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1 minute 2022년 9월 1일

이열치열 2022 서울 여름의 식문화

한국의 여름 음식에는 '이열치열' 이라는 네 글자가 관통합니다. 전통 보양식을 즐기면서도 이국적인 여름 미식을 탐험하는 사람들, 향신료로 미각을 열고 다채로운 매운맛을 선보인 셰프의 테이블로 안내합니다.

음식은 맛볼 수 있는 역사책입니다. 한국의 여름 미식에는 한국 사람들이 여름을 나는 방식이 차곡차곡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열치열 (以熱治熱)”이라는 키워드로 관통합니다.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날을 “복날”로 정하고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열정적으로 먹습니다. 언뜻 보면 동양의학에 기반한 것 같지만 전통 의학서인 한국의 <동의보감>에도, 중국의 <황제내경>에도 “이열치열” 이라는 처방전은 직접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매운맛, 뜨거운 음식에 대한 애정과 열성의 음식을 먹고 땀을 내면 시원함을 느꼈던 경험들이 축적되어 전해오는 식문화라고 분석됩니다. 전통의 보양식을 비롯하여 2022년 여름, 젊은 한국 셰프들이 해석하는 다채로운 여름의 미식으로 안내합니다.

최초의 삼계탕 전문점, 고려삼계탕

한국인들은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꼽습니다. 최초의 삼계탕 전문점은 고려삼계탕 입니다. 1960년대에 개업하여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습니다. 닭은 개국 신화에 등장할 만큼 영험한 동물로 인식되었고 장모 사랑은 사위라며 씨암탉을 잡아 맞이하는 문화는 오랜 시간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인삼, 대추, 황기 등을 보강하고 영계를 통째로 넣어 뚝배기에 끓여내는 삼계탕은 1960년대에 서울에서 비로소 시작되었고 197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대중화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가정에서 닭백숙, 닭국의 방식으로 조리하여 먹었습니다. 무더운 복날 고려삼계탕 앞에는 땡볕 아래 긴 행렬이 펼쳐지는데 이는 자신의 몸보신을 위한 이도 있지만 부모님께 드릴 보양식을 포장하기 위해 줄 선 사람이 더욱 많습니다. 서울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복날의 보양식 하면 떠오르는 사람에 80% 이상이 연로하신 부모님이라 답했습니다. 이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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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에 끓여내는 삼계탕 전문점의 시초 고려삼계탕 © Korea Samgyetang
뚝배기에 끓여내는 삼계탕 전문점의 시초 고려삼계탕 © Korea Samgyetang

레스쁘아 뒤 이부 L'Espoir du Hibou

클래식 프렌치 스타일을 추구하는 임기학 셰프에게 이열치열의 여름보양식을 묻자 심사숙고 하여 답변했습니다. 그가 추구하는 요리는 재료 본연의 풍미에 가치를 두기에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는 남부 지역 바스크의 고춧가루인 피멍 데스쁠레뜨 (Piment d’Esplette) 와 마늘을 가미하는 특징에도 주목합니다. 물론 가볍게 터치하는 향신료로서 쓰는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그는 지방에 토착한 음식이나 중동지역, 북아프리카 지역의 요리에 영향을 받은 프렌치 요리로부터 다채로운 향신료의 향연을 발견합니다.

부야베스 소스를 곁들인 까라비네로 새우와 당근 플란

부야베스(Bouillabaisse)는 아름다운 지방 프로방스의 전통 요리로 다양한 생선을 넣어 끓인 스튜입니다. 스튜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레스쁘아 뒤 이부에서는 향미를 좀 더 강하게 하여 소스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생선 퓌메에 토마토와 펜넬, 펜넬씨드와 캐러웨이씨드, 아니스 리큐르로 향을 낸 부야베스 소스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힌 까라비네로 새우, 그리고 당근과 큐민을 섞은 플란(flan)입니다. 당근과 큐민은 함께 많이 사용되는데 마치 쌀국수와 고수처럼 한번 익숙해지면 필수불가결한 조합입니다.

