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수의 창립자 안성재 셰프. 그 이름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울려 퍼져 한국 파인다이닝의 정수이자 현대 파인다이닝의 새로운 물결을 이끄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넷플릭스의 인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두 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화면 너머로 자신의 요리 철학과 깊이를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그의 공감 어린 멘토링과 날카로운 통찰은 시청자에게 한국 요리의 본질을 섬세하게 스며들게 했습니다. 전통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당당히 맞서며, 깊이 있는 통찰력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콘텐츠 중에서도 빠르게 상위권에 오른 시리즈로, 안 셰프의 철학을 가까이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는 혁신과 전통을 조화롭게 담아내며, 한국 파인다이닝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정과 진정성은 그의 스크린 속 모습뿐만 아니라 한국의 엠버서더로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다졌습니다.
흑백요리사는 요리 대결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각 셰프의 삶과 철학이 한 접시에 담긴, 하나의 작은 우주였습니다. 프로그램 속 안 셰프의 모습은 화려한 기술을 넘어, 요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진정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전통과 혁신, 그리고 진정성이 만나는 셰프들의 요리는 한국 요리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한국으로 이끕니다.
이 같은 트렌드 속에서 안 셰프와 같은 인물들은 글로벌 브랜드의 얼굴로 자리 잡으며, 요리사의 전문성과 이야기를 강력한 브랜딩 자산으로 활용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트레디션과 테크닉과 아이디어가 모였을 때, 어느 정도의 혁신”
안성재 셰프는 인터뷰와 광고에서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11월 4일, 그는 한 글로벌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광고에 출연해 솔직한 멘트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끔 먹을 거 같아요”라는 그의 담백한 표현은 140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광고라는 프레임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철학을 드러냈습니다. “진정성이 없는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저는 연예인이나 사업가가 아니라 셰프입니다.”
화면 속 한결같은 면모, 진정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잠시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신기한게, 초등학생들이 저를 엄청 좋아해줘요. 좀 억울하긴 한데 (벨루가가)보니까 좀 귀엽게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생긴 게 이렇게 생겼는데요. 내가 뭐 고친 것도 아니고. 그냥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어요. 좋아요.(웃음)”
흑백요리사는 요식업계, 한국 문화 전반에 큰 여운을 남겼습니다. 흑백요리사 출연에 대해, 그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외식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목표였다고 미쉐린 가이드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흑백요리사’ 속에서 그의 모습이 비로소 드러나기까지, 그 여정에는 그의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엄격한 프로페셔널리즘이 함께했습니다. 단순했던 시작부터, 업계를 이끄는 베테랑 셰프의 위엄에 이르기까지, 그가 쌓아 올린 과정은 마치 거친 풍파를 견디며 단단히 뿌리내린 나무와도 같았습니다. 엄격한 기준 속에서 빚어진 그의 캐릭터는 프로그램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 여정과 그에게 남겨진 것들에 대해 그는 진중히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프로그램 섭외 과정에서 말씀하시기를 ‘심사를 하면 국내에서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안성재 셰프: 제가 이 말씀을 드린 이유는, 흑백 요리사가 어떤 프로그램인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제 의견을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쇼가 아닌 외식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콘텐츠이길 바랐습니다. 셰프들이 열심히 일하는 직업을 단순한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닌, 그들의 노력이 진지하게 전달되었으면 했고, 이 부분에 대해 강하게 피력했어요. 이 과정에서 '알겠다'는 답을 들었고, 그제야 그들이 저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로젝트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그들 역시 저를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었으니까요.
물론 저 역시 제 조건이 있었습니다. '이 쇼가 이런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참여하겠다'고 요청했고, 제작진이 제 의견에 동의해주었습니다. 만약 그들이 제 의견을 배제하고 단순히 재미 위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면, 저는 바로 '됐습니다' 하고 나왔을 거예요. 하지만 제작진이 제 의견을 수용했고, 저도 감사하게 수락했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이 원하는 것이 결국 특정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진 사람이란 걸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한식이나 일식을 저보다 더 잘 아는 분들은 많습니다. 한국에서 저보다 한식을 더 잘 아는 분들도 많고, 중식에 있어서는 훨씬 뛰어난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를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그 모든 것을 접해 본 사람으로서는 제가 가장 경험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길거리 음식부터 미쉐린 레스토랑까지 포괄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는 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금 자랑이긴 하지만요.
그 촬영이 참 힘든 과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안성재 셰프: 근데 재밌었어요.
재미있으셨다니, 과정이 어떻게 다가오셨어요?
안성재 셰프: 새로운 일을 할 때면 저는 힘들다는 생각보다 그 경험 자체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물론 다음에 또 촬영을 하게 된다면 '아, 이거 힘든데' 싶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했을 때는 새롭고 긴장되면서도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카메라가 켜져서 제가 음식을 설명할 때도 있잖아요? 그 순간에도 '내가 카메라 앞에서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그냥 저 자신, 그리고 동료 셰프가 만든 음식, 그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죠. 늘 주방에서 하던 일들이니까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셰프님의 심사 기준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주방에서 매일 하시던 일 이네요.
안성재 셰프: 네 그렇죠.
참가자들에게 건설적인 조언과 격려를 많이 주시는 것 같은데, 혹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참가자가 있으신가요? 특히, 조언을 잘 받아들여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참가자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안성재 셰프: TV에서 볼 때는 모든 참가자들이 최소한 제 앞에서는 제가 하는 말에 경청해 주셨던 것 같아요. 물론 뒤에서는 '저 사람이 뭐래?' 하며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었겠지만, 제 앞에서는 진지하게 들어주셨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연락을 주신 분이 있었는데요, ‘코리안 타코킹’이라는 셰프였어요.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셰프님의 가게에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분이 저를 전혀 모르셨죠. 저는 공인이 아니니까요. 나중에 방송을 통해 그분이 참가자로 나온다고 했을 때, 그분 앞에 섰었어요. 그 장면은 아쉽게도 영상으로 남아 있지 않아요.
