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태즈매니아 출신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는 아시아 전역을 순례하며 팝업 레스토랑 행사를 이어가던 중 처음으로 서울에 방문했다. 한국 땅에서 나는 다양한 산물과 음식에 매료된 그는 수많은 목적지 중 하나였던 서울에 결국 둥지를 틀었다.
한국 전역을 발로 뛰며 채집한 다양한 식재료와 한국 전통주의 특별한 매력을 전 세계인과 함께 나누겠다는 꿈으로, 2018년 말 조셉 리저우드 셰프와 팀은 한적한 역삼동의 주택가 사이에 에빗을 오픈했다. 이 레스토랑은 오픈 첫해 미쉐린 1스타를 받으며 미식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제가 한국에 오기 전, 다양한 국가에서 요리를 배우고 여행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일본이나 베트남, 중국의 요리와 식재료는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한국의 것은 이곳에 오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죠. 한국의 흥미롭고 인상적인 음식 문화가 왜 아직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지 늘 의아했습니다.” 한국 땅에서 나는 다양한 산물과 음식에 대한 조셉 리저우드의 생각이다.
에빗에서는 친숙함과 낯섦의 경계를 미묘하게 넘나든다. 손님들에게 새로운 식사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라는 조셉 리저우드 셰프의 설명처럼, 에빗 팀은 깻잎이나 다슬기처럼 한국인에게 친숙한 식재료를 사용하되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방식으로 요리한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공수한 다양한 식재료를 세계 각국의 조리법으로 풀어내며, 익숙하면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맛을 창조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의 창의적인 요리를 통해 늘 한국 음식을 접하는 내국인도,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도 모두 흥미로운 미식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조셉 리저우드 셰프는 “음식은 지난 50년 동안 급격하게 변했다”며, 이제는 음식이 생존의 문제보다 쾌락의 대상에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요리사들이 직접 손님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와 식재료의 산지부터 상세한 조리법까지 직접 설명하는 것도 이곳에서의 식사를 즐기는 포인트다.
미쉐린 가이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간 호주에서 요리를 배우다가 처음으로 영국으로 가게 되었을 때 미쉐린 가이드에 대해 더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호주에는 미쉐린 가이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에 꽤 낯선 개념이었고 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경력을 쌓고 있었거든요.
제가 영국에서 일한 첫 번째 레스토랑은 W8이라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요리사 6명이 매일 80석의 고객을 받는 무지막지한 업무강도의 레스토랑이었죠. 그전까지 호주에서 경험한 것과 비교했을 때, 많은 것이 달랐어요. 근무 시간이 훨씬 길었고 요리의 디테일에 아주 많이 집중했습니다. 매일 녹초가 될 정도로 일했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게 이런 것인가?”라는 놀라움이 찾아왔습니다. 압도적인 그곳의 주방 환경을 무대로 저는 2년간 다양한 섹션에서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습니다. 그 이후로 다른 세계적인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인 레드버리, 톰 에이킨스, 프렌치 론드리 등에서도 배움을 청했습니다.
오픈 후 미쉐린 스타를 받기까지의 지난 1년은…
에빗은 2019년 11월에 첫 미쉐린 스타를 받았습니다. 이 레스토랑을 오픈한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시점이었죠. 처음 문을 열고 1년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번화하지 않은 지역에 작은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우리의 철학을 지키는 과정에서 바로 주목을 받거나 손님이 가득했던 것은 아니니까요. 첫 몇 달간 고된 겨울을 보내며 정말 고군분투했고, 모든 팀원이 고생했습니다.
제가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가장 먼저 세운 일차적인 목표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음식을 하되 1년간 어떻게든 버티자는 것이었습니다. 요리에 대한 철학에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첫해에 실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시기를 버텨내야 했죠. 다 같이 노력하며 저희는 좋은 음식을 만들었고, 느리기는 해도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며 단골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고 가장 좋았던 점은…
힘들었던 오픈 1년이 지나 감사하게도 미쉐린 가이드에서 좋은 평가를 받자 많은 손님이 저희를 찾아와 축하해 주셨습니다. 단골 고객들이 다시 레스토랑에 오셔서 식사도 하셨고요. 지난 1년간 거의 스무 번 이곳에 오신 분도 있었는데, 이렇게 손님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늘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첫해에 미쉐린 스타를 얻게 되었다는 점도 매우 영광스럽지만, 저를 가장 기쁘고 벅차게 해 주는 것은 레스토랑을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저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가장 큰 신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요리사로서 고개를 숙이고, 음식과 이 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저와 모든 팀원의 본연의 의무이자 이것이 미쉐린 가이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후 셰프로서의 삶이 달라진 점이 있는지?
직업으로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내가 가는 이 방향이 맞는 것인가”라는 자문을 하게 되곤 하는데, 미쉐린 스타를 받고 난 뒤 손님이 많아졌고, 즉 이 길을 걸을 가치가 있다는 지표가 된다고 느꼈습니다. 레스토랑에 와서 기꺼이 이 가격을 지불하고 즐겁게 식사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였다고 봐요.
개인적인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일주일에 90시간에서 100시간 동안 레스토랑에서 일하죠. 아니면 식재료를 찾아 전국 각지로 떠나거나요. 레스토랑 오너로, 또 셰프로 모든 팀을 운영하며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법사의 초능력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이 레스토랑에 미치는 영향은…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을 발판으로 저는 그간 레스토랑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일들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음식은 물론 손님들의 식사 경험까지 많은 부분을 개선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저를 비롯한 팀원들은 손님 수를 줄이더라도 이 한 번의 식사가 보다 집중적이고, 의미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매주 회의를 하며 크고 작은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요. 무슨 새로운 요리를 만들지, 공간 배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든 것들을 논의합니다.
아직 미쉐린 스타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크게 달라진 점을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더 많은 고객이 찾아오고 레스토랑이 꽉 차고 있어요. 이 공간에 행복한 손님들과 함께하는 것은 저희 팀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되죠. 미쉐린 가이드의 좋은 평가로 영향을 받아 우리의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미쉐린 스타 시상식과 갈라 디너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나서 든 생각은, 요리사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만석 디너 서비스에 빠져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동료 요리사들을 주방에 남겨 두고 간다는 미안함과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는 기쁨, 흥분이 뒤섞여 있었죠.
저는 샴페인 한 병과 미쉐린 스타 명패를 들고 밤늦게 레스토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손님이 모두 돌아간 주방을 둘러보니 우리 팀이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는 없었어요. 모두 축하해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맥주를 마시며 그간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회포를 풀었죠. 정말 행복했습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기를 원하는 젊은 셰프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미쉐린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요리한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그저 열심히 일하고, 정말 최선을 다하고, 변명하지 말고, 사람들이 먹고 싶은 요리를 하라는 것. 그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