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1 minute 2020년 3월 12일

빨대의 역사

지난 700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빨대가 어떻게 현재 환경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받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확인해 보세요.

오늘날 우리가 ‘빨대’라고 부를만한 도구는 약 7,000년 전에 처음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최초의 문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메르 문명의 무덤 벽화에는 속이 빈 기다란 관으로 술을 마시는 사회 상류층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후 무덤에서 금속과 고급 광물로 만든 음료용 관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오호 십육국 시대에 건국된 북위 왕조(386년~534년)의 사람들 또한, 포도를 발효한 술을 마시는 빨대를 만들기 위해 속이 빈 식물의 줄기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16세기에, 남아메리카 사람들은 마테차를 마시기 위해 봄비야(bombilla)라고 하는 특별한 빨대를 고안했습니다. 마테차에는 잎과 줄기 조각이 너무 많아서, 이를 거르고 마시기 위해 은이나 청동으로 된 얇은 관 끝을 필터처럼 만들어 액체만 마실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 빨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테차를 마실 때 쓰는 빨대, 봄비야(bombilla)
마테차를 마실 때 쓰는 빨대, 봄비야(bombilla)

종이 빨대의 탄생

1800년대에 호밀 줄기를 소재로 한 빨대가 사용되며, 대량생산된 종이 빨대가 주류로 부상하는 계기가 됩니다. 당시의 빨대는, 호밀 줄기가 많이 자라기 전 적당한 크기가 되었을 때 잘라내어 표백한 뒤 말려 사용했습니다. 이런 호밀 빨대의 큰 단점은 너무 빨리 분해되어 음료에 찌꺼기를 남긴다는 점이었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금세 유행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자리를 대체한 것이 미국인 마빈 스톤에 의해 개발된 종이 빨대입니다.

마빈 스톤은 담배 롤러나 펜 홀더 같은 원통형 물건을 제조하는 공장주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호밀 빨대를 사용하는 것이 불만족스러웠던 그는 연필의 표면을 따라 종이를 굴려 긴 튜브 형태를 만들었고, 끝을 접착제로 고정한 뒤 모양을 잡기 위해 사용한 연필을 빼 종이 빨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디자인은 특허도 받게 됩니다. 마빈 스톤이 고안한 종이 빨대는 미국을 강타했고, 일일 생산량이 최고조일 때는 2백만 개에 달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의 시대

음료의 맛에 영향을 주지 않고, 수분에도 질척이거나 녹지 않는 플라스틱 빨대가 생산되며 종이 빨대는 1960년대에 점차 인기를 잃었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 빨대는 생산 비용도 저렴했고, 대량생산도 용이했습니다. 여기에 산업화가 진행되며 냉장고가 일반 가정에 보편적으로 보급되었고, 이와 함께 냉장 음료도 호황을 맞게 됩니다. 사람들은 시원한 음료를 빨대로 홀짝홀짝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고, 플라스틱 빨대 산업은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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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대한 해악

플라스틱 빨대의 편리함을 누린 지 반세기가 지나자 심각한 환경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빨대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어마어마한 양에 있습니다. 미국인들로만 한정하더라도, 매일 약 5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사용됩니다. 이처럼 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 생태계에 상당한 환경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캘리포니아 해안 위원회(The Californian Coastal Commission)에 따르면, 1988년에서 2016년 사이에 지역 해변에서 발견된 쓰레기 단일 품목 중 플라스틱 빨대가 여섯 번째로 비중이 높습니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매립지에 묻히거나 최악의 경우 바다로 흘러들어 자연에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줍니다.

몇 해 전, 바다거북 한 마리가 코에 플라스틱 빨대를 꽂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구조대원이 빨대를 빼내려고 하자 바다거북은 피를 흘리며 격렬하게 몸부림을 쳤습니다. 이 사연을 촬영한 동영상은 온라인으로 널리 퍼졌고, 2018년경부터 거세게 일어난 빨대 사용 반대 운동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환경 단체들은 대중의 인식 개선 흐름에 부응해 전 세계에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줄이라고 촉구했습니다.



더 환경적인 대안들

빨대 사용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은 식음료 기업과 관계자들에게도 직접적으로 호소합니다. 그 결과, 지난 몇 년 동안 빨대사용 금지 캠페인에 참여한 외식기업과 개인 레스토랑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국 내 최초로 외식 업소에 플라스틱 빨대를 비치해두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고객이 빨대 사용을 원한다면, 종업원에게 별도로 요청을 해야 합니다.

더 환경적인 대체재들이 출시되고 있다
더 환경적인 대체재들이 출시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처럼 생분해되지 않는 소재로 생산된 빨대 사용이 단계적으로 금지되며, 대안적인 상품도 점차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대나무 빨대, 유리 빨대 등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코워킹 스페이스 위워크 등의 주요 기업은 미국 전역의 업무공간에 금속 빨대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속 빨대는 저렴하고, 세련되며, 무엇보다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와 마찬가지로 하얏트 호텔도 고객의 별도 요청에 의해서만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고 있으며, 힐튼 호텔은 600개가 넘는 체인 전체에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추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환경부는 ‘일회용품 줄이기 중장기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이 로드맵은 3년간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를 2022년부터 전면 사용 금지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각 기업에서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해조류로 만든 빨대 등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소재의 제품도 개발해 출시하고 있습니다. 식물 줄기와 종이를 거쳐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빨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빨대와 함께해온 인류. 지구를 위해, 더 나은 미래형 빨대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원문은 홍콩의 Joe Chan이 작성하고, 국문으로 이정윤 미쉐린 가이드 서울 디지털 에디터가 번역 및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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