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2 minutes 2020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주목할 5명의 여성 셰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이끄는 명망 높은 5명의 여성 셰프를 소개합니다.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올해 122번째 기념일을 맞이했다. 여성의 노동 조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한 뉴욕의 여성 운동에서 유래하고 1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권리는 상당히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다양한 직업 분야에서 여성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연약하며 리더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고 있다. 긴 근무시간과 고된 노동환경으로 악명높은 레스토랑 주방도 예외가 아니다. 여전히 각종 TV 쇼와 영화에서 묘사되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은 군대식 서열이 일반적인, 남성 호르몬이 넘치는 듯한 공간이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조사한 바를 종합하면,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여성 헤드셰프의 비율은 5%에서 많게는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도 여성의 능력과 가능성을 증명하며 더 많은 기회를 열고 있는 세계적인 여성 셰프들이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지난 여러 해 동안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여성 셰프의 비율이 많아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평생의 커리어를 통해 이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국과 세계 각국의 여성 셰프 다섯을 소개한다.

조희숙 셰프, 한식공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1스타

‘한식의 대모’라는 칭호로 더 널리 알려진 조희숙 셰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1스타 레스토랑 주옥의 신창호 셰프 등 컨템퍼러리 한식을 선보이는 쟁쟁한 셰프들이 최고의 스승으로 모시는 조희숙 셰프는 후배 셰프들에게 궁중, 사찰, 반가, 향토 등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한식의 기본을 아낌없이 전하는 스승이기도 하다.

1983년 조희숙 셰프가 세종호텔 한식당에 입사하던 당시만 해도 한식의 기본은 ‘엄마의 손맛’이라는 통념과 ‘여자가 무슨 셰프를 하냐’는 모순적인 편견이 있었기에 그녀의 요리 여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 셰프는 40여년간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강남,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신라호텔 등 서울 최고급 호텔에서 한식을 담당하며 현장 경험과 연륜을 쌓아왔다.

현재는 서울의 아름다운 고궁인 창덕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한식공간의 오너이자 헤드셰프로 국내외 미식가들에게 그녀의 품격 있는 한식 요리를 선보인다. 다른 모던 한식 레스토랑이 프렌치 테크닉이나 서양 식재료를 한식과 접목해 개성을 표현하는 것과 달리, 그녀의 음식은 한국의 식재료와 전통적인 조리법의 본질을 고스란히 지키면서도 그녀만의 세련된 방식으로 한식을 재구성한 우아한 요리로 호평을 받고 있다.

노영희 셰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1스타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기자였던 노영희 셰프가 한식 셰프로 평생의 업을 바꾼 이유는 전통적인 한국 음식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1991년, 한식을 아름답게 연출하는 푸드 스타일링 작업을 하며 ‘오히려 한국인이기에 일상의 그늘에 가려 한식의 특별함을 잊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그녀는 본격적으로 반가요리 전문가인 고 강인희 선생의 제자로 들어가 한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수년 뒤 한식 세계화 바람이 불며 ‘까르보나라 떡볶이’와 같은 국적불명의 메뉴가 한식의 미래로 이야기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노영희 셰프는 한식에 온전한 뿌리를 두어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세련된 미식 경험이 탄생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순간 서울의 한식(Korean Cuisine Now)’을 콘셉트로 출발한 노영희 셰프의 품. 그녀의 요리 세계를 이끄는 원동력은 좋은 음식이 곧 약과 다름없다는 한방의 약식동원(藥食同源) 전통을 따라, 좋은 요리는 최고의 식재료에서 출발한다는 믿음이다. 노 셰프는 지금도 전국에서 재배되는 제철 식재료를 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며 현대의 한식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음식 경험은 단순히 맛뿐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한식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장인의 기물과 프레젠테이션 방식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진귀한 도자기와 공예품으로 즐기는 노영희 셰프의 한식 요리를 통해 독창적인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다.

안느 소피 픽 셰프,
미쉐린 가이드 프랑스 2020 3스타

1889년 오픈한 남프랑스의 유서 깊은 레스토랑 메종 픽을 이끌던 자크 픽(Jacques Pic) 셰프가 1992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었을 때, 주방을 이어받은 것은 안느-소피 픽(Anne-Sophie Pic) 셰프가 아니었다. 여성이 유서 깊은 레스토랑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서였을까, 아버지의 빈 자리를 먼저 이은 것은 아들 알랭 픽 셰프였다.

