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Out 1 minute 2020년 6월 2일

자하 손만두, 온기를 담은 만두 한 그릇

30여년간 부암동을 지켜온 서울의 만두 전문점, 자하 손만두. 박혜경 대표가 직접 담근 조선간장과 쫄깃한 만두피가 매력적인 만두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1993년부터 부암동을 지켜온 만두 전문점으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의 빕 그루망인  자하 손만두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요리 솜씨를 이어받은 박혜경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박 대표가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은 그 덕분에 누군가의 가정에 초대받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단아한 내부와 인왕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훌륭한 조망도 이 공간의 매력을 한층 높여줍니다.

일체의 조미료를 배제하고 직접 담근 조선간장으로 맛을 낸 삼삼한 국물과, 국내산 밀가루로 만든 쫄깃한 만두피가 매력적인 자하 손만두의 여덟 가지 만두는 각기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 정성껏 준비한 건강한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하고자 하는 자하 손만두의 소신이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앞마당에 폈던 3개의 파라솔, 미쉐린 빕 구르망 레스토랑이 되다

부암동 토박이였던 박혜경 대표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93년, 갓 결혼한 올케와 의기투합해 친정집 마당에 파라솔 3개를 펴고 만두를 빚어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왕산 개방과 함께 부암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던 당시,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만두를 손님들에게 선보여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입니다. 집 마당에 파라솔을 펴고, ‘손만두’라고 써 붙인 것이 자하 손만두의 시작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힘을 모아 만두를 준비하니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자하 손만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박 대표는 조금씩 방을 비우며 접객 공간을 늘려 나갔고, 이제는 집에 살던 가족이 모두 이사를 나가 이 공간을 온전히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별다른 광고 한 번 하지 않았지만 멀리서도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북적한 자하 손만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2016년 런칭한 이후 지금까지 매 해 빕 구르망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며 미식가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자하 손만두 내부 인테리어 (Pic: 자하 손만두)
자하 손만두 내부 인테리어 (Pic: 자하 손만두)

자하 손만두의 비결, 집에서 담근 간장과 진심어린 마음

자하 손만두에서는 매일 5000여개가 넘는 만두를 빚는데 이는 모두 한국의 전통 만두로, 8가지 종류를 준비합니다. 만두는 육수와 함께 삶아 먹는 만두인지, 그냥 맑은 물에 삶은 뒤 건져 먹는 만두인지, 쪄 먹는 만두인지에 따라 모두 조리법이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만두소로 쓰이는 재료 또한 채소만을 사용한 것부터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함께 들어간 것, 김치가 들어간 것 등 다양하며,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화합니다. 그 중에서도 만둣국과 함께 자하 손만두의 대표 메뉴로 꼽히는 편수는 표고버섯과 소고기, 오이 등을 넣어 맛이 정갈하면서도 담백합니다. 


자하 손만두의 편수 (Pic: 자하 손만두)
자하 손만두의 편수 (Pic: 자하 손만두)

박 대표는 자하 손만두의 비결을 직접 담근 간장으로 꼽습니다. 만두의 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장 맛이므로 레스토랑을 오픈한 이래 단 한 번도 시판 간장을 구매해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입니다. “만두를 빚는 방법은 비슷할지라도 그 집에서 오랜 세월 전통을 가지고 지켜 온 장 맛은 다르기에, 직접 조선간장을 담가 써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어요.” 박 대표는 메주를 띄워 염수에 숙성하고 간장을 뽑아 몇 년 간 숙성하며 사용하는데, 이것이 자하 손만두가 30여년이 지나는 세월 동안 지켜온 가장 큰 원칙입니다.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간장으로만 맛을 냅니다. 조미료 자체가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식재료의 맛을 넘어서며 균형을 해친다고 생각해요. 저희 만두와 어우러지지 않죠. 심심한 듯, 담백하게 먹어야 다음 번에도 이 음식이 자연스레 그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간장은 세월이 만든 맛이라 채소와 갖은 고기와도 부드럽고 은은하게 잘 어우러집니다. 조미료와는 대조적이죠.”

김치도 간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흔히 김치를 만두와 곁들이는 간단한 반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하 손만두에서는 김치 또한 마음을 담은 요리입니다. 손님이 많아 소진 속도가 빠르다 보니 자하 손만두에서는 김치를 담그는 것도 거의 매일의 일상입니다. 박 대표는 “결과물은 일견 비슷해 보일지언정, 정성을 담은 맛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며, “정성과 마음을 담은 음식에서는 따뜻한 맛이 난다”고 설명합니다.





만두로 이어 가는 음식의 전통

박 대표는 만두가 모양도 맛도 화려한 음식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요리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하며 기억을 만들어가는 음식이죠. 간단해 보이지만 만두도 잘 빚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맛있는 간장도 준비해야 하고, 어울리는 육수도 준비해야 하는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아요. 정성이 많이 들어갑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힘을 내며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부분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감사합니다.”

오랜 세월 한 곳에서 영업을 해 온 것도 자하 손만두에는 남다른 의미입니다. 박 대표는 30여년간 자리를 지킨 덕에, 어린 시절 이곳을 방문한 고객이 결혼을 하고 자식과 함께 찾아오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자하 손만두에서 대를 지키며 일한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된 보람이라고 설명합니다. 음식을 통해 고객과 레스토랑이 기억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셈입니다.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되어 기쁘지만, 누군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이 일을 했다고 하면 진작 포기했을 거에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하고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장사나 사업이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싶어요. 늘 좋아서 하는 일이었어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요리를 배웠는데, 원래 집안에서 손님들을 불러다가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일상이었고, 그래서 제게 음식은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잘 할 수 있고, 보람이 있으니까요. 제 만두가 여러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또한 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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