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꼭 맞는 술을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직접 술의 맛을 조정하며 완벽한 조합을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셰프들은 약주, 소주 등의 전통주부터 맥주까지 새로운 영역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쳐냅니다. 주방 밖의 세상으로 새로운 발자국을 내딛고 새로운 맛과 향을 탄생시키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들을 소개합니다.
한국 술에 대한 헌사
직접 술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레스토랑 에빗의 음식은 매우 독특하고 다양합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한국 식재료와 한국 음식을 바라보고,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목표인 만큼 전에 없던 맛의 디시들로 가득하죠. 음식 뿐만 아니라 술에서도 저희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더 나아가 저희만의 주류 페어링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술이 있지만 한국의 술 문화와 한국 술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감탄을 표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완성된 것이 저희의 첫 술, 오마이갓(Oh my GAT) 입니다.
오마이갓은 어떤 술인가요?
오마이갓은 한국의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전통주로, 삼양춘을 만드는 송도향 양조장의 도움을 받아 술을 빚을 수 있었습니다. 삼양춘은 전통주중에서도 세 번 빚어 만드는 삼양주로, 삼양춘의 기법에 에빗의 아이디어를 담았죠. 맛 뿐만 아니라 병, 직접 그린 라벨까지 모든 디테일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향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주는 술입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직접 채취한 목련으로 술을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재료가 될 좋은 백목련을 모으는데 가장 신경을 썼어요. 그리고 백목련의 맛과 향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원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청의 형태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원하는 맛을 구현할 수 있는 청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베이스가 될 술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여러번의 테이스팅을 거쳐 저희가 원하는 맛을 담은 술을 만들어낼 수 있었죠.
앞으로 더 다양한 술에 도전해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네. 최근에는 맥주를 만들었어요. 고춧가루를 넣어 새콤함과 은은한 매콤함이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맛의 술이에요. 현재도 많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고, 곧 여러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에빗이 탄생시킬 재미있는 술들을 기대해주세요.
전통을 잇는 현대적인 방법
온지음에서는 예전부터 직접 빚은 술을 선보여왔습니다. 직접 만든 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우리 음식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전통주 본연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죠.
한국의 전통주는 완성된 형태의 맛인 경우가 많아요. 단맛, 감칠맛, 신맛 등이 꽉 차있어서 술 그 자체로 완성된 맛을 내기 때문에 음식에 곁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에 주세령을 내리며 집집마다 이어지던 많은 전통주 레시피가 유실되어서 종류도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온지음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맛의 술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온지음에서는 어떤 술들을 만들고 있나요?
삼해주, 온지음 소주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통주를 직접 만들기로 하고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술에서 시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주인 삼해주와 향온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전통주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힘에 대해 더욱 잘 알게되었어요. 어떤 조건에서 어떤 맛이 나는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온지음만의 맛과 향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같은 방법으로 빚었는데 어떤 것은 시고, 어떤 것은 쓰고. 끊임없이 연구를 한다는 자세로 계속해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헌자료로 남아있는 술들을 발견하고 재현해보면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도 포도주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포도에 쌀과 누룩을 넣어 빚는 술인데, 와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이걸 응용해서 온지음에서 사용하는 여러 과일로도 술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귤, 진피 등의 청을 만들면서 술도 함께 빚어보기도 했어요.
앞으로 온지음에서는 어떤 술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한국의 전통적인 술을 복원하고, 재현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도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술을 만들고 있어요. 홉을 사용해서 만들기도 하고 직접 증류해 만든 소주에 석이버섯이나 트러플, 사프란을 넣은 담금주를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영귤이나 백향과(패션푸르츠) 같은 과일로 담근 술을 페어링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술은 백화주(百花酒)인데, 백가지 꽃으로 빚은 술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착안해 온지음에서는 백가지 과일로 술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럼 '백과주(百果酒)'가 되겠죠?
레스토랑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
술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오래 전부터 우리만의 술을 빚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스와니예는 주기적으로 메뉴를 바꾸는 형태로 운영되어 다양한 셰프의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료의 경우 완성되어있는 주류를 구입해 음식과 매칭하다보니 소믈리에의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보여줄 수는 없었죠. 그래서 소믈리에와 셰프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술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술로 맥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예전에 함께 일했던 셰프들 중에서도 자기 브랜드의 맥주를 출시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맥주를 만드는 것이 일종의 숙원사업이었죠. 최근 우리나라 수제맥주 시장이 굉장히 성장했고 다변화된 덕분에 협업을 통해 브랜드만의 전문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경지가 되었더라고요.
스와니예의 맥주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사워비어 계열인 고제 맥주 스타일에 기반으로 하는데, 드라이한 맛에 산미를 더욱 끌어올리고 감칠맛을 내는 요소를 더했습니다. 브루구루의 마스터브루어인 박상재 대표님과의 협업을 통해 저희가 원하는 맛의 술을 차근차근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스와니예의 컨템포러리 서울 퀴진의 철학을 담아 샴페인을 대체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페어링을 시작하는 첫 번째 술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식사를 여는 한 잔의 샴페인이 주는 그 뉘앙스를 맥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3월에 만들기 시작해서 병입을 마치면 7월 즈음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완전히 숙성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병입한 후 연말까지 숙성을 거칠 예정입니다.
술을 만들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면요?
맥주는 대중적이고 캐주얼한 술로 여겨지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맥주를 다이닝 레스토랑의 페어링 주류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스와니예의 맥주는 셰프와 소믈리에, 그리고 마스터브루어의 협업으로 고급화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맥주라고 말하지 않으면 맥주라고 생각하지 못할, 그런 맛을 내면서 음식과도 잘 어우러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첫 시도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