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2 minutes 2024년 2월 13일

글씨로 전하는 사랑, 레터링 디저트

멋진 레스토랑보다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더 좋은 곳이 있을까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순간을 더 멋지게 만들어 줄 레터링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미쉐린 레스토랑들을 소개합니다.

쌀쌀했던 겨울의 끝자락을 뒤로 하고, 따스한 봄이 다가오는 희망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2월, 발렌타인 데이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이른 봄의 설렘을 전하고 3월에는 많은 이들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합니다.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안고 따스한 봄을 맞이하며,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나누기에 맛있는 식사만큼 더 좋은 것이 있을까요? 여러분의 기억에 더 특별한 즐거움으로 남을 레터링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미쉐린 레스토랑 5곳을 소개합니다.

묘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 스타

창덕궁의 아름다운 뷰가 사계절 마음을 사로잡는 묘미는, 한국의 식재료를 다채롭게 활용한 김효중 셰프의 컨템퍼러리 퀴진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편안한 서비스와 맛있는 디저트로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에 적합한 곳이지요. 묘미의 이현정 페이스트리 셰프는 하루에도 절반 이상의 디저트에 레터링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고객이 좋은 날을 기념하는 곳이에요. 연인 사이의 기념일과 부부의 결혼기념일, 최근엔 출산을 앞둔 임산부도 정말 많이 찾아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레터링은 프로포즈 디저트죠! ‘Will you marry me’가 적힌 디저트를 내보낸 뒤에는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다이닝 홀을 신경쓰게 되고, 같이 두근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역사적인 명소에 위치해 있다 보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도 많은데, 그 때는 낯선 언어라도 그 나라의 말로 메시지를 함께 적어 드리고 있기도 합니다.”

묘미의 ‘된장’ 디저트
브리와 블루치즈로 만든 고소하고 콤콤함 크림에 진득한 솔티드 캐러맬, 바삭한 식감을 더하는 흑미 시리얼을 올린 뒤 블랙 트러플을 쉐이빙해 화려한 풍미를 더한 된장과 브라운 버터 아이스크림으로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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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미의 ‘장미’
가볍게 바삭한 질감의 머랭 위에 향긋한 장미 파우더를 뿌리고, 피스타치오 프랄린과 크림, 장미와 리치, 라즈베리를 섞은 이스파한 소르베로 로맨틱한 감성을 전하는 디저트입니다. 연인과의 사랑하는 순간을 향긋한 달콤함으로 표현했습니다.

묘미를 이끄는 김효중 셰프는 디저트를 ‘달콤한 선물’이라고 표현합니다.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경험을 해보셨을 거예요. 다이닝의 긴 코스 끝에, 고객께 드리는 선물로 즐거움과 웃음을 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미리 레터링 요청을 주신 손님이 아니더라도, 매니저와 서비스 중간중간 소통하며 고객께 저희만의 메시지를 적어 드리기도 해요. 외국인 분들께는 그 나라 언어로 ‘묘미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거나, ‘Happy Day’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문장으로요. 저희와 함께하는 순간이 멋진 선물처럼 늘 일상에서 떠오르기를 바랍니다.”

라미띠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 스타

1999년 오픈한 라미띠에는 20여년간 한국에서 프렌치 퀴진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세련된 요리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이끄는 장명식 셰프는 디저트야말로 전체 코스에서 그 중요성이 메인 못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파인다이닝은 코스가 긴 편이에요. 그래서 부담스러운 디저트보다는 전체의 흐름에 어울리는 강약의 조절이 꼭 필요합니다. 셰프와 파티시에의 대화가 중요한 이유죠. 페이스트리 섹션에서 가장 좋은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너무 많이 힘을 주다 보면 전체 흐름과는 동떨어진 요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밸런스를 맞추고, 여운을 남기는 디저트는 때로 덜어내는 길이 맞기도 합니다. 그래서 라미띠에는 코스를 구성할 때 디저트의 균형감을 중시합니다.”

