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정갈한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에 새롭게 스타 레스토랑으로 등재된 소설한남. 이곳의 주방을 지휘하는 엄태철 셰프는 익숙함 속에서 찾아낸 한식의 아름다움을 선보입니다. 엄태철 셰프가 그의 요리 철학과, 미쉐린 가이드 파트너 제네시스와 함께 전하는 특별한 요리를 소개합니다.
요리에 대한 엄태철 셰프의 열정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릴 때부터 집에 요리책이 많았어요. 다른 책보다도 요리책 보는게 재미있었고, TV에서도 요리 방송이 나오면 빠져들어 보다 보니 자연스레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당시 흰 셰프복을 입고, 전문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던 TV 속 요리사의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나도 저런 모습으로 요리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어린 시절, 셰프의 모습을 동경하던 소년은 2022년 소설한남을 통해 미쉐린 스타를 수여했습니다. 하지만 그 여정이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훌륭한 셰프가 될줄 알았습니다. 당연히 높은 목표를 세우고 최고를 향해 힘들게 달려가지만, 오히려 그러한 욕심이 커질수록 성취보다는 부담만 커지더군요. 제가 왜 셰프가 되려고 했는지 돌아보니 본질이 보이더군요. 그제서야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제 음식으로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것이 삶에 만족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죠.”
소설한남이 추구하는 요리는 ‘완연한 한식’입니다. 엄태철 셰프는 누가 먹든, 보든 한식이라는 정체성을 온전히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고유한 한식이 지닌 멋스러움을 세련되게 다듬는 방법을 찾아 익숙함을 재발견하는 것이 소설한남의 역할이라고 설명합니다.
“한식에 외부적인 요소를 가미해 새로움을 주기보다는, 한식이 원래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매력을 잘 이해하고 이것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품의 노영희 선생님께 이런 감각적인 면을 많이 배웠죠.”
엄 셰프는 ‘소설’이라는 레스토랑의 이름에 몇 가지의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소설(素設)이라는 한자로 본다면 흰(素) 빛의 수수하고 정갈한 본연의 한식을 풀어(設) 선보인다는 의미가 있고, 문학장르인 ‘소설(小說)’로 해석하면 셰프의 상상력을 더한 한편의 이야기 같은 음식을 선보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문으로 동음을 표기해 ‘So Seoul’로 위트를 더했는데, 엄 셰프는 이것이 당대의 서울 요리, 한식을 보여준다는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엄 셰프는 한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밥을 중심으로 여러 반찬을 먹는 문화’에 주목합니다. “각각의 반찬과 밥을 골고루 맛보며 조화를 느끼듯, 저희 레스토랑에서도 오미인 쓴맛, 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을 조화롭게 풀어냅니다. 각각의 코스마다 양념과 조리법에 차이를 주며 높낮이의 변화를 통해 즐거움을 만들죠. 다양한 맛이 하나의 중심점을 두고 어우러지는 것이 한식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네시스 X 소설한남이 선보이는 맛의 기승전결
소설한남은 미쉐린과의 파트너쉽으로 미식 문화를 고객들에게 알려 온 제네시스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멋진 풍경을 보며 드라이브를 즐기듯 맛의 기승전결을 선보입니다.소설한남의 시그니처 국수
이 요리는 한국 음식 중 빼놓을 수 없는 비빔 막국수에 착안한 요리입니다. 김과 채소, 과일을 넣어 향을 끌어올린 숙성 간장과 감태 오일을 섞어 소스로 사용합니다. 참기름과 들기름의 고소함과 감태의 쌉쌀하고 향긋한 바다향, 메밀국수의 담담함이 어우러집니다.
고명으로 곁들인 세 가지 재료도 주목할만 합니다. 씨를 빼서 통으로 담근 참외장아찌와 소금에 절여 물기를 짠 뒤 살짝 볶아낸 오이나물, 그리고 채 썬 표고를 볶아 메밀싹으로 버무린 세 가지 고명을 면과 함께 곁들여 식감과 맛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한우 갈비살에 옥광밤 율란을 넣어 만든 떡갈비와 양배추 쌈밥
셰프는 한식 코스에 떡갈비만큼 좋은 메인은 없다고 말합니다. 한국인이 갈비를, 수고스럽지만 좀 더 먹기 쉽게 다져 숯불에 굽는 떡갈비는 쫄깃함과 씹는 맛이 훌륭하고 은은한 향이 일품입니다. 여기에 한국 자연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밤을 으깨어 빚은 율란을 속에 넣어 식감과 맛의 풍성함을 더했습니다.
호두 곶감 아이스크림과 다과
다과로 널리 사랑받는 곶감말이를 재해석한 소설한남의 아이스크림. 호두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바삭한 호두 강정을 잘게 부수어 넣어 식감에 재미를 더하고 쌀과 엿기름을 삭혀 만든 식혜를 오래 끓인 뒤 홍시, 감말랭이와 섞은 홍시 조청을 더해 완성합니다. 차와 함께 먹는 다과는 전통에 충실합니다. 각기 다른 식감과 달콤함을 주기 위해 부드러운 과일 향을 담은 딸기 양갱, 바삭한 강정, 진하고 풍부한 맛의 개성약과와 쫀득하고 고소한 흑임자 캐러멜이 준비됩니다.
엄태철 셰프는 정갈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정돈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출근 전, 그리고 퇴근길에 운전을 하며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집니다. “어쩌면 운전을 하는 것은 혼자 조용히 생각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환경이죠.” 그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떻게 준비하여 오늘하루 서비스를 잘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일을 다 마치고 난 뒤에는 오늘 하루의 노력을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고민하며 자신을 다스립니다.
미쉐린과 제네시스가 또한 자신을 추구하는 여정에 교감하며, 그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제안합니다. 인생의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 헤아리는 수양의 여정입니다. 엄 셰프는 스스로 헤아리고 반성해야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셰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입니다. 준비하는 순가부터 마지막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정성을 다해야 이 마음이 전달됩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온기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소설한남은 오픈 만 4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픈 초에는 설렘으로 가득한 순간이었죠. 새로운 장소, 새로운 기물, 새로운 꿈으로 모두 부풀어 있으니까요. 그 설렘을 동력 삼아, 매일 전쟁터 같은 환경에서 오직 좋아하는 일이라는 생각만으로 모든 직원들이 힘들게 달려왔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손님이 줄어들기도 하고, 우리가 멋지게 준비를 해도 이것을 경험해 줄 고객이 없다면… 그 허무함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나 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도 이제 종식이 가까워지고, 이번 새로운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며 저희가 해오던 방향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많이 생겼어요. 지금도 더 나아지기 위해 매일 노력합니다.”
엄태철 셰프는 소설한남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금까지의 소설한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손님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장 중시한다는 것에 변함이 없고, 지금껏 추구해 온 것처럼 한식을 좀 더 멋지게 표현하려는 바람을 담아 깊이 있는 음식에 집중하겠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곳, 소설한남의 소설은 늘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