향신료의 매력을 살려 부야베스를 소스로 곁들인 까라비네로 새우 © L'Espoir du Hibou
향신료의 매력을 살려 부야베스를 소스로 곁들인 까라비네로 새우 © L'Espoir du Hibou

하리싸를 넣은 후무스 퓨레와 양갈비

프랑스에서 매운 맛을 탐색하다 보면 앞서 바스크 지방의 피멍 데스쁠레뜨 (Piment d’Esplette)가 있지만 그보다 더 맵고 자극적인 북아프리카로부터 건너온 하리싸 (harissa) 가 있습니다. 고추와 레몬, 식초와 피멍통(Pimenton) 등을 넣어 만든 소스로 훈연의 향에서부터 매콤 달콤 새콤 무지개와 같은 풍미를 연출하는 페이스트입니다. 병아리콩과 깨를 갈아낸 후무스에 하리싸를 넣은 퓨레와 올리브오일에 마리네이드한 양갈비를 함께 드시면 오감이 열리면서 든든한 기운이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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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매운맛의 하리싸가 양갈비의 풍미를 끌어올린다 © L'Espoir du Hibou
미묘한 매운맛의 하리싸가 양갈비의 풍미를 끌어올린다 © L'Espoir du Hibou

우육면관 Niuroumianguan 牛肉面館

우육면관은 오픈 이전부터 최상의 우육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칭다오, 타이베이, 란저우, 상하이, 베이징, 서울의 우육면 전문점을 78곳을 선정하여 방문하고 분석했습니다. 그 중 산둥성 칭다오시에 소재한 쓰웨이우육면(私味牛肉面)에 감동을 받고 현지 장인으로부터 조리법을 전수받았습니다. 정통 중식의 스타일을 살리면서 생동감 있는 변주를 선보이는 이 곳은 여름의 보양식을 맛보려는 서울의 미식가들로 북적입니다.

우육면 牛肉面 – 깊고 진한 탕, 푸짐하고 부드러운 소고기

탕은 소뼈와 고기를 푸짐하게 넣고 향신료와 함께 이틀을 푹 고아 냅니다. 맑은 감칠맛과 깔끔한 지방 성분, 향신료가 어우러져 깊고 진한 풍미를 연출합니다. 고기는 육수를 낸 후에 특제장에 반나절 조려냅니다. 육질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장향이 더해지면서 면과 탕의 중추 역할을 합니다. 아삭하게 데친 청경채는 건강한 색감과 입체적인 식감을 더해 한 그릇 보양식을 완성합니다.

탕, 면, 고명의 조화로 몸보신이 되는 한 그릇 우육면 © Niuroumianguan
탕, 면, 고명의 조화로 몸보신이 되는 한 그릇 우육면 © Niuroumianguan

우육샤궈 牛肉砂锅

다채로운 풍미가 매력적인 이 요리는 중국 현지에서 전수받은 라장(매운장) 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골이 익는 동안 청경채, 시금치, 양상추 등에서 채수가 우러나오니 베이스가 되는 육수와 어우러 지면서 깔끔한 맛으로 종결됩니다. 소고기, 목이버섯, 두부 (푸주두부, 동두부), 분모자를 골고루 먹다보면 든든한 보양식이 됩니다. 3가지 소스(마늘간장, 마라, 고수장)가 있는데 특히 마라, 고수장은 마니아 층이 생길 만큼 호응이 좋습니다. 우육면관 광화문점 저녁 타임에만 주문할 수 있는 스페셜 메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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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장, 마라소스의 중독성이 마니아층을 형성한 우육샤궈  © Niuroumianguan
라장, 마라소스의 중독성이 마니아층을 형성한 우육샤궈 © Niuroumianguan

후련함과 시원한 매운 맛으로 여름과 안녕하고 미쉐린가이드의 미식은 이제 가을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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