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일까, 아니면 61초일까.
안성재 셰프의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그의 팝업 이벤트나 협업 소식이 전해지면 모든 예약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매진됩니다.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모수 홍콩으로 이어집니다. 모수의 수장이자 모수 홍콩의 오너 셰프로서 그는 요즘 숨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미식가들과 현지 고객, 그리고 국제적인 식도락가들까지—모수 홍콩은 실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홍콩은 아시아의 관문으로 불리는 활기찬 교차점이에요. 세계와의 역동적인 교류와 무역이 이뤄지는 곳이죠.”
그를 서울 미쉐린 선정 호텔인 그랜드 하얏트의 로비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고요하면서도 분주한 로비의 공기는 그가 소화해 온 바쁜 일정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미쉐린 가이드의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진행 된 인터뷰 후에는 홍콩 모수 팀과의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양해를 구한 뒤, 클럽 샌드위치, 과일 주스, 그리고 프렌치프라이를 주문해 가볍게 곁들이며 인터뷰를 이어갔습니다. 짧은 여유 속에서도 그는 홍콩과 그 문화를 향한 깊은 애정을 담담히 풀어놓으며, 자신의 이야기에 섬세한 감정을 덧입혀 갔습니다. “모수 서울이 문을 닫은 지금, 더 잘해야 할 때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열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리더십의 본질과 로컬 정체성의 가치
모수 홍콩의 오너 셰프로서, 안성재 셰프는 팀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리더십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항상 현장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는 팀원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레스토랑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합니다.“현장에 너무 자주 있거나 지나치게 개입하면 직원들이 저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이 철학은 모수 서울 시절부터 함께해 온 정진환 헤드 셰프를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정진환 셰프는 한국 요리의 전통을 홍콩의 문화와 융합하며, 현지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수 홍콩은 현지 셰프들이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여정입니다,” 라며 그는 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조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의 철학과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최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홍콩에 대한 애정으로 빚어낸 미식의 조화
안성재 셰프의 홍콩에 대한 애정은 요리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집니다. 그는 홍콩을 문화와 무역의 교차점으로 여기며,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는 독특한 공간으로 표현합니다.“홍콩은 프랑스 셰프가 프랑스에서 모든 재료를 가져와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며, 일본 셰프 역시 본토의 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곳입니다,”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안셰프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따르기보다, 홍콩의 문화를 녹여내는 도전적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수 서울을 그대로 홍콩으로 가져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다면 그건 단지 또 하나의 외국 레스토랑이 되었겠죠. 제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현지 문화를 반영한 진정한 로컬 레스토랑입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팀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미래를 향한 흔들림 없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는 이노베이티브한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현지의 문화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미식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그의 철학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홍콩의 로컬 미식 문화와 트렌드는 안성재 셰프의 테이스팅 코스 구성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는 생선을 예로 들어 이러한 미식 문화를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는 테이스팅 메뉴에 생선 두 가지를 포함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옥돔을 구운 뒤 가자미를 튀겨 내는 방식이죠. 조리법도 다르고 맛도 다르니까요. 옥돔은 서 있는 생선이고, 가자미는 누워 있는 생선이라 완전히 다른 식감과 풍미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이 같은 메뉴 구성 방식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홍콩에서는 생선을 튀기든 찌든 두 가지 생선을 함께 내면 ‘틀렸다’고 평가받을 수 있어요.컴플레인도 정말 많이 들어오고요. 예를 들어 광동식 음식점에서는 생선 요리를 여러 가지 주문할 수 있지만, 테이스팅 코스에서는 생선 두 가지가 나오는 일이 없죠. 그게 문화적인 차이예요.”
안 셰프는 이러한 차이를 처음 접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회상합니다. “한국에서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다양한 생선을 사용하잖아요. 하나는 굽고 하나는 찌는 식으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요리해서 코스에 넣는 게 자연스럽죠. 하지만 홍콩에서는 아무리 다르게 요리해도 생선 두 가지를 같은 코스에 내면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해요.” 그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단순히 하나의 사례에 그치지 않으며, 메뉴 구성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얼마나 더 많은 차이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메뉴를 짤 때 이런 모든 걸 다 고려해야 하죠. 또, 한국 셰프로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죠” 안성재 셰프의 말에서는 지역의 문화적 맥락을 존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통과 혁신의 균형이 잡힌 메뉴를 창조하려는 그의 세심한 접근과 통찰력이 느껴집니다.
