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가 2025년 서울 & 부산 빕 구르망(Bib Gourmand) 리스트를 발표했습니다. 빕 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미쉐린 가이드의 특별한 카테고리로, 올해는 서울 58곳, 부산 19곳, 총 77곳이 리스트에 올랐으며, 이 중 서울 10곳, 부산 4곳이 새롭게 포함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음식은 시대를 담아내며, 도시는 맛으로 기억됩니다.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달 뿔레넥(Gwendal Poullennec)은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이 한국에서 활동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빕 구르망 레스토랑들을 통해 여전히 다채롭고 역동적인 한국 미식 문화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전하며, “한식뿐만 아니라 아시아, 미국, 유럽 등 다양한 국적의 음식 문화가 스며들면서 서울은 전 세계 미식가들에게 새로운 ‘미식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으며, 부산 역시 고유한 식재료로 빚어낸 향토 음식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다이닝 문화가 두드러지게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빕 구르망 리스트에서는 전통 한식의 존재감이 두드러졌습니다. 깊고 진한 국물의 곰탕과 국밥, 정성이 깃든 이북식 만두, 계절을 담아낸 냉면과 다채로운 면 요리들이 미식 지도를 새롭게 채웠습니다. 여기에 태국 음식과 비건 레스토랑이 더해지면서, 서울과 부산의 식문화는 한층 더 다채롭고 깊어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997년, 미쉐린 가이드는 빕 구르망이라는 기준을 도입했습니다. 탁월한 맛과 합리적인 가격이 공존하는 곳을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벼 왔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들은 올해도 변함없이 서울과 부산을 세심하게 탐색하며, 숨겨진 보석 같은 레스토랑들을 선정해 추천 리스트를 완성하였습니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14곳의 레스토랑은 각 지역의 특색과 개성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오랜 시간 불 위에서 깊은 맛을 완성한 국물 요리, 전통 방식을 고수한 이북식 만두, 그리고 혁신적인 감각으로 접근한 비건 다이닝까지—이번 리스트는 한국 미식 문화의 확장과 흐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은 긴 시간 동안 미식 지도를 새롭게 그려 왔습니다. 전통 한식이 깊이를 더하는 한편, 아시아,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가 어우러지며 독창적인 외식 문화를 형성하였습니다. 부산 또한 바다와 인접한 도시 특성을 살려, 향토 음식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다이닝이 성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의 빕 구르망 리스트는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한국 미식 문화의 흐름을 세밀하게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5년 서울 & 부산 빕 구르망 리스트는 미쉐린 가이드 공식 웹사이트 (https://guide.michelin.com/kr/ko)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 빕 구르망’ 서울 지역 신규 선정 레스토랑 10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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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랩은 그 이름처럼 곰탕을 연구하고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하는 곳이다. 임정식 셰프는 평화옥 시절부터 국물 연구에 줄곧 매진해 왔다. 사골과 스지, 우족, 꼬리를 10시간 넘게 고아 걸쭉하게 만든 콜라겐 사골 곰탕이 그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먹고 나면 콜라겐의 점성이 입술에서 꾸덕꾸덕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식감이 쫄깃하고 부드러운 고기와 밑간이 잘 된 국물이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고기만 넣은 맑은 고기곰탕과 매운 양곰탕 등 메뉴 선택의 폭도 넓다. 콜라겐 사골 곰탕은 하루 20그릇만 판매하니 개점 시간에 맞춰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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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미나리의 곰탕은 초록색 미나리가 수북하게 쌓여 있어 얼핏 보면 이게 탕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맑고 깔끔한 국물에 미나리의 알싸한 맛이 시원함을 배가시키는 이 곰탕은 그날그날 도축한 신선한 한우와 맑은 물에서 키운 미나리를 사용하여 담백하고 잡내가 없다. 입장하려면 늘 대기를 해야 하지만 한입 맛보면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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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의 흥미로운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니시무라 타카히토 셰프의 라멘 식당이 서울에 문을 열었다. 니시무라멘 서울은 니시무라 타카히토 셰프의 남다른 라멘 사랑의 결과물이다. 토핑과 소스, 오일 등을 곁들여 완성한 풍성하고 입체적인 라멘 맛에서 셰프의 독특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라멘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김 오일과 청양고추, 백김치 스타일의 쯔께모노를 활용하는 등 현지화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갓 지은 솥밥에 치즈와 라멘 국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밥 요리도 니시무라멘의 개성이 느껴지는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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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울은 김도윤 셰프가 윤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공간이다. 윤서울에서 선보였던 자가 제면 요리를 따로 판매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오픈한 곳이다. 화학 첨가물 없이 통밀과 녹두, 백태만으로 면을 뽑는데 최적의 조합을 위해 국내산과 프랑스산, 터키산 통밀을 섞어 사용한다. 신선하고 고소한 면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들기름면 외에 알싸한 양념의 비빔면, 고사리와 들깨로 맛을 낸 고사리면도 일품이다. 반주로 판매하는 전통주도 한 잔 곁들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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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지만 동시에 젊음의 생기가 느껴지는 합정동의 어느 골목에 자그마한 이북식 손만둣국집 미필담이 있다. 이곳의 주인인 젊은 부부는 황해도 출신 외할머니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이북식 만둣국의 담백한 맛을 손님상에 올린다. 두툼하고 속이 꽉 찬 손만두에 별다른 가미 없이도 담백한 육향을 자랑하는 국물의 조합은 거부하기 쉽지 않은 맛이다. 담백하고 슴슴한 만둣국 외에 계절에 맞춰 정성껏 선보이는 한식 메뉴에서 주인 부부의 노력이 느껴진다. 좌석 구조상 혼자 식사하기에도 적합하고 친구나 연인과 함께 찾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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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퀴진 전문 셰프로서 견실한 시간을 보내온 김낙영 셰프의 개성 있는 면 요리 레스토랑 서교난면방. 