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2 minutes 2024년 7월 5일

EVETT과 기순도, 맛의 협주: 그 깊이 있는 이야기 속으로

장인의 혼, 셰프의 열정이 빚어내는 맛의 교향곡

토종 식재료로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이며 미식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레스토랑 EVETT은 2019년 개업 후 불과 1년 만인 2020년에 미쉐린 1스타를 획득했습니다. 오너 셰프 조셉 리저우드는 같은 해 영 셰프 어워드를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습니다. EVETT은 2024년 현재까지도 미쉐린 1스타를 유지하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The French Laundry와 영국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The Ledbury에서 경력을 쌓은 호주 출신 조셉 리저우드 셰프는 혁신적인 요리의 원동력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식재료 공급 파트너를 꼽았습니다. 그는 "최상의 품질과 신선도를 자랑하는 제철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창의적인 요리 개발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식재료 뒤에 숨겨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정한 영감을 얻습니다. 각자의 경력에서 배운 기술을 융합해 하나의 요리로 엮어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리저우드 셰프는 현지 파트너들과의 협업이 자신의 '문화적 통합과 혁신' 접근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쳤고, 이는 EVETT 철학의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리저우드 셰프는 EVETT 개업 첫 해부터 인연을 맺은 370년 전통의 기순도 장 장인을 자신의 영감의 원천으로 꼽으며, 특별한 인연과 협업을 통해 '최고의 재료'를 향한 요리 철학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기순도 장인은 3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장흥 고씨 양진재 종가의 10대 며느리로, 2008년에는 그 탁월한 장 제조 기술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35호에 지정되었으며, 올해 74세의 나이에도 전통의 맛을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습니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그녀의 손맛은 한국 전통 장의 풍부한 유산을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깊이 있는 지역적 유대와 지속 가능한 방식을 추구하는 EVETT의 요리 철학과 한국 음식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열정을 셰프와 장인의 이야기를 통해 깊이 있게 탐구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간단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리저우드 셰프: 저희의 협업은 2019년, 기순도 명인님을 통해 한국 장의 심오한 세계를 처음 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명인님의 전문 지식과 발효에 대한 열정은 단번에 저를 사로잡았고, 명인님과의 파트너십이 EVETT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순도 장인: 처음 만난 곳은 광양의 홍쌍리 명인님 댁이었어요. 그날은 홍쌍리 명인님, 박순애 명인님, 그리고 저를 위해 외국 셰프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주는 특별한 자리였어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팔 티셔츠를 입고 열심히 요리하는 파란 눈의 외국 셰프가 만든 음식이 정말 궁금했어요. 그렇게 인연이 닿아, 나중에 조셉 셰프가 담양군 창평에 있는 제 장고에 방문하게 되었고, 함께 장을 담그게 되었답니다.

두 분이 함께하신 첫 번째 프로젝트와 그 경험이 두 분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요?

리저우드 셰프: 첫 번째 주요 프로젝트는 장 담그기였습니다. 메주를 띄우고 간장을 손수 거르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3개월 후, 기순도 명인께서 된장의 독특한 풍미에 감탄하며 저를 급히 부르셨습니다. 제가 참여한 덕분에 맛의 차이가 생겼다며, 제 손맛을 칭찬하셨죠. 그 순간 명인의 깊은 지식과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순도 장인: 외국 셰프가 우리 장에 관심을 가지고 장 담그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고, 기꺼이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함께 해보니 그 셰프는 정말 적극적이고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장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은 메주를 발효시키는 것과 장을 항아리에서 숙성하는 것인데, 이 과정은 주변의 발효 미생물에 크게 영향을 받아요. 메주를 발효할 때는 볏짚에 엮어 매달아 고초균을 활용하는데, 이 고초균은 마른 풀에서 자라는 균입니다. 그리고 장을 담글 때는 담그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아주 중요합니다. 조셉이 담근 항아리의 장이 치즈 같은 맛이 나면서도 아주 맛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왼쪽부터 기순도 장인의 딸이자 전수자인 고민견 씨, 기순도 장인, 조셉 리저우드 셰프가 메주의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순도 장인의 딸이자 전수자인 고민견 씨, 기순도 장인, 조셉 리저우드 셰프가 메주의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새로운 요리와 아이디어는 어떻게 협업하시나요?

리저우드 셰프: 체험으로요. 저는 기순도 명인님의 장고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배우고 실험합니다. 제철 식재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명인님의 발효 식품을 저희 요리에 어떻게 접목할지 함께 고민합니다. 명인님의 통찰력은 종종 저희 메뉴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순도 장인: 한국의 대표적인 5가지 발효식품 중 하나인 장은 한식의 거의 모든 음식에 사용되는 기본 재료입니다. 장은 음식의 중요한 부분인 간을 맞추는 데 사용되며, 감칠맛과 복합적인 맛을 제공하여 다양한 음식에 깊은 풍미를 더합니다. 채소, 육류, 어류 등 다양한 식재료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장을 음식의 맛과 색상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 속담에 “그 집 장맛을 보면 음식 맛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장은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조셉에게 장 만드는 법과 사용하는 법을 소개하고, 함께 장을 만들어보며 장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선보였습니다. 계절마다 텃밭에서 얻은 신선한 식재료와 자연에서 자란 향신채를 사용해 요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번은 장을 맛보고, 간장, 고추장, 참기름을 사용해 캬라멜을 만들어봤는데, 그 아이디어와 맛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캬라멜의 주재료인 설탕 대신 한국 전통 당원인 쌀조청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쌀조청은 겉보리를 싹 틔우는 과정에서 아밀라제 효소를 가진 엿기름이 만들어지고, 이 엿기름으로 쌀을 당화시켜 식혜를 만든 후, 그 식혜물을 불에 졸여 단맛이 풍부한 쌀조청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설탕을 모두 쌀조청으로 대체하지는 못했지만, 절반을 쌀조청으로 사용해 “쌀조청 장 캬라멜”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고추장 젤리(롤업)'는 감과 기순도 고추장, 설탕, 소금을 섞어 말린 얇은 젤리에 기순도 딸기 고추장을 바르고 딱새우를 채워 말아낸 요리입니다.
'고추장 젤리(롤업)'는 감과 기순도 고추장, 설탕, 소금을 섞어 말린 얇은 젤리에 기순도 딸기 고추장을 바르고 딱새우를 채워 말아낸 요리입니다.

