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2 minutes 2020년 6월 18일

밍글스 강민구 셰프, 한식으로 세계의 문을 두드리다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는 한식의 전통을 존중하되, 현대의 새로운 기술과 감성을 덧입히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밍글스는 지난 2014년 오픈한 뒤 순식간에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한국 최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이 론칭하던 해 밍글스는 1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고, 이듬해인 2018 에디션부터는 연속 3년째 2 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미식을 즐기는 내국인 고객은 물론 한국을 처음 여행하는 셰프와 미식가들이 꼭 가볼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밍글스. 지역별로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지닌 한식을 독창적이며 섬세하게 재해석한 요리로 호평을 받는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를 만나 그간의 요리 여정과 앞으로의 홍콩 진출에 관해 물었다.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7년이 지나는 동안, 밍글스의 요리 철학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밍글스는 ‘서로 다른 것들을 조화롭게 어우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오픈 3년 차에야 이 한 문장으로 저희의 핵심 목표를 정리할 수 있었죠. 지금 돌이키면, 밍글스를 처음 오픈했을 당시에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손님에게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인상 깊은 경험을 주겠다’는 거창하고 두루뭉술한 목표가 있기는 했지만, 이 꿈을 실현하기에 당시의 저는 경험도 역량도 부족했습니다.

밍글스를 오픈하기 전 해외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아 왔지만 셰프로써 ‘강민구’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저만의 요리를 확실히 정립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식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단순히 맛있고 멋진 요리에 한식 식재료를 접목한 정도였죠. 그래서 한국 식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외국인이 왔을 때 밍글스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느끼기 어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너셰프로서 자금이 부족해 공간이나 기물 등 음식 외의 부분도 부족한 점이 많았고요.

밍글스의 다양한 전통 디저트 (Pic: Mingles)
밍글스의 다양한 전통 디저트 (Pic: Mingles)

손님을 맞이하고 음식을 내며 제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식의 대가인 조희숙 셰프님과 정관 스님을 찾아가 정통 한식과 사찰음식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식에 기반을 둔 셰프로서 한식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하고, 밍글스만의 독창성을 어떻게 개발할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레스토랑을 오픈하던 시기의 밍글스 요리는 서양 요리, 그중에서도 프렌치가 70% 정도로 높은 비중이었는데 지금은 한식이 70%이고 여기에 프렌치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조리법과 아이디어를 접목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가 원하는 바람직한 비중을 찾아낸 것이지요.





김희원 작가의 작품 (Pic: Mingles)
김희원 작가의 작품 (Pic: Mingles)

밍글스는 공간을 세 번 이전했는데요, 요리 외에도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밍글스는 음식은 물론이고 ‘경험’을 제공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밍글스에 오신 손님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공예품을 비롯해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많지만 자본의 압박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갖추어 두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력이 생길 때면 끊임없이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고 합니다.

지금의 밍글스 공간에는 유리창이 많고, 창밖으로 나무가 보여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만든 공예품을 사용합니다. 잔, 그릇, 젓가락과 숟가락 같은 식기는 물론이고 식사하시는 분이 앉는 의자와 테이블까지요. 이 모든 문화적인 요소가 밍글스에서의 식사 경험을 풍족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주를 담는 한국 작가들의 다양한 잔 (Pic: Mingles)
전통주를 담는 한국 작가들의 다양한 잔 (Pic: Mingles)

밍글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나요?

국내외 셰프와 미식가, 기념일을 축하하는 커플 등 다양한 고객이 방문하지만, 그중 한국에 음식 탐험을 오신 여행객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한국 방방곡곡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한국 해산물과 발효음식, 향토음식을 맛보고 장 만들기 체험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출국 전 밍글스에서 마지막으로 다이닝을 즐겼는데, “밍글스에서의 식사가 한국 미식 여행을 총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씀하셨죠. 한국 미식 여행의 모든 요소가 밍글스의 식사에 조화롭게 녹아들어 있다는 그 이야기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의 포부는 한식을 잘 아는 분은 물론이고 한식이 낯선 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우르겠다는 것입니다. 한식이 익숙하다면 ‘지루하지 않은 특별한 경험’을, 한식이 낯설다면 ‘한국 음식과 문화’를 흥미롭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보통 파인다이닝에서는 개성이 너무 강한 요소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간장, 된장, 액젓과 고춧가루 같은 한국 특유의 양념을 섬세하게 활용합니다. 한식의 정체성을 이어나가면서도 밍글스만의 독창적인 색을 더하면 두 고객을 모두 포용할 수 있죠.