모수 홍콩의 모든 요소는 그의 이러한 철학과 세심한 접근법을 바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메뉴에서부터 분위기까지, 현지의 취향과 감각을 섬세히 반영한 디쉬는 안성재 셰프의 비전을 충실히 구현하며, 모수 홍콩은 홍콩의 미식 세계에서 조화롭게 스며들었습니다.
세심한 접근법, 창의적 협업, 그리고 전통과 혁신의 균형
안성재 셰프는 협업에서도 그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협업은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하고 각자의 문화를 기념하는 데 있습니다. 함께 창조해내는 조화가 중요합니다.”
다가오는 포핸즈 다이닝 이벤트 '아시아 미식의 진수 (Reveal the Asian Culinary Mastery)'에서는 대만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JL 스튜디오 (JL Studio)를 이끄는 지미 림 (Jimmy Lim) 오너 셰프와 모수 홍콩이 협업하여 특별한 테이스팅 코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안성재 셰프는 이번 협업에 대해 "싱가포르와 한국의 문화를 조화롭게 융합하여, 홍콩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미식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수 홍콩이 호스트로, 지미 림 셰프님을 초청하는 자리인 만큼, 저는 그분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존중합니다. 게스트 셰프이시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지미(림 셰프)가 '나는 락사(Laksa)를 하고 싶어. 락사를 할 거야'라고 말씀하시면, 저는 먼저 락사에 들어가는 재료를 묻습니다. 만약 해산물, 새우가 들어간다고 하면, 저는 락사 이전에는 해산물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또, 만약 지미 셰프님께서 싱가포리안 냉채를 준비하셨다면, 저는 그 뒤로 같은 종류의 냉채를 메뉴에 추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재료나 아이디어, 혹은 콘셉트가 겹치지 않도록 메뉴를 세심하게 조율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오시는 손님들이 뭘 좋아하실지도 고려하며, 파이널 메뉴가 나와도 또 신중한 조율을 할 겁니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셰프들은 현지 문화를 반영한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특히 셰프들은 나라별 식문화의 차이와 특성을 설명하며, 각 요리에 담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것입니다.
끊임없는 조율을 통해 두 거장은 깊은 인사이트와 전문성으로 손님들에게 평생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미식의 즐거움과 더불어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어, 그는 다가오는 이벤트에 얽힌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들려주었습니다. 배우 주윤발이 직접 연락해 모수의 이벤트 방문을 약속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안 셰프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한층 낮고 따뜻한 목소리로 덧붙였습니다. “그분이 최근 새 영화를 촬영하셨는데, 모수에서 식사를 하실 예정입니다. 주윤발 씨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만남이 무척 기대됩니다.” 그의 말 끝에는 홍콩을 향한 애정과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많은 관심과 기대를 그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안성재 셰프는 향후 협업이나 이벤트와 관련해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저는 잘 맞는기회가 있을 때마다 협업을 진행합니다. 사실, 제 음식은 대중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소수의 분들께 더 깊은 경험을 선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수백 명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분이 드시더라도 의미 있고 특별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도약과 지속 가능한 비전
안성재 셰프의 여정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어 서울, 그리고 홍콩에 이르렀습니다. 그의 대담한 비전과 쉼 없는 열정은 모수 홍콩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습니다. 정진환 헤드 셰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그는 이 레스토랑을 홍콩의 미식 지형에서 중요한 위치로 끌어올렸습니다.
안성재 셰프가 홍콩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려운 이유를 찾을 것 없이 홍콩은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도시입니다.”
향후 다른 지역에 모수를 오픈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생각이라는 건, 전에 말씀드렸듯이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매우 신중하게 하려고 해요. 상상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죠. 그게 아시아일 수도 있고, 미국일 수도 있어요. 저는 하나의 목표만을 정해놓고 나아가기보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관찰하고 선택하는 편이에요.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있지만, 정확하게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습니다.”
경계란, 어쩌면 사람들 마음속에 스스로 세운 벽일지도 모릅니다. 그 벽을 넘어, 타인의 문화를 나누고 그 안에 스며든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려는 여정에 오른 안성재 셰프. 그는 홍콩이라는 도시의 문화와 정체성을 단순히 존중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곳에 깃든 삶의 리듬과 영혼의 흔적을 섬세히 읽어냅니다. 이러한 깊은 공감과 통찰은 그의 요리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한국 미식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경계를 초월한 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