파스타와 라자냐를 전문적으로 다루던 셰프의 손에서 나온 난면은 그의 경험과 아이디어가 녹아든 한국적이면서도 이탤리언 퀴진의 감성과 터치가 가미된 독창적인 맛의 즐거움을 준다. 셰프는 이 독특한 경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난면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구엄닭 난면, 그리고 닭 육수와 한우 육수를 섞어 만든 서교 난면 등 매력적인 국물 맛과 난면의 식감을 즐길 수 있는 면 요리가 대표 메뉴다. 이 외에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면 요리도 있어 철마다 방문해 색다른 맛을 즐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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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에서 시작된 이경희, 정종문 부부의 공간은 강화의 서령을 거쳐 서울 남대문의 서령으로 이어졌고, 그 여정은 자연스럽게 이들의 면 요리를 사랑하는 식도락가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서울에 터전을 잡은 뒤에는 전보다 많은 좌석과 쾌적한 식사 공간을 확보하고, 정성과 진정성을 쏟아 면과 육수를 준비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 가고 있다. 모든 면은 면장 정종문 셰프의 관리하에 100% 순 메밀면으로 만들어 낸다. 서령 순면, 비빔 순면, 들기름 순면으로 맛에 변주를 주어도 고유의 메밀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정갈하게 담긴 면에 곁들여 나오는 만두와 항정 제육이 더욱 풍성한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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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에이는100% 식물성 재료와 대체육을 사용해 중식을 만드는 곳이다. 중식인데 비건식이라니? 고기를 넣지 않은 중식은 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비건식이 낯선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맛은 기본이고 기름기가 적어 소화도 잘 되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탕수육과 유린육 등 대체육을 사용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쫄깃한 튀김 요리는 물론 비건 짬뽕까지 맛볼 수 있다. 비건식으로서도, 중식으로서도 훌륭한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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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메밀만을 사용해 씹을수록 메밀의 구수함이 느껴지는 순면에 고소하고 진한 육수와 풍부한 메밀향을 느낄 수 있는 옥돌현옥. 생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평양냉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호평을 받는 곳이다. 두부가 많이 들어가 구수한 만두를 비롯해 어복쟁반과 가자미식해도 인기 메뉴이다. 콜키지를 지불하면 와인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슴슴하지만 깊은 맛을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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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은 작지만 세련된 타이 비스트로다. 한남동 골목 안 깊숙이 숨어 있어 초행길이면 찾기가 쉽지 않다. 태국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돌아온 김유한 셰프의 공간으로, 이름은 익숙하지만 처음 접하는 메뉴를 선보인다. 태국식 소시지와 직접 만든 육포, 구운 오리 가슴살과 제철 사시미, 여기에 태국식 그린 소스를 올린 요리까지 다양한 맛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요리와 궁합이 좋은 내추럴 와인과 사케도 추천받을 수 있으니 함께 즐기기를 추천한다.
‘2025 빕 구르망’ 부산 지역 신규 선정 레스토랑 4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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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평냉은 딱 100일만 운영하는 냉면집으로 2023년 하반기에 큰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냉면 맛에 대한 확신이 분명했던 곽동훈 대표는 2024년 3월 3일 '뛰어날 백'과 '편안할 일'을 합친 '백일'이라는 이름의 평양냉면집을 정식으로 오픈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유명 평양냉면집의 맛을 연구한 끝에 백일평냉 고유의 맛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섬세하며 은은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육수 한 모금에서 이곳의 냉면 맛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냉면 외에도 접시 불고기, 어복쟁반, 만두 같은 한식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술자리로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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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은 그 식재료의 구성에 따라 다양한 맛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매력적인 한식이다. 비비재는 이처럼 다양한 식재료의 조합을 통해 색다른 맛의 비빔밥을 선보이는 곳이다. 기본이 되는 전통적 비빔밥 외에 제철 식재료를 독창적으로 조합해 만든 비빔밥 등 익숙하지만 흥미로운 비빔밥 메뉴를 경험할 수 있다. 또 하나, 모든 비빔밥 메뉴를 따끈따끈한 돌솥비빔밥으로 변경할 수 있어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평범한 비빔밥에 다양한 맛의 색채를 입히고 있는 비비재의 노력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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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짓간'은 '부엌'의 경상도 방언이다. 2011년 문을 연 정짓간은 부산식 돼지국밥 전문점이다. 국밥에 들어가는 육수를 매일 직접 끓여 준비하는데 진한 사골국같이 뽀얀 국물은 깔끔하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국밥에 듬뿍 올라가 있는 얇고 부들부들한 고기와 부속 고기, 순대 등 원하는 재료를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 항정살로 만든 수육과 막국수도 이곳의 대표 메뉴. 24시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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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월관의 곰탕 한 그릇에는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과 그 맛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다. 한월관에서는 식용으로 키운 미경산 한우 암소만을 사용한 덕분에 곰탕 국물에서 특유의 은은한 육향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곰탕은 맑은 고기 육수 또는 진한 사골 육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곰탕에 올라가는 양지와 차돌, 도가니를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 곰탕 한 그릇만으로도 다양한 한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유기그릇에 정갈하게 제공되는 김치를 비롯한 기본 찬들도 곰탕의 맛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