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식 지형도에서 금돼지식당은 단연 눈에 띄는 존재입니다. 셰프, 연예인, 미식가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들이 찾는 이곳은, 한국인의 일상적인 입맛을 가장 세련되게 풀어낸 식당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 인기의 중심에는 고기의 정석을 보여주는 돼지고기 메뉴가 있지만, 이 집을 진짜 기억에 남게 만드는 건 의외로 김치찌개입니다.
식사의 마지막에 곁들여지는 사이드디쉬일 뿐인데, 그 존재감은 메인 못지않습니다. 금돼지식당의 김치찌개는 긴 시간 숙성된 김장의 풍미, 큼직하게 썬 돼지고기, 깊고 맑은 국물…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식사의 마지막을 강렬하게 장식하는 ‘킥’이 되어줍니다.
봄을 맞이한 요즘, 바로 이 시기가 김치찌개가 가장 맛있을 때입니다. 겨울을 나며 깊게 숙성된 김치가 제 맛을 발하며, 찬바람이 사라진 자리에 따뜻한 국물 한 숟갈이 위로처럼 스며듭니다. 금돼지식당은 해마다 김장을 직접 담급니다. 절임부터 양념, 보관, 숙성까지 모든 과정이 매장 내에서 이루어지며, 김치의 깊은 맛이 요리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김장용 김치는 배추 선택부터 시작됩니다. 알이 단단하고 단맛이 도는 배추를 골라 8~12시간 소금에 절이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뺍니다. 무와 마늘, 생강, 젓갈류를 갈아 고춧가루와 섞고, 다시마 육수로 농도를 맞춰 양념을 만듭니다. 여기에 쪽파를 더해 완성한 양념을 절인 배추 사이사이에 고루 발라 정성스럽게 버무립니다. 마지막으로 김치통에 차곡차곡 눌러 담고 겉잎으로 덮은 뒤, 저온 저장고 또는 김치냉장고에서 2℃ 이하로 6개월 이상 숙성하면 깊은 맛의 김치가 완성됩니다.
김치찌개는 이 숙성 김치로 만듭니다. 배추김치와 물을 넉넉히 넣고 강불에서 끓이다가, 큼직하게 썬 삼겹살과 전지를 더하고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중약불에서 시간을 들여 끓이다 보면, 국물은 더욱 진해지고 돼지고기는 결대로 부드럽게 풀립니다. 마무리로 두부와 대파를 넣으면, 봄날의 식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따뜻한 한 그릇이 완성됩니다.
김치와 김치찌개는 단지 식재료와 요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함께 담그고 나누었던 기억, 발효의 시간, 가족의 정서가 어우러진 한국인의 고유한 식문화입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그 본질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김치 한 포기와 찌개 한 그릇은 그 전통을 오늘의 방식으로 잇고 있습니다.
김장김치 레시피 (약 10포기 기준)
굵은 소금 (절임용)
다시마 육수 (농도 조절용)
쪽파 800g
까나리액젓 200g
멸치액젓 200g
새우젓 200g
생강 150g
마늘 600g
고춧가루 700g
무 1개 (1.5kg)
배추 10포기 (20~25kg)
레시피
1. 배추를 4등분하고, 소금을 켜켜이 뿌려 8~12시간 절입니다. 중간에 뒤집고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뺍니다.
2. 무는 갈고, 마늘·생강·젓갈류는 믹서에 갈아 고춧가루와 섞습니다. 필요시 다시마 육수로 농도를 맞춥니다.
3. 쪽파를 5cm 길이로 썰어 양념에 섞습니다.
4. 절인 배추에 양념을 골고루 바르고 김치통에 눌러 담습니다.
5. 겉잎으로 덮고 실온에서 24시간 숙성한 후 2℃ 이하에서 보관합니다. 금돼지식당 기준 약 6개월 숙성 시 최상의 맛이 완성됩니다.
김치찌개 레시피 (김치 10kg 기준, 30-35인분)
재료
두부, 대파 약간
소금 100g
굵은 고춧가루 320g
삼겹살 2kg, 전지 3kg
물 20L
숙성 배추김치 10kg
만드는 법
1. 김치와 물을 냄비에 넣고 강불에서 뚜껑을 열고 끓입니다.
2. 김치가 끓기 시작하면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간합니다.
3. 중불로 줄여 30분, 중약불에서 30분, 약불로 30분 더 끓입니다.
4. 마지막에 두부와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