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1 minute 2023년 12월 27일

미쉐린 가이드 셰프의 개성따라 변화하는 한식의 모습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한식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들이 한식을 바라보는 관점은 서로 다릅니다. 그들이 매 계절 요리하며 만들어가는 한식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각 셰프가 한식의 어떤 요소를 눈여겨 보는지, 그 요소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또 한식이 조금 더 국제적으로 소비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것을 더 이루어나가야한다고 생각하는지, 각각의 셰프가 생각하는 한식의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한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한식을 선보이는 셰프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한식의 진보와 발전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합니다. 전통적인 한식의 맛을 존중하면서도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취향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교류가 오갑니다. 점진적으로 달라지는 삶의 양식 혹은 기후 변화에 따라, 각 셰프가 생각하는 한식의 모습 또한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쉐린 가이드가 소개하는 한식 레스토랑의 셰프들은 어떻게 한식을 바라보고, 어떻게 그에 맞춰서 한식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을까요?

권숙수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2 스타

한식의 기본 맛을 좌우하는 장, 젓갈, 식초 등을 직접 담가 사용하는 권숙수를 이끄는 권우중 셰프는 한식은 결국 일상식과 맞닿아 있다고 말합니다. “정서적, 문화적으로 한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한반도에서 나는 여러가지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중요시하는데, 구하기 힘든 진귀한 재료를 탐색하는 것이 새로운 한식을 만들어 나가는 데 가장 큰 영감을 줍니다. 방방 곡곡을 다니며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식재료를 확보해 메뉴 개발을 하며, 이것이 한식의 틀 안에서 다양성을 부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식의 발전을 위해 권우중 셰프는 비즈니스로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도 강조합니다. “결국 레스토랑도 영업이 잘 되고, 손님에게 호응을 받아야 지속가능합니다. 한식이 부가가치를 창조하며 존중받는 사례를 잘 만들어야 다음 세대의 꿈나무들이 적극적으로 한식에 진출할 수 있다고 봐요. 선배로써 좋은 선례와 기회를 만들며,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부분에서 위상을 높일 때 한식을 계승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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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2 스타

품격 있는 한식 정찬을 기품있게 선보이는 라연의 김성일 셰프는 한식을 생각할 때,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의 정서를 빼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랜 세월 거쳐 만들어진 한식의 본질을 정의하기란 어렵지만, 한식은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과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지고 산과 평야가 교차하는 지형을 기반으로 역사와 한국인의 얼이 녹아든 중요한 문화에요. 궁중요리와 종가음식, 사찰요리는 모두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역사와 지형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한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김성일 셰프는 한식 트렌드가 점점 모던하면서 창의적이고 예술적 요소가 가미된 방향로 변화하고 있고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한식 정찬은 고객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식을 새롭고 낯설게 여기는 분부터 경험과 지식이 많은 분들까지 모두 흥미롭게 느낄 수 있도록 메뉴가 가진 역사와 정통성을 설명하는 전달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식은 결국 사람들이 즐기고, 사랑함으로써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밍글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2 스타


강민구 셰프는 채소 요리야말로 한식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사찰음식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채소만을 사용한다는 제약 속에서 다양한 방법들을 오랫동안 연구해왔기에 풍부한 지혜로 가득합니다. 우리 콩과 소금, 물로 만들어 낸 다양한 장, 채소 발효, 채식 문화, 김치 등 한국 음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의 힌트를 사찰음식에서 얻을 수 있죠. 제게도 사찰음식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사찰음식의 대가인 정관스님이 계신 천진암에 1년 반이 넘는 기간동안 주말마다 다니면서 배움을 청했는데, 처음엔 음식을 배우러 간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제가 배운 것은 음식을 대하는 자세와 삶의 철학이더군요.”
밍글스는 채식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다양하고 독특한 한국의 채소를 활용해 한국적인 맛의 지도를 그려나갑니다. 장과 발효의 가치를 가장 앞세우는 셰프의 생각이 테이블 위의 결과물로 드러나는 셈입니다. 다양한 채소 연구를 음식으로 표현해내고, 동료 셰프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에 미래의 한식의 실마리가 있다고 셰프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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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음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 스타

김치를 메인 요리로 즐기는 것은 과거의 한식에는 찾기 어려운 모습이었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레스토랑을 통해 시도되는 일입니다. 전통 한식의 특성을 탐구하고 이를 존중하되, 셰프의 아이디어와 새로운 감각을 더해 다양한 면에서 변화를 꾀하는 것입니다. 온지음의 어육 김치 냉채가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이처럼 전통을 새롭게 표현해내는 온지음의 박성배 셰프는 한식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한식이 단순히 음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의식주 문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의식주라는 것은 인간 생활을 구성하는 문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생활에 녹아 있는 다양성을 끊임없이 연구할 때, 결국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식문화를 이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셰프에게 레스토랑은 단순히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 아닙니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지역적인 느낌부터 들어올 때의 동선, 공간의 인테리어와 다양하고 전통적인 공예품으로써의 기물, 한국적인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한 자리에 응축시키는 매개체로써, 한식을 특별한 문화로 경험하실 수 있도록 발전해 나가려고 합니다.”

윤서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 스타

익숙하면서도 과감한 도전이 느껴지는 독특한 한식을 선보이는 윤서울의 김도윤 셰프는 한식의 본질이 ‘숙성과 저장’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천연으로 말리거나 숙성시켜 보관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우리가 오래 전부터 즐기던 한식은 이런 고민을 저희만의 문화로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탄생했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다양한 재료를 저장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큰 흥미를 느낍니다. 식재료를 다루며 다양한 식감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고요. 한국에 왔다면 저희의 다양한 저장음식을 경험하기를 권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식재료를 보존하기 위한 고민이 있었겠지만, 그 해결책은 지역마다 모두 달랐을 것이고 그것이 식문화의 근간을 만들어냈을 거예요.”
윤서울은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다양한 식재료를 말리는 공간을 레스토랑 내에 유지하며, 호기심 많은 식객들을 안내합니다. “다양한 원재료를 어떻게 저장하고 보관하는지 고객들께 실제로 직접 보여드리고 있어요. 한국적인 방식으로 재료를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모여 한식의 큰 모습을 만들어냅니다.”


레스토랑 주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한국의 미를 곳곳에서 보여주는 디자인을 비롯해 장인들과 함께 만든 아름다운 기물, 정갈한 요리가 인상적인 레스토랑 주은의 박주은 셰프. 박 셰프에게 한식은 ‘우리 고유의 음식’입니다. “음식은 문화예요. 때로는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것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현대적인 요리들도 후대에서는 굉장히 전통적인 형태로 판단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다양한 요리도 한식의 범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유의 색을 만들어가는 중심이 있는데, 저는 이것이 장과 김치라고 생각해요. 콩 발효로 만들어지는 간장, 된장, 고추장, 그리고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다양한 김치는 한식의 핵심이죠.”

지금, 한식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동료 셰프들이 해외로 진출하기도 하고, 외국인 손님도 많아졌어요. 그 덕에 한식의 다양성을 세계에 더 알릴 기회가 된다고 봅니다. 한국에 있는 레스토랑의 셰프로 저희는 보다 고유한, 해외에서 경험하기 힘든 지역적인 음식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공부하고 정보를 교류하며 성장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 팀도 지방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향토 음식 전문가들을 서울로 초대해 동료 셰프님들과 함께 배움의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Hero Image: Korean Culture and Information Service, Artwork by Heo Dong-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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