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0년대부터 호텔 추천을 이어온 미쉐린 가이드는 현재 전 세계 5,000개 이상의 호텔이 등재되어 있습니다. 2024년, 우수한 숙소들을 위한 새로운 평가 제도인 ‘미쉐린 키(MICHELIN Key)’를 도입했습니다. 미쉐린 스타가 최고의 레스토랑을 가리는 기준이라면, 미쉐린 키는 다섯 가지 보편적 기준을 통해 탁월한 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을 평가합니다.
-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의 우수성
- 서비스의 품질과 일관성
- 호텔의 개성과 독창성
- 가격 대비 가치
- 지역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기여
이 기준을 충족한 호텔들만이 미쉐린 키를 획득할 수 있으며, 레스토랑처럼 1키에서 3키까지 단계별로 등급이 부여됩니다.
- 쓰리 키(Three Keys): 대단히 특별하고 탁월한 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
- 투 키(Two Keys): 뛰어난 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
- 원 키(One Key): 특별한 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
쓰리 키는 타 도시에서도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수준의 숙박을 제공하므로, 가능하다면 꼭 한 번 체험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투 키와 원 키 역시 미쉐린 가이드가 엄선한 숙소라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주목할 만합니다.
참고로 미쉐린 키 호텔은 ‘가장 비싼’ 숙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활기찬 도시 한복판의 디자인 호텔부터 외딴 자연 속 리조트, 전통적인 료칸이나 유서 깊은 성채, 심지어 감시탑을 개조한 독특한 숙소까지 다양한 형태가 포함됩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도시들 속 미쉐린 키 호텔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뜨거워졌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의 집계에 따르면, 2024~2025년 기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도시로는 뉴욕, 도쿄, 런던, 방콕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이처럼 전 세계 여행자들을 사로잡은 인기 도시에는 미쉐린 키를 획득한 주목할 만한 호텔들을 다수 포진해 있으며, 이 특별한 숙소들은 새로운 여행 경험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도시—뉴욕, 런던, 도쿄, 방콕—에서 만나보실 수 있는 미쉐린 키 호텔들을 소개합니다.
일본 도쿄: 도심 속 치유, 그리고 절제와 여백의 미
정갈한 전통과 도회적 감성이 공존하는 미식과 미감의 도시입니다. 골목의 이자카야부터 세계적 수준의 다이닝까지, 감각적인 여정을 이어줄 미쉐린 키 호텔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원 키: K5
도쿄에서는 의외로 부티크 호텔을 찾기 쉽지 않은 편인만큼 K5는 더욱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일명 도쿄의 월스트리트라 불리는 니혼바시 가부토초에 자리한 이 호텔은, 1920년대 은행 건물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입니다.스톡홀름 기반의 건축 스튜디오 클래손 코이비스토 루네(Claesson Koivisto Rune)와의 협업을 통해, 이곳은 현대 스웨덴 디자인에 대한 정교한 오마주이자, 북유럽과 일본 미학이 은근히 닮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무대로 거듭났습니다. 절제, 여백, 따뜻한 질감의 조화—그 미묘한 감성의 결이 공간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투 키: 자누 도쿄 (JANU Tokyo)
아만(Aman)은 오랫동안 럭셔리 호스피탤리티 시장의 정점에 군림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자매 브랜드인 자누(Janu)가 조금 더 젊고 역동적인 감성을 지닌 차세대 여행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제안입니다.자누 도쿄는 롯폰기 힐스 바로 동쪽, 새롭게 조성된 복합개발 지구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 안에 자리해, 도시의 흐름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호텔로 완성되었습니다. 단절된 리조트형 호텔이라기보다는, 주변과의 연결을 지향하며 도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간입니다.
쓰리 키: 팔래스 호텔(Palace Hotel)
도쿄에서는 네온빛으로 가득한 도시의 밀도 속에서 벗어날 여유 자체가 가장 누리기 어려운 럭셔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팔래스 호텔은 그 자체로 특별한 가치를 지닙니다.황궁의 울창한 정원을 내려다보며 머무는 이 경험은, 마치 실제로 궁 안에 머무는 듯한 가장 가까운 감각을 선사합니다. 건축과 디자인은 일본의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절제된 품격을 오롯이 담고 있으며, 모던 재패니즘 풍의 인테리어는 균형감 있고 정제된 미감 위에 장인의 손길을 더한 듯 섬세하게 완성되어 있습니다.
미국 뉴욕: 트렌디함과 헤리티지가 교차하는 곳
뉴욕은 여전히 전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문화예술의 중심지입니다. 브로드웨이에서의 한 편, 소호 거리의 산책만으로도 감각이 깨어나는 도시에서의 여행을 보다 특별하게 빛내줄 미쉐린 키 호텔들을 소개합니다.
원 키: 더 호텔 첼시(The Hotel Chelsea)
더 호텔 첼시는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살았고, 머물렀고, 적어도 한 번쯤은 드나들었던 곳입니다. 레지덴셜 호텔로 운영되던 시절에는 마크 트웨인부터 아서 밀러, 패티 스미스, 톰 웨이츠, 레너드 코언, 그리고 마돈나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지금도 호텔 곳곳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시각 예술가들이 기꺼이—때론 월세 대신—기증한 작품들이 벽을 채우고 있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미술관처럼 느껴집니다.
투 키: 펜드리 맨해튼 웨스트(Pendry Manhattan West)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 메릴(Skidmore, Owings & Merrill)이 설계한 유려한 곡선의 유리 타워에 자리한 펜드리 맨해튼 웨스트는, 디자인과 소재 전반에 걸쳐 차분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전합니다. 객실과 스위트는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간결한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며, 그 덕분에 실내는 실제보다 더욱 넓고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로비에 위치한 바 펜드리(Bar Pendry)는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며, 가든룸(Garden Room)은 푸르른 식물들이 주는 아늑함을 속에서 커피에서 칵테일까지 제공합니다.
