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풍성한 결실을 맺는 한가위입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추석에는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지냅니다. 이 때, 가족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수고로움을 보상하는 맛있고 풍성한 음식을 차려냅니다. 달이 크게 뜨는 추석, 모두가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죠.
가을을 맞이해, 한 해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에서 출발한 이 명절에는 햅쌀로 밥을 짓고 햅쌀로 술을 빚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냅니다. 햇곡식을 조상이 먼저 맛볼 수 있도록 차례를 올린 뒤 사람들이 먹는 것이 관례라, 제사를 지낸 뒤 그 음식으로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합니다.
여름처럼 덥지도,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라는 뜻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속담이 있지요. 2020년이 많은 분들에게 고되고 힘든 한 해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모두의 노고를 위로할 수 있는 명절의 맛있는 음식을 미쉐린 셰프들이 소개합니다.
에빗 l 조셉 리저우드 셰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1 스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추석 음식은 송편이에요. 햅쌀로 송편을 빚는 문화부터 송편 자체의 모양과 맛까지 추석의 의미를 잘 담고 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질감이 흥미로운데요. 한국 사람들은 떡의 질감에 익숙하지만, 제가 송편을 처음 먹었을 땐 그 쫀득쫀득한 식감이 정말 낯설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맛있고 특별한 이 음식에 금세 매료되었어요.
올해 수확한 햅쌀가루를 빻아 반죽하고, 달콤한 소를 채워 동글동글 예쁘게 빚어내는 송편이 아무래도 추석의 마음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음식이 아닐까요? 가족과 함께 송편을 한가득 빚어 정을 나누고 좋은 일을 기원하는 전통도 멋지고요. 저는 한국에서 지내며 명절을 아내와 함께 보내는데, 서로에게 힘을 주고 함께 쉴 수 있는 시간이라 값지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올해 연휴 중 하루는 오롯이 저를 위한 시간으로 보내고 싶어요. 한 해 동안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로써 많은 생각을 하며 지내왔으니까요! 그간의 일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남은 해를 마무리할지 생각하는 값진 시간입니다.
고료리 켄 ㅣ 김건 셰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플레이트
다양한 추석 음식 중 좋아하는 음식을 꼽자면, 생선전과 토란국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생선전은 명절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인데 일식 튀김요리보다 더 좋아할 정도죠. 기름을 넉넉히 넣어 튀기듯이 부쳐내면 아주 맛있습니다. 다양한 생선을 재료로 쓸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담백한 대구살로 만든 전을 좋아하고, 추석이 오는 가을에는 대구 이리가 여물기 시작하는데 이리도 전으로 부칠 수 있습니다. 갓 부친 대구이리전은 부드럽고 고소해서 생선전 중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꽁치나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은 전으로 잘 먹지 않는데요. 등푸른 생선살을 곱게 다져서 동그랑땡처럼 양념에 무쳐서 기름에 잘 부치면 특유의 진한 맛이 다른 재료와 함께 어우러져서, 담백한 흰살생선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토란국은 추석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에요. 일단 토란이 가장 맛있는 제철이 추석이 오는 9월부터 10월까지 입니다. 제가 워낙 뿌리채소를 좋아하고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꽉 찬 식감을 즐기는 편인데, 가을에 제철을 맞아 더욱 맛있는 토란은 꼭 챙겨먹는 편입니다. 소고기로 끓인 육수에 토란과 들깨를 듬뿍 넣어서 완성한 토란국은 추석과 가을을 맞이하기에 가장 건강한 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툭툭 누들 타이 l 산통 오파스(Santhorng Opas) 셰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빕 구르망
한국의 명절 상차림을 떠올리면, 다양한 나물과 부침, 생선과 고기 요리는 물론 밥과 국까지 형형색색의 요리가 어우러진 화려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명절 음식은 모든 요리가 다 맛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 가지를 꼽자면 산적꼬치가 생각납니다. 알록달록 색도 예쁘고, 한번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꼬치전을 처음 먹어본 것은 작년 추석이었어요. 함께 일하는 한국인 동료가 추석 가족 식사에 초대해 주었죠. 그 때 동료의 어머니가 많은 요리를 해 주셨는데, 다양한 재료를 일렬로 꽃아 가지런히 부쳐낸 꼬치전이 인상깊었어요.
태국에는 추석 명절이 따로 없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부쩍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이 그리워집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함께 지내는 태국 직원들과 강원도 같은 다른 지역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서로 가족 식사에 초대해주기도 하며 즐겁게 지냅니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추석만큼은 서로 힘이 되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유 유안 l 쿠 콱 페이 셰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1 스타
추석 음식 중 약과를 가장 좋아합니다. 약과는 한국의 전통적인 과자인데, 정말 맛있어요. 고운 체로 친 밀가루에 참기름을 치고, 거기에 꿀과 술, 생강즙과 계피가루를 넣고 반죽해 꽃 무늬가 있는 판에 찍어 모양을 낸 뒤 기름에 튀겨내는데, 누구나 좋아할 맛이에요. 황금빛으로 먹음직스러운 모양새도 보기 좋고요.
약과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 뒤로 은은한 생강과 계피 향이 느껴지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겉 부분은 꿀과 밀가루 덕분에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죠. 만들기가 어렵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예전에 홍콩에 있을 때에는, 추석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달을 보고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곤 했어요. 전통적으로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죠. 지금은 한국에 있으니, 유 유안에서 함께 일하는 모든 동료들과 그들의 가족이 함께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일을 끝낸 뒤 함께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이것이 추석에 담긴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