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가 2025년 선정한 세계 최고의 건축·디자인 호텔들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창적인 외관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 공간을 디자인한 건축가들은 단순히 시각적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만 설계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건축과 디자인은 단순히 경험을 뒷받침하는 요소가 아니라, 경험 그 자체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기발한 설계를 통해 손님들이 마치 산호초 위의 바닷물 속으로 스며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또 다른 곳에서는 혁신적인 건축 기법으로 사막 위, 시원한 고지대에 수많은 야외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는 호텔 건물과 섬 곳곳에 자리한 미술관이 경계를 잃고 하나가 되어, 손님이 마치 숨쉬는 갤러리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미쉐린 가이드 인스펙터들은 올해 첫선을 보이는 ‘미쉐린 건축·디자인 어워드(MICHELIN Architecture & Design Award)’의 후보로 다음 다섯 곳을 선정했습니다. 오는 10월 8일, 미쉐린 가이드는 이 중 한 곳의 수상을 축하하는 동시에, 올해 전 세계 최고의 호텔에 수여되는 ‘2025 미쉐린 키(MICHELIN Keys)’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아틀란티스 더 로열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이곳을 찾는 이들: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여행지를 찾는 초고급 여행객
2023년, 끊임없이 진화하는 두바이 스카이라인에 합류한 아틀란티스 더 로열(Atlantis the Royal)은 단순히 외관을 멋지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를 넘어, 호텔 디자인과 마천루의 개념 자체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여섯 개의 타워가 테라스형 구조물로 층층이 연결된 전위적인 실루엣은 시선을 사로잡는 동시에, 자연 환기와 그늘이 드리워진 야외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어 냅니다. 결과적으로 호텔이라기보다 실내외가 어우러진 정원들로 이어진 한 마을에 들어선 듯한 인상을 줍니다.
객실은 각각 ‘스카이스케이프(Skyscape)’와 ‘씨스케이프(Seascape)’라 불리며, 내부는 물을 테마로 한 우아한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총 795개의 객실과 스위트, 15개의 레스토랑, 그리고 건물 상층부를 연결하는 드라마틱한 스카이브리지가 자리합니다.
주목할 만한 특징:
- 로비 한가운데 자리한 높이 11.5미터의 스테인리스 조형물 ‘드롭렛(Droplets)’, 스위트룸 내 전용 분수와 공용 공간 곳곳의 계단식 풀로 완성된 수경 디자인
- 기하학적 패턴, 정교한 유리창, 몰입형 조명 시스템 등 장인정신이 빛나는 디테일
- LED 스크린을 활용해 세 개의 대형 수족관(7,200여 마리 해양 생물 서식)의 배경을 생생하게 연출하는 혁신 기술
- 팜 아일랜드와 아라비아만 전망이 한눈에 펼쳐지는 22층 높이의 90미터 인피니티 풀
Kohn Pedersen Fox(KFP)의 호텔 컬렉션:

셰바라 리조트 — 사우디아라비아
이곳을 찾는 이들: 산호초 위에서 특별하고 친환경적인 휴가를 보내고 싶은 모험적인 커플과 가족
사우디 서부 해안을 개발하는 대규모 ‘레드 시 프로젝트(Red Sea Project)’의 일부로 탄생한 셰바라 리조트(Shebara Resort)는, 몰디브의 수상 빌라를 연상시키는 구조를 사우디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73채의 빌라는 빛나는 진주를 형상화해 설계되었으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 옮겨왔습니다. 그중 38채는 물 위에 직접 세워져, 가느다란 기둥이 해저를 최대한 덜 건드리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외벽은 태양빛과 수면 반사로 위장 효과를 냅니다.
이 리조트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해수 담수화·역삼투 시설, 전기 교통수단 등을 갖춘 완전 자급형 구조로,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습니다. 내부는 빌라 외관만큼이나 세련되며, 맞춤 제작 가구와 폴리시드 스틸 마감이 특징입니다.
주목할 만한 특징:
- 인피니티 풀, 더블 데이베드, 야외 샤워, 선큰 라운지를 갖춘 수상 빌라와 육상 빌라 두 가지 타입
- 실내 오마카세, 해변가 패밀리 그릴, 파스타 랩, 어덜트 전용 풀 바 등 5개의 해양 전망 다이닝
- 하맘을 포함한 실내·야외 스파, 요가 파빌리온, 테니스·파델 코트, 다수의 야외 수영
- 방대한 산호초 군락을 탐험하는 스노클링·다이빙 가이드 투어, 야간 발광 플랑크톤 체험 포함