조선간장과 태양초, 마늘, 생강으로 맛을 낸 제철 주꾸미와 옥돔
조선간장과 태양초, 마늘, 생강으로 맛을 낸 제철 주꾸미와 옥돔

홍콩에 한식 캐주얼 레스토랑 ‘한식구’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홍콩 센트럴 지역에 ‘한식구’라는 이름으로 한식 캐주얼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경 영업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일정이 조금 연기된 상태입니다.

‘제대로 된 한식 요리를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콘셉트로, 정통성이 있는 한식 메뉴에 밍글스의 감성을 더한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해외 한식당에서는 대체로 강한 양념을 많이 사용하고 갈비구이나 제육볶음 같은 고기 요리가 중심이 되는데, 한식구를 통해 한식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해외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제철 생선찜이나 채소 요리도 한식의 매력을 잘 알려줄 수 있어요. 다양하고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미식가들에게도 한식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봅니다.

메뉴는 불고기와 떡볶이, 육회, 생선구이, 생선조림 등 캐주얼한 것부터 고급 요리까지 한국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정통 한식을 다양하게 제공합니다. 음식은 코스 메뉴도 있지만, 단품으로도 즐길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 요리사가 만드는 한식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거의 모든 식재료를 매주 한 번 이상 한국에서 모두 공수합니다. 주방 인력도 밍글스를 거친 한국인 요리사가 절반이 넘죠.

한식구의 다양한 한국 음식 (Pic: Hansik Goo)
한식구의 다양한 한국 음식 (Pic: Hansik Goo)

다양한 국가와 도시 중 홍콩으로 진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홍콩은 아시아에서도 음식 및 외식 문화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달한 특별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세계 각국의 요리를 훌륭한 퀄리티로 맛볼 수 있죠. 내수 시장 뿐 아니라 관광객도 많아, 새로운 트렌드를 전파하기에도 좋은 지역이고요. 물류가 좋아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좋은 수입 식재료를 구하기도 용이합니다. 제가 사업을 하기에도 좋고, 역으로 많은 영감을 받으며 배울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홍콩은 외식문화가 발달했지만, 그 중에도 기존의 한정된 메뉴 틀을 깨는 진보적인 한식 레스토랑은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와 이번 홍콩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한 현지 파트너를 잘 만나기도 했고요. 해외에서 한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좋은 제안을 받은 것이지요.



해외 레스토랑 진출에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마음입니다. 많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진출에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선 현지의 시장 트렌드를 잘 이해해야 하고, 좋은 사업 파트너를 만나야겠죠.

고객의 니즈와 트렌드는 늘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셰프와 레스토랑도 끊임없이 개선하며 기대에 부응해야 합니다. 최근 많은 레스토랑들이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도전하고, 세컨드 브랜드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겠지만, 저와 밍글스 팀에게는 해외에 새로운 한식 브랜드를 내는 것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힘들어도 제가 보람을 가지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어야 하고, 밍글스와 결을 같이 하는 도전이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강민구 셰프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멸치국수(좌)와 밍글스의 시그니처 디저트, 장 트리오(우) (Pic: Mingles)
강민구 셰프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멸치국수(좌)와 밍글스의 시그니처 디저트, 장 트리오(우) (Pic: Mingles)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 음식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목표로, 밍글스와 한식구에서 모두 독창적인 한식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한식의 본질과 정체성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밍글스만의 새로운 시도가 느껴지는 창의적인 음식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죠. 밍글스에서 식사한 고객이 “한식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는 취지의 피드백을 해 줄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7년 전, 오너 셰프로써 밍글스를 오픈하던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더 치열한 환경으로 변화했습니다. 고객들의 미식 수준도 향상되었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셰프와 레스토랑의 수준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동안 저도 밍글스를 운영하며 많은 인력과 함께 노하우를 쌓아 왔고, 새로운 사업과 도전에도 직면하게 되었죠.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악재를 거치며 오히려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단단해진 부분도 있고요.

궁극적으로는 밍글스와 한식구 모두 ‘밍글스만의 독창성’을 중심으로 안정되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계획입니다. 또, 15년전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막연하게 꿈꾸었던 '한식의 세계화'에 꼭 이바지하는 민간 외교 셰프가 되고 싶습니다. 한식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계속 변화하며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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