장명식 셰프는 결국 디저트 레터링 서비스 또한 사려깊은 레스토랑 서비스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합니다. “보통은 예약할 때 고객이 레터링 요청을 주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손님을 직접 맞이하고 애피타이저부터 메인까지 서비스를 하며 홀 팀에서 주의를 기울여 손님들의 특별한 기념일 여부를 파악합니다. 그래서 요청 없이도 서비스로 레터링을 해 드리면 큰 감동을 받곤 하시지요. 예를 들어 임산부에게 ‘순산 기원’이라거나,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에게 ‘Welcome to Korea’처럼 기분 좋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라미띠에의 바슈랭(Vacherin)
라미띠에의 바슈랭(Vacherin)

동그란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축하 자리에 빠지지 않는 프랑스 디저트인 바슈랭을 라미띠에의 시각으로 선보이는 이 디저트는 전형적으로 라즈베리 소르베와 머랭, 베리류 과일로 이루어집니다. 라미띠에는 초콜렛 위에 프로마쥬 블랑 치즈 케이크를 올리고, 딸기와 라즈베리 아이스크림과 함께 사각한 질감의 머랭 스틱을 올려서 냅니다.


무오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 스타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로 다채로운 조리법을 탐구하며 개성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박무현 셰프의 무오키는 ‘레터링 맛집’으로도 유명합니다. “무오키에서 프로포즈를 하신 커플이 정말 많은데요, 그렇게 결혼하신 부부 고객님께서 매 결혼기념일마다 찾아와 주세요. 올해 두 번째 결혼기념일까지 함께 해주시니 저희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에 즐거움을 드리는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제주 구좌 당근
2017년, 무오키가 오픈할 때 처음 낸 ‘제주 구좌 당근’을 7년만에 새롭게 재해석한 디저트입니다. 겨울에 제철을 맞아 달큰한 풍미와 수분감이 가득한 제주도 구좌읍의 당근을 소르베, 튀일, 크럼블, 미니 당근과 콤포트, 무스라는 여섯 가지 조리법으로 식감과 맛의 포인트를 다채롭게 준 뒤 하나의 디저트로 접시 위에 올려냅니다. 하나의 식재료가 품은 무한한 가능성과 맛의 변주를 탐험하는 무오키만의 스타일이 훌륭히 드러납니다.

무오키의 디저트는 이창민 페이스트리 셰프가 총괄하며, 모든 직원이 레터링을 할 수 있도록 모두 정기적인 세션을 거칩니다. “하루에도 절반에 이르는 손님이 레터링을 요청하고, 생일과 승진, 다양한 기념일, 출산까지 소중한 날을 저희와 함께 축하해 주십니다. 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오신 고객분이 편지같은 느낌의 레터링을 요청해 주셨는데, 그 디저트를 받으시고 기뻐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저까지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연인을 위한 레터링 요청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부모님을 위한 레터링 요청은 적은 편이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이 셰프는 가장 기억에 남는 레터링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박무현 셰프는 요리 코스의 구성이 연극과 같다고 말합니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배우가 열연을 펼치며 기대감을 끌어 올리고, 중반부와 절정에서 제대로 된 연기력 – 요리 실력과 맛-으로 마음을 사로잡으며, 마지막에는 달콤함이라는 무기로 창의적이고 특별한 마무리를 선보이며 만족스러운 막을 내리는 것과 같죠. 무오키에서 즐거운 연극의 마무리를 기대해 보세요!”



소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 스타

현대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식문화와 재료, 그리고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맛을 재치있게 풀어낸 요리를 선보이는 소울. 김희은, 윤대현 부부 셰프가 함께 전하는 따스한 요리는 이름처럼 마음을 전합니다. “남동생의 입대 후 첫 휴가를 축하하러 와준 남매 고객님이 기억에 남아요. ‘군대에서는 꿈도 못 꿀 식사’라며, 이런 식사를 사 주는 누나는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유머러스하게 말씀해 주시던 고객님의 모습이 제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이런 기억들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어 정말 행복하죠.” 이처럼 김희은 셰프에게 소울은 좋은 순간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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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은 셰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레터링 요청은 ‘50th wedding Anniversary’였다고 합니다. “따님이 직접 레스토랑으로 전화 예약을 하며 요청해 주신 내용이었는데, 50번째 결혼기념일이라는 말에 연세를 가늠해 보면서도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50년의 세월을 부부로 살았고, 또 자녀분들이 이렇게 식사를 선물하는 소중한 자리에 저희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준비에 임했죠. 백발의 아버님과 멋스럽게 스카프를 하고 오신 어머님을 맞이하며, 저희 부부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게 되었는데요. 손님분들께 부부로써의 삶의 지혜를 덕담처럼 들었던 시간도 제게 큰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소울의 디저트, ‘위스키 한 잣’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레터링했습니다. 아벨라워 위스키를 더한 크림을 곁들인 잣 무스에 헤이즐넛과 잣을 이용한 프랄린으로 바삭한 식감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단호박과 참기름으로 맛을 낸 낙엽 모양의 칩을 곁들여 한국적인 위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소울의 디저트 레터링은 박건희 페이스트리 셰프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함께 작업합니다. “각자 조금씩 다른 글씨체에는 만든 사람의 개성이 묻어나 더 재미있어요. 제게 디저트는 ‘매듭’과도 같은데,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식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국의 식문화와 이질적이지 않은 요소를 잘 활용해 좋은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늘 고심하고 있습니다.”