그녀는 학창시절 경영학을 공부하며 다른 진로를 계획했고, 아버지에게 생전 제대로 된 수련을 받지 못했다. 자크 픽 셰프의 사망 이후 주방 밖에서 크고작은 업무를 맡았으나, 1995년 레스토랑이 3스타에서 2스타로 강등되고 난 뒤 ‘아버지의 별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주방으로 뛰어들었다. 정식 요리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가족에게서 물려받은 타고난 감각과 평생의 미식 경험, 미련할 만큼 우직한 집중력으로 1997년부터 레스토랑을 총괄했고, 10년 뒤인 2007년 영광스러운 미쉐린 3스타를 회복한다. 세계 최초로 여성 헤드셰프가 미쉐린 3스타를 받게 된 것이다.

안느-소피 픽 셰프의 음식은 디테일의 완벽함을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프렌치 퀴진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 요리의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받은 영감을 더해 세계의 미식가들을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그녀는 프랑스의 픽 외에도 스위스 로잔에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안느-소피 픽(Anne-Sophie Pic),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 각각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인 라담 드 픽(La Dame de Pic), 싱가포르에도 동명의 레스토랑을 이끌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여성 셰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엠마 벵슨 셰프, 아쿠아빗
미쉐린 가이드 뉴욕시티 & 웨스터체스터 카운티 2020 2스타

스웨덴 출신의 엠마 벵슨(Emma Bengtsson) 셰프는 유년시절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아버지를 따라 사격훈련부터 모의 전투 훈련을 받을 정도로 진취적인 성격이었다. 열 여섯 무렵 요리에 큰 흥미를 느껴 스톡홀름의 국제 요리학교에 진학했고, 무엇이든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는 믿음으로 17살부터 당시 유일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이었던 에드스바카(Edsbacka)에서 5년간 경험을 쌓았다. 이후 15년간 꾸준히 스웨덴의 명망 있는 레스토랑의 페이스트리 섹션을 거치며 실력을 다진 엠마 벵슨 셰프는 2010년 뉴욕 아쿠아빗(Aquavit)의 페이스트리 총괄 셰프로 합류했다.

아쿠아빗 합류 이후 페이스트리 셰프의 커리어로는 드물게 주방에서의 열정을 인정받으며 4년간 요리 영역을 넓혀가던 그녀는, 2014년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메뉴 전체를 총괄하는 헤드셰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같은 해 레스토랑이 미쉐린 가이드에서 2스타를 받게 되어 엠바 벵슨 셰프는 스웨덴 출신의 여성 셰프로는 처음으로 2스타를 받게 된다.

뉴욕 맨하탄의 중심에서 모던 노르딕 퀴진을 선보이는 아쿠아빗. 사냥한 육류, 다양한 야생버섯과 산에서 채취한 갖은 베리, 풍부한 해산물을 사용해 스칸디나비아의 미식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요리는 맑고 신선한 풍미로 가득하다. 훈제와 발효를 이용해 감각적인 노르딕 퀴진을 선보이며, 엠마 벵슨 셰프는 여전히 완벽을 추구하는 요리 여정을 따르고 있다.

비키 라우, 테이트
미쉐린 가이드 홍콩 2020 1스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요리와 접목한 독창적인 프렌치 퀴진을 선보이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비키 라우 셰프. 홍콩 출신으로 미국 뉴욕대학에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뒤 광고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평생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방콕 르 꼬르동 블루로 진학해 셰프로써 기초를 다지며 그녀의 요리 여정이 시작했다. 방콕에 머물며 요리를 배우고 홍콩으로 돌아와서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현장에 뛰어들었다. 미쉐린 가이드 싱가포르 2019의 3스타 레스토랑인 레자미(Les Amis)의 세바스티안 레피노이 셰프가 이끌던 세파주(Cepage)에서 경력을 쌓으며 파인다이닝 주방에서 평생의 직업을 찾게 된다.

2012년 오너셰프로 테이트 다이닝 룸 앤 바를 오픈했고, 특유의 미적 감각으로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콘셉트로 내세우며 중국의 다양한 지역 요리는 물론 일본의 정원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는 등 아시아 고유의 전통과 시각, 미각적 매력을 녹여낸 독창적인 프렌치 요리로 미식가들에게 신선한 다이닝 경험을 선사해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요리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섬세하고 창의적인 맛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에는 ‘포엠 페이스트’라는 이름으로 디저트 가게도 오픈했다. 이곳에서 우롱차와 금귤을 넣은 케이크, 애프터눈 티를 콘셉트로 해 딤섬 모양으로 표현한 디저트 트레이 등 그녀만의 색을 담은 디저트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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