면과 김치말이 국수를 먹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어떤 것도 부럽지 않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듭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레스토랑을 한 곳 추천해 주신다면?


제로 컴플렉스는 이충후 셰프님의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이고 레이어가 있는 음식이 돋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입니다. 예상치 못한 조합의 음식과 그 식감에 감탄을 자아내는 곳입니다.


‘셰프님만 알고 싶은’ 숨겨진 맛집이 있다면?


가메골 손만두는 바로 쪄서 나오는 김치 만두와 고기 만두를 사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는 남대문의 명물입니다. 가끔 줄이 너무 길어 만두를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는데요, 비밀을 알려드리자면, 만두 가게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면 칼국수, 만둣국 등과 함께 만두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레스토랑을 추천해 주세요.


금돼지 식당은 엄선된 질 좋은 돼지고기를 숙련된 서버가 최상의 상태로 구워 주는 곳입니다.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과 누구와 가도 좋은 곳입니다.


친한 친구가 서울을 방문한다면, 어디를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자하손만두는 고즈넉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부암동에 위치한 레스토랑입니다. 찾아가는 길과 단아한 가정집처럼 꾸며진 레스토랑의 큰 창문을 통해 보이는 인왕산 뷰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서울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입니다. 죽과 냉채, 다양한 종류의 만두를 깔끔한 밑반찬들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코스 메뉴인 '자하 상차림'을 추천합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찾으시는 레스토랑이 있으신가요?


솔밤은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곳입니다. 엄태준 셰프님의 이야기가 담긴 맛있는 음식들과 솔밤 팀의 유쾌한 서비스는 축하할 일이 없는 날조차 축하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곳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자주 찾는 호텔이 있으신가요?


매일 찾는 곳이죠? 조선 팰리스는 조선 호텔에서 운영하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해외 럭셔리 호텔처럼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우리나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런 호텔입니다. 이타닉 가든이 위치하고 있기도 합니다.


즐겨 찾는 바가 있으시다면?


소코바는 클래식한 칵테일을 좋아하는 저에게 최적의 장소입니다. 언제 가도 기품 있는 분위기에서 멋진 바텐더들이 만들어내는 맛있는 칵테일을 아늑하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경성시대를 모티브로 한 칵테일들과 분위기 또한 매력적입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찾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남산을 올라갑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인데,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등산보다는 산책처럼 30분 정도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합니다. 처음 올라갔을 때는 굽이길이라 정상이 보이지 않아 언제쯤 도달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힘들고, 올라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헉헉거리며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느낀 것은, 어쩌면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의 두려움이 실제로 그 일을 행할 때의 힘듦보다 더 크기 때문에 일이 그르쳐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주로 퇴근 후 마음이 복잡할 때 찾는 곳이 남산입니다. 서울 시내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머릿속을 정리하곤 합니다.

국내 유일하게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두 곳의 헤드셰프로 활약하고 계십니다. 그 역할이 셰프님께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실지요?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장르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 곳만 운영할 때보다 이곳저곳 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지만, 두 곳을 운영하면서 각 레스토랑의 색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어떤 것에 집중해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방향성을 뚜렷하게 정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팀원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 큰 부담이었지만, 다양한 팀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얻는 긍정적인 시너지가 레스토랑들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요리는 요리인지라, 한쪽이 발전하면 다른 쪽도 자연스럽게 발전하게 됩니다. 셰프 개인으로서, 또 팀으로서 많은 성장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도전하고 싶으신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을 것이고, 현재의 레스토랑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들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팀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요즘 '이바지 음식' 등 전통 한국 음식을 배우는 데 흥미를 많이 두고 있는데, 올해에는 한국의 떡과 과자들을 좀 더 심층적으로 배우고 연구해 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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