로즈우드 상파울루 — 브라질
이곳을 찾는 이들: 브라질 전통과 혁신적 디자인을 모두 즐기고 싶은 도시 여행객과 가족.
한때 20세기 문화재 건물이었던 ‘시다지 마타라조(Cidade Matarazzo)’ 복합 단지 한가운데, 높이 93미터·22층 규모의 수직 정원 타워가 들어섰습니다. 마타 아틀란치카(Mata Atlântica) 열대우림의 자생 나무 1만 그루 이상이 건물의 외벽을 감싸고, 목재 격자 구조가 둘러싸며 도심에 녹지를 되돌려줍니다.
인접한 복원 건물과 함께 로즈우드 상파울루(Rosewood São Paulo)는 160개 객실, 100여 개의 레지던스, 2개의 수영장, 6개의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습니다. 객실과 공용 공간은 100% 브라질산 목재·대리석·가구·예술품으로 채워졌으며, 57명의 브라질 작가가 제작한 450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특징:
- 1930년대 재즈 바 ‘하보 디 갈루(Rabo di Galo)’ 천장을 수놓은, 추상적인 밤하늘을 묘사한 수작업 벽화 — 총 68시간에 걸친 디자인 작업의 결실
- 스카이라인을 조망하는 루프톱 인피니티 풀과, 열대 수목에 둘러싸인 가족용 1층 모자이크 풀
- 거울과 브라질산 투명 석영 수정 400여 개로 장식된 힐링룸을 포함한 최첨단 스파 & 피트니스 센터
- 1922년에 세워진 산타 루지아 경당(Chapel of Santa Luzia) — 개보수 과정에서 비크 무니스(Vik Muniz) 디자인의 스테인드글라스 로제트를 추가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의 호텔 컬렉션:

베네세 하우스 — 일본
이곳을 찾는 이들: 현대미술 애호가와 한적한 해안 휴양을 원하는 커플
1992년, 일본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Benesse House)는 미술관과 호텔을 결합한 혁신적인 개념으로, 세토 내해의 나오시마 섬에 네 개의 개별 건물로 구성되었습니다. ‘뮤지엄(Museum)’은 해안 절벽에 파묻힌 듯한 콘크리트 구조, ‘오벌(Oval)’은 반사 수면을 둘러싼 채광 가득한 회랑, ‘파크(Park)’는 나무 소재를 사용해 실내와 실외 경계를 허문 공간, ‘비치(Beach)’는 수평선과 시야를 맞춰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65개의 객실은 미니멀리즘과 기하학적 단순미를 기반으로, 가구와 창문 배치를 통해 바다·정원·시코쿠 산맥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특징:
-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앤디 워홀(Andy Warhol) 등 세계적 작가들의 갤러리·설치 작품을 야간에도 감상하도록 유도하는 몰입형 공간
- 해안과 인근 숲에 조성된 조각 공원 — 실내외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살아있는 미술관’
- 유리 구조 속에 자리한 레스토랑과 스파, 바다 전망을 즐기는 야외 한방(허브) 온천 포함
- 언덕 정상에 위치한 ‘오벌(Oval)’ 전용 6개 객실 — 바다 위를 달리는 전용 모노레일로만 접근 가능.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의 호텔 컬렉션:

빌라 나이 3.3 — 크로아티아
이곳을 찾는 이들: 프라이버시와 웰니스, 자연 속 미식 여행을 즐기는 커플 또는 1인 여행객.
아드리아 해의 두기오톡(Dugi Otok) 섬에 자리한 빌라 나이 3.3(Villa Nai 3.3)은 절벽을 직접 파내어 건물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나온 돌을 주요 건축 자재로 재활용했습니다. 4만㎡ 규모의 올리브 숲에 둘러싸인 이곳은 전통 달마티아식 건축기법인 ‘드라이 스톤 월(dry-stone walling)’을 적용해, 주변 지형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형태로 완성됐습니다.
여덟 개의 객실은 이탈리아 대리석과 목재, 은은한 색조를 사용해 자연 친화적인 우아함을 더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특징:
- 천창, 독립형 욕조, 전용 파티오를 갖춘 5개의 디럭스룸과 3개의 스위트 — 자연과 생활 공간의 경계를 허문 설계
- 조르제티(Giorgetti)가 제작한 높이 1.6미터 맞춤형 ‘소드(Swords)’ 샹들리에로 장식된 로비
- 수상 경력의 올리브 오일을 요리와 전면 유리창을 통해 드러내는 시그니처 레스토랑
- 욕실의 담수화 정수, 소금물 랩풀, 빗물 재활용 관개까지 책임지는 친환경 급수 시스템
건축가 니콜라 바시치(Nikola Bašić)의 호텔 컬렉션:
메인 사진: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위 셰바라 리조트, 물결 반사로 위장된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