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 위치한 역전회관은 1929년 전라도 순천의 작은 주막 '호상식당'에서 시작된 유서 깊은 노포입니다. 당시 새끼돼지찜(애저찜)으로 이름을 날렸던 호상식당은 손님상에서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특별한 노하우는 며느리에게 전수되었고, 1962년 용산역 앞에 '역전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초기에는 손님들이 직접 구워 먹는 광양식 불고기를 제공했지만, 2대 홍종엽 셰프는 연기와 냄새로 불편을 겪는 손님들을 위해 주방에 연탄불을 들였습니다. 6개의 연탄불에 바싹 구워낸 불고기는 "무슨 불고기가 이렇게 생겼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독특한 비주얼이었지만, 이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바싹불고기'라는 이름으로 정착했습니다.
현재 역전회관을 이끌고 있는 3대 김도영 오너 셰프는 "바싹불고기는 밥과 함께 먹기 좋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맛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기본적인 재료를 사용하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개발한 특별한 배합과 비율, 그리고 석쇠에 구워내는 방식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역전회관은 8년 연속 미쉐린 빕 구르망에 선정되며 그 맛과 전통을 인정받았습니다.
하루 이틀 숙성시킨 소고기는 더욱 부드럽고 얇아져 양념이 깊숙이 배어듭니다. "반찬으로 제격이죠"라는 김 셰프의 말처럼, 바싹불고기는 밥과 함께 먹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마장동에서 공수한 신선한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에 재운 뒤, 이틀간 숙성시키고 석쇠에 빠르게 구워내 불향을 입힙니다. 이렇게 탄생한 바싹불고기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지만, 흰쌀밥 위에 얹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됩니다.
3대째 가업을 이어온 김 셰프는 용산 재개발로 마포로 가게를 옮겼을 때 운영난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간곡한 만류와 가정주부였던 김도영 대표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역전회관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특히 김셰프는 "직원들을 가족같이 생각하는 것이 철학입니다"라며 10년 이상 함께 일해 온 직원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했습니다.
40년째 단골인 70~80대 어르신들이 주말마다 자녀들과 함께 찾는 역전회관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미국 CIA에서 요리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 대표의 아들이자 현 셰프인 신상호 셰프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가 해온 모습을 보면서 나는 또 어떤 방식으로 역전회관을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변하지 않는 전통 속에서도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전회관은 딸이 직접 개발한 '역전주'를 선보이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맛을 잃지 않으면서, 또 변하지 않아야 할 역사는 지키면서"라는 김 셰프의 말처럼, 역전회관은 오늘도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