쓰리 키: 카사 치프리아니 뉴욕(Casa Cipriani New York)
1906년 배 선착장으로 지어진 배터리 마리타임 빌딩은 로어맨해튼의 화려한 보자르 양식건축물의 오랜 상징이었으며, 이제 전설적인 이탈리아 레스토랑 그룹 카사 치프리아니(Casa Cipriani)의 무대가 되었습니다.단순한 호텔을 넘어, 멤버십 기반의 프라이빗 클럽이자 럭셔리 부티크 호텔로 거듭난 이 공간은 뉴욕의 헤리티지와 현대적 세련미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3영국 런던: 럭셔리 호텔의 원조에서 감각적 부티크 호텔까지
역사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다층적인 도시 런던. 버로우 마켓의 활기에서 테이트 모던의 여운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분위기가 바뀌는 이 도시에서의 숙박은 미쉐린 키 호텔을 통해 한층 더 특별해집니다.
원 키: 더 할킨(The Halkin)
전 세계의 트렌디한 호텔들이 공용 공간에 힘을 주는 반면, 더 할킨은 객실 자체에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밀라노식 젠(Zen)’이라 부를 만한 이 객실들은, 고급 가죽 소재와 은은한 톤의 색감이 어우러져 넉넉한 공간감을 더욱 확장시켜 줍니다. 런던에서 이 정도 여유는 그 자체로 호사라 할 수 있는데, 대리석 욕실 역시 그에 못지않은 편안한 넓이와 우아함을 자랑합니다.
투 키: 헤이마켓 호텔(Haymarket Hotel)
헤이마켓 호텔은 키트 켐프(Kit Kemp)의 독창적인 디자인 감각을 바탕으로, 부티크 호텔의 아늑함 속에 럭셔리 호텔의 가치를 담아낸 공간입니다.
위치 또한 큰 장점입니다. 소호 호텔에서 남쪽으로 멀지 않은 피커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 인근에 자리해, 웨스트엔드 극장가 중심부에서 내셔널 갤러리와 메이페어의 유명 쇼핑 거리까지 모두 가까이에서 즐기실 수 있습니다.
쓰리 키: 더 서보이(The Savoy)
더 서보이는 흔히 ‘최초의 럭셔리 호텔’으로 불립니다. 1890년대 이후 등장한 모든 고급 호텔들은, 어쩌면 더 서보이의 초대 총지배인이었던 세자르 리츠(César Ritz)가 제시한 원칙과 철학에서 파생된 변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객실 내 욕실과 전기 조명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역시 그의 손에서 비롯된 것으로, 맞습니다—그 유명한 ‘리츠’ 호텔 브랜드의 그 리츠입니다.
태국 방콕: 감각의 레이어를 더하는, 도심 속 우아한 휴식
분주한 거리 속에서도 태국 특유의 여유가 살아 있는 다채로운 매력의 도시입니다. 스트리트 푸드부터 루프탑 바까지 이어지는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미쉐린 키 호텔만큼 든든한 선택은 없을 것입니다.
원 키: 137 필라스 스위트 & 레지던스(137 Pillars Suites & Residences)
방콕의 럭셔리 호텔계는 최근 몇 년 사이 부티크 호텔들이 속속 등장하며 스타일의 스펙트럼을 넓혔고, 공유 숙박의 확산은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등장한 137 필라스 스위트 & 레지던스는, 한 지붕 아래 전통적인 럭셔리 호텔의 품격과 현대적 레지던스의 실용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도시형 고급 숙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스위트 객실 투숙객에게는 전통적인 럭셔리 호텔에 가까운 정제된 서비스와 분위기가 제공되며, 무엇보다도 탁 트인 시티뷰를 자랑하는 루프톱 수영장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투 키: 카펠라 방콕(Capella Bangkok)
‘도심 속 휴양지’라는 표현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요. 카펠라 방콕은 넓게 펼쳐진 조경 정원과 아름다운 야외 수영장, 수준 높은 다이닝, 정제된 스파 시설까지—리조트의 요소는 충분히 갖췄지만, 방콕의 역사 지구인 올드타운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라는 점에서 도시의 활기와 고요한 휴식이 절묘하게 공존합니다.
객실과 스위트룸은 화려함 대신 절제된 고급스러움에 집중한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짜오프라야강(Chao Phraya River)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 창과 전용 발코니, 그리고 일부 객실에는 아담한 개인 수영장이 더해져, 프라이버시와 여유를 중시하는 여행자에게 더없이 안성맞춤입니다.
쓰리 키: 더 시암(The Siam)
더 시암은 방콕의 아르 데코 시대를 오마주한 호텔로, 감각적인 재현이자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완성된 공간입니다. 앤티크 가구와 빈티지 오브제, 그리고 서구 근대식 약식(colonial-style architecture) 미감을 곳곳에 녹여내며, 미니멀리즘 유행이 한참 지나간 지금, 다시 ‘질감의 미학’에 주목하게 합니다.
가장 기본 객실인 스위트는 약 80제곱미터의 여유로운 면적에, 풍성한 가구 배치와 고급 욕실, 그리고 전담 버틀러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어 진입부터 남다릅니다. 이보다 넓은 스위트는 그 규모가 놀라울 만큼 커지며, ‘코니스 코티지(Connie’s Cottage)’를 포함한 풀빌라 라인업에 이르면, 도심 어디에서도 쉽게 찾기 힘든 호화로움이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