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은 정말 겨울 음식일까요?
겨울 음식을 얘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한 가지는 굴입니다. 산란기를 거치며 독소를 내 뿜는다는 5-8월인 따뜻한 계절에는 굴을 먹지 않는다고 지금껏 알려져 왔기에, 국내에서 굴은 겨울철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세계 양식 굴 생산량을 보면, 지난 2021년 기준 한국이 전 세계 2위라도 합니다. 굴 껍질 그대로 식탁까지 오는 굴도 있고, 어촌에서 잡자마자 껍질을 다 깐 뒤, 알맹이만 따로 모아서 유통되는 굴도 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가격의 굴을 접할 수 있는 곳이 한국입니다.
이렇게 굴을 소비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사시사철 굴을 내는 굴 전문 식당도 생기는데, 정말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먹는 굴은 위험한 걸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굴인지에 따라1년 내내 먹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 번쯤 들어봤을 삼배체 굴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굴을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죠.
삼배체라는 이름 때문에, 크기가 큰 굴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배체”란 염색체 수를 지칭합니다. 일반적으로 염색체 한 쌍을 가지고 있는 생물이지만, 개량을 통해서 염색체가 더 늘어난 3배체 굴을 만들어서 생식 능력을 없앴습니다. 염색체가 짝수 단위로 존재하는 굴을 생식을 하지만, 3배체 굴은 생식하지 않습니다.
번식 능력을 없앴으니, 원래 생식을 위해 세포 생장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남게 되죠. 그 에너지로 점점 몸집을 성장시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굴의 크기보다 훨씬 더 크다고 느껴집니다. 일반적으로 생산되는 겨울 굴에 비해서 2배 혹은 3배 이상까지도 크게 자랍니다. 한 손에 올려 두면, 손바닥과 손가락 모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자란 굴도 있습니다.
이렇게 산란기를 거치지 않으니, 일반적으로 산란기 때 나오는 독소 또한 없기 때문에 사시사철 먹는 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굴에서 나오는 독소 외에, 외부 환경 때문에 생기는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생식 기능을 없애고 섭취하고 있는 생물은 비단 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씨 없는 수박 등의 과일도 이렇게 생식 기능을 없애고 품종을 개량해서 만든 것입니다.
국내에서 이처럼 삼배체굴을 양식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2013년부터 시작되었고,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통영이나 고흥 등 남해 바다와 태안 등의 서해 바다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도 다양한 크기의 삼배체 굴을 사용하고 있고, 집에서도 손쉽게 주문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판매하고 있는 유통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원하는 크기의 굴을 고르면 됩니다. 먹기 쉽게 이미 손질되어 있거나, 여러가지 소스가 함께 제공하기도 하는 업체가 다양하게 있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접하기 쉬운 굴이지만, 셰프의 손길을 거치면 또 새롭게 변화합니다. 굴 전문 식당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에서도 삼배체 굴을 사용하고 있고 요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인 제로 컴플렉스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제로 컴플렉스가 생각하는 김치의 이미지에 굴을 함께 곁들이는 거죠.
한국의 음식 문화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김장 문화입니다. 김치 속을 양념으로 채울 때, 그 양념에 굴을 포함한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가죠. 그렇게 배추 이파리 한 장 한 장 양념으로 채워 넣고 몇 달간 숙성한 후, 김장 김치를 꺼내서 자른 단면이 제로 컴플렉스 이충후 셰프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붉은색이 은은히 감돌면서 하얀색 배추 속살이 보이고, 층층이 쌓여진 정갈함을 김치를 만드는 재료와 완전히 다른 식재료로 표현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제로 컴플렉스가 한식을 내는 식당은 아니지만, 한식 문화의 중심이 되는 음식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 음식의 디자인적인 요소만 차용합니다.
“한국적인 맛이 나는 한식을 하려고 하지 않지만, 한국의 미적 요소를 어울리게 넣어봅니다. 어머니가 보내주신 김장 사진에서, 김장 김치의 잘린 단면을 봤고, 거기서 그 단면의 정제된 느낌을 살려내고 싶었다”고 이 셰프는 설명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해산물을 먹을 때 곁들이는 초장의 새콤달콤한 느낌과 생선의 조합을 색다른 방법으로 함께 표현하기 위해서, 등푸른 생선인 삼치와 장미를 사용합니다. 장미 꽃잎을 하나하나 떼어서 파우더를 만들고, 마요네즈 식감의 소스를 만듭니다. 한식에서는 간장에 주로 버무려지는 도토리묵은, 계란 흰자의 식감과 비슷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삼치와 함께 겹겹이 쌓아서, 한식의 맛이 아닌 서양의 맛을 표현했습니다.
굴과 함께 김치를 먹는 보쌈에서 착안해서, 기존 제로 컴플렉스 요리에 굴을 올려봅니다. 생굴이 아닌, 가볍게 통통하게 부풀어오르는 정도로 익힌 후 함께 내는 걸 선호합니다.
“서양식 재료가 아닌 김장 김치의 단면을 통해서도 한국적인 미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요리라는 경계선 안에서 다양한 한국의 미적 요소를 넣는 것도 셰프가 해볼 수 있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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