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2 minutes 2026년 1월 15일

디쉬 속 이야기: 시간을 요리하는 세븐스도어 김대천 셰프

세븐스도어가 쌓아온 발효의 시간, 그리고 땅과 바다가 만나는 한 접시의 여정.

한국 음식의 중심에는 언제나 발효가 있습니다. 재료가 미생물의 호흡을 따라 천천히 변하며 감칠맛이 깊어지는 과정은 한국 식문화가 오래도록 다듬어온 기술이자 감각입니다. 이 발효의 세계를 동시대적으로 가장 치열하게 탐구해 온 셰프 중 한 명이 바로 세븐스도어(7th Door)의 김대천 셰프입니다.

세븐스도어 주방은 불의 강한 세기보다 시간의 온도에 더 귀 기울이는 공간입니다. 이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에서 ‘시간’은 조리의 한 요소이자, 맛을 형성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해마다 5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발효 식재료를 직접 담그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5년에 걸친 숙성을 통해 매일의 메뉴를 구성합니다.

그는 “세븐스도어는 시간을 요리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하며, “저희의 철학은 자연의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그 해의 온도, 온도 변화, 여러 요소를 사람이 억지로 통제하기보다 흐름을 읽고 맞춰가는 것”이 발효의 핵심이라는 설명입니다.

© MICHELIN
© MICHELIN

그 흔적은 세븐스도어와 김 셰프가 운영하는 미쉐린 셀렉션 레스토랑 비움·톡톡이 함께 자리한 청담동 건물의 작은 마당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2019 된장’, ‘2023 간장’ 같은 라벨이 붙은 장독대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이곳의 음식을 이끄는 재료이며, 시간이 맛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보여주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김 셰프는 발효를 “현재의 조건을 가장 잘 맞춘 형태로 조율해 나가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발효는 과학이자 기술이지만 그에게는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계절, 온도, 습도, 바람의 미세한 결을 읽으며 그때그때 최적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 — 그 모든 축적이 지금의 세븐스도어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가 이끄는 팀은 발효 재료의 숙성 상태를 매일 세심하게 기록합니다. 계절이 달라지면 발효 속도가 달라지고, 기온이 오르면 간장의 염도가 또렷해지며, 찬 바람이 불면 된장의 향이 더 천천히 깊어집니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맛을 조율하는 일이 세븐스도어의 핵심입니다.


더 알아보기: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은 날: 세븐스도어 김대천 셰프

© MICHELIN
© MICHELIN

사찰요리와 절제의 미학

김 셰프의 철학은 약 5년 전, 딸이 병원 치료를 받던 시기를 지나며 더 확장되었습니다. 대학병원 식당가의 제한적인 메뉴들을 보며 그는 “누구나 편안하게 드실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이 고민은 자연스럽게 그를 사찰 음식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북한산 진관사에서 처음 접한 공양 음식을 통해 깊은 맛을 내는 방식을 직관적으로 느꼈다고 합니다. 자극적인 향신 채소가 없어도 놀라울 만큼 편안하고 깊은 맛, 절제와 조화의 미학을 경험한 그는 이후 국내 사찰은 물론 일본·중국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조리와 수행의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절제·비움·순환이라는 사찰 음식의 철학은 한국 발효문화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이러한 감각은 비건 레스토랑 비움(Bium)의 탄생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오픈 6개월 만에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비움의 철학은 다시 세븐스도어의 요리로 흐르고 있습니다.

© MICHELIN
© MICHELIN

이 과정에서 김 셰프는 ‘시간’이 맛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음식의 본질적 맛은 “조리 과정이 아니라 재료가 지나온 시간에서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효소가 작용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재료가 가장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상태에 도달합니다. 그 뒤에야 비로소 우리가 하는 조리의 의미가 생깁니다.”

발효는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한국 음식의 구조적 원리를 이루는 기술입니다. 그는 이를 “부드러움과 마일드한 감각이 고급 식재료의 기준을 만든다”고 설명하며, 발효가 만드는 질감과 깊이가 세븐스도어의 모든 메뉴의 바탕이 된다고 말합니다.

김 셰프는 웃으며 “발효에 좀 미친 사람들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이어 “발효는 그냥 저의 삶”이라며 “어디를 가도, 무엇을 먹어도 늘 발효의 논리가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는 한국 음식의 맛을 이루는 전통적 개념을 “우리나라의 5미와 발효·숙성의 6미, 그리고 7미는 일곱 번째 문, 즉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세븐스도어라는 이름의 철학적 배경을 덧붙입니다.


더 알아보기: 바다향을 머금은 겨울 해조류 - 정관스님의 금발우 매생이 찜

© MICHELIN
© MICHELIN

장독과 병 속에 담긴 조용한 럭셔리

발효를 이해하는 김 셰프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와인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그는 “와이너리가 매해 달라지는 조건에 맞춰 와인을 만들어가듯, 발효 식품도 그와 같다”며 와인과 발효 음식이 같은 원리를 공유한다고 설명합니다. RSRV를 처음 맛본 것도 이 연장선상이었습니다. 미쉐린가이드 행사에서 RSRV를 접한 그는, 발효가 만들어내는 숙성미와 장인정신이 세븐스도어의 철학과 닮아 있다는 즉각적인 직관을 느꼈고, 곧바로 소믈리에에게 “리스트에 올리자”고 제안했습니다.