'코리안타코킹', 에스콘디도의 진우범 셰프님이요. 조금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안성재 셰프: 그 셰프님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심사위원으로 그분을 맡게 되었는데, 그때 제가 그분께 '오늘 운이 안 좋으신 날이네요'라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제 판단으로는 제가 심사위원이 아니었다면 그분이 통과하셨을 거거든요. 백종원 씨가 심사하셨다면 아마 무사히 넘어갔을 텐데요. 제가 멕시코 음식을 잘 알아서 그분이 한 작은 실수를 알아차렸어요.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사소한 실수였어요. 하지만 저는 멕시코와 캘리포니아에서 자라 멕시코 음식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거죠. 실수인데 거의 뭐 99%는 모를 만한 실수를 하셨어요. 여기서 말하진 않겠습니다.
제가 멕시코 음식을 자주 해먹고 조리 과정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왜 맛이 이렇죠?'라고 물었을 때 그분이 솔직하게 '제가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라고 답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오늘 정말 운이 없으신 것 같아요. 이 타코에서 실수가 나면서 의도했던 맛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게 확실히 드러납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운이 없으셨던 건, 제가 심사하지 않았더라면 그분이 통과하셨을 것 같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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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그분의 음식이 괜찮았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대회인 만큼 지금 만든 음식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이번 요리는 잘못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분께 '탈락이십니다'라고 말씀드렸죠. 물론 그분이 요리를 잘하시는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 제가 맛본 한 입은 잘못된 요리였기에 탈락을 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이후에 그분이 '셰프님께서 주신 말씀 덕분에 제 레스토랑 메뉴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그 메시지를 받고 저도 사실 한 입만으로 판단하는 게 과할 수 있지만, 그 순간에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응원합니다. 다음에 꼭 다시 찾아가겠습니다'라고 답장을 드렸죠. 그 이후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신당동 중앙시장에 새로운 파트너십으로 가게를 열었다고 들었고, 초대도 받았지만 아직 방문하진 않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우리는 음식으로 셰프 대 셰프로서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었고, 단지 TV 쇼가 아닌 진지한 대결에 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요리에 집중했기 때문에 서로의 진심이 전해졌던 것 같아요. 제가 진심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분과 연결이 되었던 것 같고, 다른 셰프님들에게도 제가 드린 조언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어떤 이 에게는 제가 선배로서 어떤 면에서는 더 경험을 좀 많이 한 사람으로서.
프로그램에서 '혁신'을 자주 언급하셨는데, 셰프님께서 생각하시는 혁신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안성재 셰프: 사실 혁신의 기준을 논하는 건 제 몫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의 기준은 있습니다. 서울, 한국 안에는 우리만의 고유한 기준이 존재하죠. 하지만 모두가 지향하는 것은 결국 국제적인 표준에 맞추는 것입니다. 국제적인 표준을 알려면 한국에서 어떤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음식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 프로그램은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전문 셰프들도 보고 있을 텐데, 포장된 오래된 기술이 혁신이라고 불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진정한 혁신은 깊이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오래된 것을 잘못 포장해 온다고 해서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혁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국제적인 표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작은 노력들이 모여 가는 방향이 맞다면 그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오래된 것을 억지로 끌어와 혁신처럼 보이려 하는 것은 진정한 혁신이 아닙니다.
혁신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갑자기 알게 되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이나 관심 있는 이들이 봤을 때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여야 하죠. 그리고 사실 되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논문을 쓸 때도 마찬가지지만 AI를 사용해서 논문을 쓰면 그거 정말 잘 쓰고 혁신적인 거, 아니잖아요.
진정한 혁신은 오리지널리티와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하고, 틀릴 수 있더라도 발견과 놀라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촬영 중에 ‘이 케이스는 정말 혁신적이다’라고 느끼신 순간이 혹시 있으셨나요?
안성재 셰프: 정지선 셰프님이 만든 ‘빠쓰’가 어느정도 혁신적이라고 느낀 이유는 단순히 그 테크닉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궁지에 몰렸을 때 문화와 재료를 접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데 있다고 생각해요. 빠쓰라는 개념에 한국적인 재료인 시래기를 접목한 것이 독창적인 시도였죠. 시래기가 중국에도 있지만, 한국적인 방식으로 활용한 것은 한국만의 고유한 시도였습니다. 이처럼 전통, 테크닉,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한데 어우러질 때 진정한 혁신이 탄생한다고 봅니다.
어디선가 시래기로 빠쓰를 만드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로서는 알 수 없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섣불리 단정짓기보다, 제가 해석한 바를 설명드리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이 업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사이트를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안성재 셰프: 이 프로그램이 이미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런 이슈들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셰프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미쉐린 여부와 상관없이, 저를 포함해 우리 업계 전체가 국내외 손님들의 관심이 더 많아지는 시기에 철저히 준비하고,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릴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우리가 하는 일의 멋진 면을 잘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단지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이 정도에서 멈춘다면, 우리의 문화는 발전을 멈추게 될 겁니다. 이건 단순한 트렌드나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커뮤니티가 함께 노력한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외식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2월 말, 모수 서울의 재개장을 앞두고 그는 새로운 도전과 함께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며 신중히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홍콩 외의 새로운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가장 먼저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