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미쉐린가이드는 '미쉐린 그린 스타 (MICHELIN Green Star)’라는 새로운 영예를 선정하고 서울에서 2곳의 레스토랑을 선정하여 발표했습니다. “황금콩밭”의 윤태현 대표와 “꽃, 밥에피다” 송정은 대표가 첫 그린 스타의 영예를 받았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린클로버”의 픽토그램이 붙게 됩니다. 미쉐린 그린 스타는 말 그대로 자연 자원을 보존하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호하며, 근거리 식재료의 적용, 동물 복지 실현, 음식물 쓰레기의 감소 등에 소명을 지니며 지속 가능한(Sustainable) 미식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 곳은 각각 한식에서 가장 순박하면서도 진실된 음식인 두부와 비빔밥을 통해 음식의 아름다움과 온기를 전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삶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의 방방곡곡 직접 발로 뛰며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짓는 생산자를 만나고 그들의 농산물을 주방으로 옮겨와 생명력 있는 음식을 만들었으며 레스토랑으로 찾아온 손님에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식사로 전달했습니다. 겸허한 이 곳의 음식들을 먹어본 사람은 잔잔한 감동이었다고 평합니다. 화려한 찬사나 수식은 없지만 그 음식에 어린 맛과 향기, 온기에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존중이 어려 있기 때문입니다. 미쉐린 그린 스타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서울 두 곳 레스토랑에서 베일에 감춰졌던 이야기를 오픈합니다.
꽃, 밥에피다, 송정은 대표
2015년에 오픈한 한식 레스토랑 입니다.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와 제대로 발효시킨 전통 장으로 조화로운 음식을 만들어 가며 자연과 사회,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송정은 대표의 메시지.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기쁨이 찾아올 때
무엇보다 손님과 만나는 순간입니다.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찾아오세요. 한 분 한 분 저희들이 준비한 음식을 드시면서 미소 짓고 대화하는 모습에 큰 기쁨을 얻습니다. 이 공간은 오랜 시간 환경운동을 하는 분들이 모였던 장소입니다. 건강한 음식을 대접하고, 건강한 사회를 꿈꾸며 건강한 자연을 가꾸고자 하는 에너지로 레스토랑을 채우게 되어 감사의 마음을 지니게 됩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소명으로 삼는 것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에게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은 건강한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었어요. 그 개인적인 절실함이 있었기에 20여년 동안 여기까지 걸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친환경에 눈을 뜨면서 아이에 대한 사랑을 사회로 확대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건강한 지구, 건강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음식이야 말로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운동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건강한 생산자를 찾아 그들의 식재료로 요리하며 그로 인한 이로움을 고객들에게는 건강으로, 생산자에게는 경제적인 이윤으로 환원하는 일 말이지요.
음식의 맛, 영양, 가치에 대한 고유한 발견
음식을 단순히 끼니 차원이 아니라 먹는 경험의 차원에서 고민했습니다. 눈으로 볼 때 아름다워야 하며, 먹을 때 맛있고 향기로워야 하며 먹고 나서는 속이 편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했습니다. 친환경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조직력, 한식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법, 전 발효장을 기본으로 한 조리법 등 말이지요. 이를 위해서 한식 연구가, 기본기에 충실한 조리팀. 맛과 향기를 시각적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들이 혼연일체가 되었습니다. 결국 뿌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뿌리를 건강하게 키우니 아름다운 ‘꽃,밥에피다’가 되었습니다.
첫 미쉐린 그린 스타로 선정된 소감과 향후의 방향성
미쉐린 그린 스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습니다. 미쉐린 선정 소식은 힘들 때 마다 저를 일으켜 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은 드러나지 않는 수고가 많은 법인데 이렇게 세상에 알려주시고 명예롭게 해 주시니 참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나가라는 응원이라 여깁니다.
생활 환경 변화에 부응하며 음식을 전달하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친환경 식재료를 판매하는 마켓, 보자기 꽃밥을 테이크 아웃 하는 전문점을 함께 운영할 계획입니다. 음식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지키겠다는 철학은 그대로 입니다. 외국인들에게도 한식의 가치를 아름답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지속 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며 선한영향력을 만들어 내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행 하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건강한 친환경 식재료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땅이 건강해야 하고 계절에 따른 빛, 바람, 비가 열매를 품어 주어야 합니다. 여기에 생산자의 정성과 땀이 필요하죠. 이 건강한 순환을 잘 연결 시켜 지속 가능한 미식이 현실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레스토랑이 되고자 합니다.