RSRV는 1827년 설립된 샴페인 하우스 메종 멈(Maison Mumm)이 선보이는 100% 그랑 크뤼(Grand Cru) 프라이빗 컬렉션입니다. 약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하우스의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가는, 비교적 한정된 사람들만 접할 수 있는 라인입니다. 과거 셀러 마스터들은 유난히 뛰어났던 해의 샴페인을 따로 엄선해 메종의 가장 귀한 손님을 위해 따로 보관했고, 그 병에 손글씨로 ‘RSRV(réservé)’라고 남겼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에도 그 정신은 이어져, ‘RSRV’라는 이름으로 소량만 한정적으로 생산·유통되고 있습니다

© MICHELIN
© MICHELIN

김 셰프가 말하듯, 발효라는 기술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장인정신과 숙성미는 RSRV가 지향하는 세계와도 닮아 있습니다. 한국의 장독대 속에서 천천히 농축되는 맛처럼, RSRV 샴페인은 시간·장인정신·테루아가 병 속에 축적된 조용한 럭셔리에 가깝습니다. 한 잔의 샴페인에는 그랑 크뤼 포도밭의 기후·토양·바람의 결이 시간과 함께 응축되어 있으며, 병 속 숙성을 거치며 더 정교한 구조와 깊은 여운을 띱니다. 김 셰프는 이 점을 두고 “한국의 장과 RSRV 샴페인은 결국 시간이 만든 농도를 다룬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고 말합니다.


바다의 테루아와 땅의 테루아가 만나는 자리

RSRV 블랑 드 블랑 2015는 코트 드 블랑의 그랑 크뤼 마을 크라망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로 만들어집니다. 이 지역 특유의 산도, 짭조름한 미네랄, 선명한 구조감은 김 셰프에게 단번에 하나의 재료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 완도의 전복입니다. 그는 “완도에서 전복을 직접 채취해봤는데, 전복이 다시마와 미역을 먹고 자라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며 이 생태적 관계를 ‘바다의 테루아’라고 설명합니다.


© MICHELIN
© MICHELIN

세븐스도어의 전복 요리는 이러한 자연의 결을 최대한 온전히 담는 방식으로 조리됩니다. 살아 있는 완도 전복을 다시마와 무로 감싸 세 시간 동안 천천히 스팀해 전복의 결을 열어주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끌어올립니다. 이후 그릴링으로 구운 향을 더해 풍미의 결을 또렷하게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마 육수에 세븐스도어 조선간장을 더해 만든 소스를 곁들이는데, 그는 이 조합이 “전복의 바다 향을 가장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준다”고 설명합니다.

세븐스도어의 전복 요리는 이러한 자연의 결을 최대한 온전히 담는 방식으로 조리됩니다. 살아 있는 완도 전복을 다시마와 무로 감싸 세 시간 동안 천천히 스팀해 전복의 결을 열어주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끌어올립니다. 이후 그릴링으로 구운 향을 더해 풍미의 결을 또렷하게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마 육수에 세븐스도어 조선간장을 더해 만든 소스를 곁들이는데, 그는 이 조합이 “전복의 바다 향을 가장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준다”고 설명합니다.

© MICHELIN
© MICHELIN

세 개의 시간이 만나는 순간

전복이 지나온 바다의 시간, 장독대에서 발효·숙성된 장의 시간, 포도밭과 병 속에서 쌓여온 샴페인의 시간. 이 세 개의 시간이 테이블 위에서 포개지는 순간, 김 셰프가 말하는 ‘시간의 농도’가 비로소 형태를 갖춥니다. 그는 “4천 년 이상 내려온 발효법을 좀 더 객관적이고 쉽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여정을 이어갑니다.


더 알아보기: 에빗, 부엌을 넘어 — 땅이 빚어낸 맛의 결을 찾아서

© MICHELIN
© MICHELIN
© MICHELIN
© MICHELIN

그의 시간은 이제 한국을 넘어 확장되고 있습니다. 김 셰프는 2026년 중국 항저우에서 새로운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이며, 현지 재료에 한국에서 직접 만든 발효 소스를 결합하는 조리 방식을 준비 중입니다. 한국에서 장독대 앞에서 보낸 시간과 새로운 환경에서 마주할 온도·습도·재료의 변화가 만나 또 다른 ‘시간의 농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세븐스도어와 RSRV가 만나는 자리는 음식과 샴페인의 조화를 넘어, 땅과 바다, 발효와 숙성,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온 시간이 어우러지는 장면입니다. 그는 이 만남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발효 음식과 발효 와인이 만나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저희가 하는 발효와 그들이 하는 발효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다루고 있을 뿐이니까요.”

© MICHELIN
© MICHELIN

People

계속 탐색하기 - 즐겨 읽을만한 이야기

Select check-in date
Rates shown in USD based on single occupa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