협업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다른 순간이 있으신가요?

리저우드 셰프: 기순도 명인님의 장고에서 특별 팝업 행사를 진행했던 순간은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발효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특별한 식사를 제공하며 손님들께 한국의 깊은 맛을 선보일 수 있었고, 그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감사는 저에게 큰 보람을 안겨주었습니다.
기순도 장인: 조셉은 항상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지닌 훌륭한 셰프입니다. 함께 장을 담갔던 경험과 그 장으로 50여 분을 초대해 장과 장 재료를 기본으로 하는 음식을 선보였던 팝업 행사는 정말 기억에 남아요. 메주로 만든 도넛, 청국장 아이스크림, 장 퓨레를 사용한 칡소 구이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다양한 음식을 선보였죠. 참석한 모든 분들이 행복한 미식의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또한, 저는 젓갈 대신 간장을 사용해 장김치를 담그는데, 김장철에 EVETT의 여러 스태프와 함께 간장김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장김치는 젓갈이 들어가지 않는 비건 김치입니다.

'명인의 식탁'은 우리나라 쌈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기순도 명인님의 고추장을 포함한 여러 명인들의 식재료를 한 쌈으로 재해석한 요리입니다.
'명인의 식탁'은 우리나라 쌈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기순도 명인님의 고추장을 포함한 여러 명인들의 식재료를 한 쌈으로 재해석한 요리입니다.

협업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고,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리저우드 셰프: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고품질 식재료의 안정적인 수급이었습니다. 때로는 대량 구매자에게 우선 공급되는 경우도 있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순도 명인을 비롯한 여러 생산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기순도 셰프: 조셉은 음식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그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전통 발효장은 제조 기간이 길고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조셉은 멀리 서울에서 담양까지 오가며 힘든 제조 과정에 참여하고 맛을 탐구했어요. 그 진지한 모습에, 조셉이 정말 진심으로 장을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들 같은 조셉에게 여러 가지 장과 제가 사용하는 다양한 한국 식재료를 소개했습니다. 그러면 조셉은 맛을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했죠. 처음에는 조셉의 음식이 제 입맛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제가 입맛이 까다로운 이유도 있지만, 조셉이 우리 장을 사용한 후로는 한식 맛을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이 생겨서 EVETT의 두 번째 시즌에는 그의 음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입맛이 까다로워서 외식을 거의 하지 않지만, 조셉과의 협업 과정은 항상 즐거운 마음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활동이 힘들긴 하지만, 조셉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보람찼습니다. 조셉은 이미 훌륭한 셰프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더 발전하는 그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두 분의 협업은 한국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리저우드 셰프: 저희의 협업을 통해 한국 식재료의 복잡성과 풍부함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EVETT을 찾는 손님들이 기순도 명인의 영향을 받아 한국 음식의 맛과 전통에 대한 이해와 감사를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기순도 장인: 한국의 오랜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소중한 유산 중 하나인 장은 한식의 근간이자 문화적 자산입니다. 2018년에 ‘장 담그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2024년 올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조셉 셰프를 통해 이러한 전통장이 창조적인 음식으로 EVETT을 방문한 한국인들에게 다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는 그들에게 큰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죠. 우리에게 친근하게 자리 잡은 전통장과 한국의 식재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앞으로 두 분의 협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리저우드 셰프: 더욱 몰입감 있는 다이닝 경험과 함께 저희의 지식과 레시피를 결합한 요리책 출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국 식재료를 돋보이게 할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경계를 넓혀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순도 장인: 조셉 셰프 덕분에 세계 각국의 여러 셰프들이 저희 장고를 방문해 장을 맛보고 직접 담그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발효 숙성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장을 그들에게 보내주면, 각자 그들만의 방식으로 장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보는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요리의 레시피를 받아보는 계획도 세웠어요. 한국의 발효장이 새로운 식재료로서 어떤 레시피로 재창조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언젠가 조셉과 함께 이 경험을 담아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비슷한 협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리저우드 셰프: 성공적인 협업은 파트너와의 관계 구축에서 시작됩니다. 파트너의 방식과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 투자는 신뢰와 상호 존중이라는 굳건한 토대를 만들고, 이는 협업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기순도 장인: 음식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과 열정이 있어야 하죠. 모든 인연은 소중하니까요. 조셉처럼 항상 열심히 연구하고 도전하는 훌륭한 셰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언제나 조셉과 EVETT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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