스테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감각적이고 모던한 다이닝 홀에서 서울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즐길 수 있는 야닉 알레노의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는 한스 자너 셰프가 이끌며 세련된 요리를 선보입니다. 많은 이들이 특별한 기념일을 위해 방문하는 명소인 이곳에서는 매일 누군가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 청혼의 순간을 함께 축하합니다. 한스 자너 셰프는 거의 절반의 손님이 특별한 기념일에 관한 코멘트를 남긴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나는 커플이 있어요. 한국에 프랑스어를 가르치러 온 프랑스인 여성과 함께 온 한국인 남자 손님이 프로포즈를 위해 잊지 못할 레터링을 요청했죠. ‘Will you STAY with me?’라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저희 레스토랑 STAY보다 더 적합한 곳이 있었을까요? 이 레터링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인상적이었답니다.”

스테이가 소개하는 디저트는 “Poire d’automne”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식으로 해석한 한국의 전통 요리 배숙입니다. 아삭하고 즙이 많은 한국 배는 꽃을 연상시키는 아로마와 시원한 단맛이 특징적인데, 스테이의 이 디저트는 배와 생강을 함께 요리하는 한국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가나슈와 소르베, 소스로 재창조됩니다.

스테이에서는 제레미 키텔 이그제큐티브 페이스트리 셰프를 비롯해 대부분의 주방 팀원들이 레터링에 참여합니다. 하루에도 적게는 20개, 많게는 50개 이상의 레터링 요청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프랑스인으로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며 한국어를 연습했고 몇 가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손님들은 제가 디저트 레터링을 직접 한다고 하면 대부분 영어로 쓰여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한국어로 메시지를 써서 전하면 굉장히 놀라며 기뻐하시죠. 그 모습은 제게 큰 즐거움과 자부심이 됩니다. 아참, 생일을 맞으신 고객께는 생일 선물로 작은 무스 케이크도 함께 제공된답니다.” 덧붙여 한스 자너 셰프는 디저트야말로 긴 테이스팅 코스의 마지막 순간으로, 영화의 엔딩 장면과 같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저처럼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레스토랑의 긴 코스가 디저트를 위한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멋진 디저트를 준비하는 게 저희 팀의 역할이겠죠!”



톡톡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요리에 대한 김대천 셰프의 꾸준한 향상심과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으로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아 온 김대천 셰프의 톡톡엔 유난히 단골 고객이 많습니다. 김대천 셰프는 5년 전부터 레스토랑에 자주 온 한국인과 일본인 커플에 대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처음엔 연애를 하며 레스토랑에 방문하셨는데, 어느 날 프로포즈를, 그 다음에는 결혼을, 그리고 아이를 낳아서 단란한 가족의 모습으로 다시 이곳을 찾아 주셨어요.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고객님들이 저희와 함께 삶의 중요한 순간을 축하할 수 있어 정말 기뻤고, 레스토랑은 추억을 나누며 성장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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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스타일의 프레지에
프랑스의 전통적인 딸기 케이크, 프레지에를 톡톡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디저트로 타히티 바닐라의 향을 가득 입한 무슬린 크림을 제누와즈 시트에 올리고, 딸기와 레몬 진저 아이스크림을 올려 완성합니다. 클래식한 스타일의 프레지에 보다 당도는 낮지만 딸기 특유의 향과 크림의 부드러움을 부각시킨 사랑스러운 디저트입니다.

톡톡의 현재 디저트는 김승현 페이스트리 셰프가 담당합니다. “하루에 세 테이블 정도에서 레터링을 요청해 주시는데, 가끔 일반적인 기념일 멘트가 아닌 손님들만의 암호를 쓰기도 합니다. 요청해주신 대로 적으면서도 가끔 이건 무슨 의미일까, 짐작해 보는 즐거움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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