황금콩밭, 윤태현 대표
2013년에 오픈한 두부 전문점입니다. 한해 가장 알차게 여문 콩을 산지에서 들여와 매일 아침 두부를 만들고 청국장을 띄우며 음식에 숨결을 불어 넣는 윤태현 대표의 메시지.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기쁨이 찾아올 때
가슴 벅찬 감동이나 전율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공을 들여 만든 음식을 손님이 편안하게 드시고돌아가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마디 남겨주실 때 잔잔한 기쁨에 젖어 듭니다. 좋은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헤매던 시간, 새벽녘 깜깜한 새벽녘 두부를 만들려고 눈 비비며 일어난 시간들, 신선한 재료를 살리기 위해 공들인 조리법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구나 생각하니까요. 한 부부는 맛있게 먹고 돌아가며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두부였어요.” 하시더군요. 호들갑을 떨기 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맛있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까지 다니며 공부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공부가 헛되지 않으니 이제 두부를 정성껏 만들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화력이 없으신 어르신이나 몸이 약하신 분들이 “이 집 음식은 참 편안하고 맛있습니다.” 라고 해 주시면 참 다행이라고 제가 도리어 고마워 집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소명으로 삼는 것
먹는 것이 인간의 삶에 기본적인 것입니다. 자신이 소중하기에 타인의 삶도 소중함을 느낍니다. 저는 땀 흘린 노력의 대가를 재물의 축적으로 쌓기 보다는 더 좋은 음식을 만드는 일과 새로운 발견을 위해 도전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두부를 만들고 청국장을 띄우는 과정에서 지혜를 선물 받았으며 이는 천연발효종 빵을 연구하고 굽는 것으로 이어갔습니다. 또한 밀가루를 이해하다 보니 면 소다를 비롯하여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면을 개발하여 면 요리에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도전 자체가 삶에 자유를 주더군요. 현실에 굳건하게 발 디딘 자유 말이죠.
음식의 맛, 영양, 가치에 대한 고유한 발견
삶에 버팀목이 되는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생산자의 땀, 드시는 분의 기쁨이 저에게는 하나 같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소백산의 콩밭에 가고 멸치 어장을 하시는 어부를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제주 무항생제 돼지를 키우시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들로부터 얻는 생동감을 제 음식에 고스란히 담으려 합니다. 특히 소백산은 물 빠짐이 좋고 일교차가 크기에 콩의 풍미가 훌륭합니다. 두부를 만들 때 물을 많이 넣고 간수도 많이 넣으면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물은 최소한으로 하고 간수도 절제합니다. 콩이 지닌 아로마와 떼루아를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일 정성을 다할 수 있을 만큼만 만들되 총량 중 10% 정도는 기존 레시피와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봅니다. 두부도 콩의 상태, 계절의 기후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 10%의 허락에서 진보된 레시피가 탄생하며 안정된 90%에 재 반영됩니다. 전체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것이지요. 황금꽃밭에서 그 어느 하나 같은 두부는 없습니다. 어제의 좋은 것들만 선별하여 오늘의 두부를 만들고 결핍이나 모자람을 보완하여 내일의 두부를 준비합니다.
첫 미쉐린 그린 스타로 선정된 소감과 향후의 방향성
미쉐린 그린 스타 상을 받는 순간까지 두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상을 받는 날 화면에 매끈하고잘생긴 얼굴로 나오질 못했네요. 미쉐린을 통해 엄격히 검증 받은 만큼 그 영예가 거짓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살아 숨쉬는 자연의 재료로 사람의 몸에 이로운 음식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발효와 숙성에 대한 묘미로 음식의 구조를 탄탄히 짜려 하려고 합니다. 하우스 막걸리를 직접 양조하고 천연발효종으로 빵을 굽고 있습니다. 여기에 발효장, 장아찌, 식초 등을 더할 생각입니다. 메주에 새끼를 꼬아 매는 일은 연륜 없이는 참 힘든 작업입니다. 아버님께 전수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돼지고기 염장법을 조금 더 공부하고 있습니다. 두부와 더불어 시간의 깊이가 묻어나는 음식이 되겠지요. 유명인사도 많이 다녀가시지만 저는 아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손님에게 한가지 마음입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찾아주신 분들에게 좋은 식재료를 찾아 기본에 충실한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