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상근(Steve Lee) 셰프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요리하시는 모습을 보며 요리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습니다. “어머니의 음식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보며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셰프가 되고 싶다고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상근 셰프는 강민구 셰프가 졸업한 경기대학교에 입학했고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강민구 셰프님을 정말 존경했어요. 제가 1학년 때 이미 강민구 셰프님은 한국에서 인정받는 셰프이자 학생들의 롤모델이었죠. 그런 분과 일하는 것이 당시의 제 꿈이었어요.”
선후배 사이에서 동료가 되기까지
이상근 셰프는 졸업 후 강민구 셰프의 레스토랑인 밍글스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강민구 셰프와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상근 셰프가 시드니에 머물며 요리하게 되었을 때부터였습니다. “무언가 조언을 얻고 싶을 때면 늘 셰프님께 연락했었어요. 제가 한국에 잠시 들어올 때마다 셰프님께 연락했는데, 그때마다 늘 언제든 만나자고 밍글스로 오라고 하셨었죠.”
이상근 셰프가 호주의 벤틀리 레스토랑 그룹(The Bentley Restaurant Group) 소속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우는 동안에도 강민구 셰프와는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호주 영주권을 받은 후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을 때, 강민구 셰프가 밍글스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강민구 셰프가 다시 연락해 홍콩에 레스토랑을 열 예정인데 헤드 셰프로 갈 생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던 셰프를 홍콩으로 보내는 것도 좋지만, 같이 성장해나가며 한식구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한식을 요리하고 선보인 것은 사실 한식구가 처음이었어요. 엄청난 도전이었지만 제가 요리사로서 배워 왔던 것들과 제 감각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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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셰프에게 한식구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새로운 도시에 새로운 브랜드의 레스토랑을 오픈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상근 셰프는 늘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한식을 이전에 배워본 적 없었지만 새로운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있고,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 덕분에 한식구를 믿고 맡길 수 있었어요." 이상근 셰프는 강민구 셰프를 대신해 끊임없이 다양한 것을 시도하며 한식구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무엇보다 한식구를 오픈하기 직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쳐 양국을 오가기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이상근 셰프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제가 홍콩에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늘 주방을 지키며 안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일해주었습니다. 한식구가 자신의 브랜드라는 마음으로 임해준 덕분에 미쉐린 스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한식
이상근 셰프는 2020년 초 한식구가 오픈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홍콩의 미식가들에게 진정한 한식을 소개하기 위해 강민구 셰프와 함께 노력해왔습니다. 한식구는 삼계탕에서 모티프를 얻은 삼계 리소토와 같은 메뉴를 선보이며 미쉐린 가이드 인스펙터들이 전통적인 한식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새롭게 바꿨습니다.
한우 듀오(Duo)는 전통적인 한식에 그 뿌리를 두고,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재해석한 한식구의 대표적인 메뉴입니다. 이상근 셰프는 이 메뉴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라고 소개했습니다. “홍콩에서는 아직 한우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우를 간장에 재워 구운 후 밥과 반찬을 곁들여 내는데, 한국의 식문화를 잘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식구가 미쉐린 가이드 홍콩 & 마카오 2022에서 별 하나를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셰프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교과서에요.”
셰프로서 경력을 쌓아오면서 미쉐린 가이드가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미쉐린 가이드는 손님들에게는 참고할만한 좋은 자료지만, 셰프에게는 가장 큰 지표라고 생각해요. 미쉐린 스타를 받은 홍콩 레스토랑들을 방문할때마다 한 차원 높은 다이닝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동시에 더 나은 셰프가 되고싶다는 동기부여를 얻었습니다.
첫 미쉐린 스타를 받았을 때 어땠는지 기억나나요?
정말 기뻤어요. 진심으로요. 솔직히 호주에서는 제가 미쉐린 스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었거든요.
가장 먼저 전화했던 사람은 누군가요?
강민구 셰프님께 가장 먼저 전화드렸죠. "잘했어! 그간 고생해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말하셨던 것이 기억이 나요.
미쉐린 스타는 어떤 의미인가요?
셰프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죠.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동기부여이고요. 저희가 들인 노력과 힘들게 일했던 시간에 대한 인정이기도 합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고 싶은 젊은 셰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시작하면 최소 1년 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고, 떠나기 전에 헤드셰프가 어떻게 자신만의 철학을 발전시켜나가는지 배우세요. 자신을 계속 밀어붙이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 기사는 김나영 미쉐린 가이드 서울 디지털 매거진 프리랜서가 국문으로 번역 및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