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2 minutes 2020년 2월 27일

동물성을 대체하는 식물 기반 한식

한식의 본질은 네추럴푸드 (Natural Food) 입니다. 자연에 기대며 자연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제철에 채취하고 농사지은 곡식으로 식탁을 채우되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발효하고 장독대를 꾸려 숙성의 맛을 더했습니다. 집집마다 김치와 장맛이 다르니 다양성이 있었습니다. 김장하는 날, 장 담는 날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정을 나누었습니다. 5일 마다 열리는 장터는 이웃 마을의 물산이 오고 가며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익숙한 것은 나누는 축제의 장이 되었습니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음식

한식은 육류 중심의 식생활보다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통곡물의 탄수화물, 식물성 기반의 단백질, 나물과 발효식의 일상화에 그 잠재력이 있습니다. 식물성 기반의 식단은 이제 전 세계적인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커다란 움직임으로 채식주의나 글루텐프리 등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질 좋은 지방과 단백질을 강조하는 흐름도 뚜렷합니다. 이 모든 흐름의 교집합에 한식이 있습니다. 더 많은 육류와 계란, 우유의 얻으려다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켰습니다. 미래의 관점에서 한식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음식 (Healthy and Sustainable Food)을 구성하는데 훌륭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입니다.

배려하고 사랑하는 밥상

한국은 산지 면적이 전 국토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농경이 쉽지 않고 가축을 키우기도 어려웠습니다. 거기다가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어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4계절이 있어 기온과 습도의 변화가 드라마틱 하여 한가지 작물로 2모작이 불가능 했습니다. 이런 처절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기록이 한식입니다. 한식에는 한국 사람들이 먹고 기운을 차린 영양 있는 음식과 맛있다고 여겨지며 체득해 온 조리법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한식의 밥상-다양한 밥상이 한상에 차려져 둘러앉아 먹는다  ⓒ Seonyoung Im
한식의 밥상-다양한 밥상이 한상에 차려져 둘러앉아 먹는다 ⓒ Seonyoung Im

한식은 “밥상(Bobsang)” 위에 차려집니다.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서 밥을 짓고 국을 끓였으며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반찬을 구성했습니다. 어머니의 밥상은 사랑으로 추억됩니다. 밥상에 둘러앉아 말은 없었지만 수저를 들고 밥을 먹는 자리에서 살갗으로 느껴지는 가족애를 경험했습니다. 어머니의 음식은 가족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나가도록 하는 힘이 되어 주었고 진실되고 선한 마음으로 음식을 차렸습니다. 이렇게 한식은 한국 사람들의 삶의 발자취이며 좋은 것들이 선택되어 남겨진 풍경화 입니다.

통곡물과 산야채

쌀밥이 주식이지만 쌀이 귀하여 다른 통곡물을 섞어 먹는 잡곡밥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콩, 수수, 기장, 팥, 율무 등이 쌀을 도왔습니다. 특히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을 지어 곡물의 영양을 최대화 했고 조화로움으로 사람의 심신을 밝게 하였습니다. 일년 중 달이 가장 충만한 날에 먹는 오곡밥은 일년을 살게 하는 에너지를 상징했습니다. 산야채는 주된 밑반찬 입니다. 겨울이 지나 산에 움트는 푸른 잎사귀를 캐어 반찬을 해 먹었습니다. 이를 봄나물이라 합니다. 식감은 연하되 향은 풍요롭습니다. 겨우내 땅속에서 농축된 영양은 달디 답니다. 남은 것은 앞마당 햇볕에 말려서 묵나물로 저장하고 일년 내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식감은 연하되 향은 풍요로운 봄동 ⓒ Seonyoung Im
식감은 연하되 향은 풍요로운 봄동 ⓒ Seonyoung Im

식물성 단백질- 콩과 버섯

목축이 크게 발달하지 못해 고기와 우유가 거의 없다시피 한 한식에서 이를 대체한 것은 콩과 버섯입니다. 특히 콩은 주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거기다가 당분과 식이섬유, 지방까지 함유되어 ‘밭에서 난 소고기’ 라 불렀습니다. 한식에서 가장 다양하게 사용되는 식재료가 콩입니다. 콩은 그냥 삶아서 반찬으로도 해 먹고 밥에도 넣어 먹었으며 두부로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발효시켜 청국장과 된장을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버섯은 고기 씹는 식감을 선사했습니다. 표고버섯과 송이버섯, 능이버섯은 음식을 향긋하게 하면서 질 좋은 단백질을 공급했습니다. 표고버섯은 말려서 먹을 수 있기에 일년 내내 쓸 수 있었고 송이와 능이는 나오는 철이 있고 수량이 많지 않아 값 비싼 재료가 되었습니다.

식물성 오일- 참기름과 들기름

한식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오일은 참기름과 들기름 입니다. 참깨와 들깨를 농사짓는 농가는 어디서나 환영 받았고 마을 마다 방앗간이 있어 갓 수확한 깨를 착유해 주었습니다. 귀하게 마련한 기름이기에 콸콸 쏟아 튀김과 볶음 용으로 쓸 수 없었습니다. 재료를 물에 데치거나 쪄서 익힌 후에 위에 살 짝 뿌려주어 향미를 내었습니다. 갓 짠 참기름, 들기름은 식물의 독성을 다스리면서 사람의 소화가 쉽도록 만들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했습니다. 야채의 풍미를 혀에 밀착시켜 음식의 맛을 증폭시켜 주었습니다. 오일 자체로 보드럽고 녹진하기에 쓴맛과 신맛이 강한 재료도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 해 주었습니다.

지리산 자락의 유기농 들깨밭과 들깨농부  ⓒ Qiik Hwang
지리산 자락의 유기농 들깨밭과 들깨농부 ⓒ Qiik Hwang

이 오일은 국을 끓일 때도 쓰입니다. 북엇국에도 들어가고 미역국에도 들어갔습니다. 고기 없이도 국물을 더욱 진하고 구수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면에도 넣어 비벼 먹었습니다. 특히 비빔면이나 막국수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떨어뜨리면 면은 더욱 꼬들꼬들 해지고 맛있었습니다. 식물을 양념하기 위해 양념이 발전했는데 대부분 들기름, 참기름에 발효된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이 활용됩니다. 참깨와 들깨를 통으로 볶아서 뿌리면 씹을 때 터지는 고소함이 그만입니다.

데쳐서 무침- 야채를 맛있게 먹기 위해 발달한 조리법

한식은 샐러드 문화가 아닙니다. 나물로 무쳐 먹거나 발효 숙성 과정을 거쳐 먹습니다. 야채를 주로 먹다 보니 생야채에 독소가 있음을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야채를 데쳐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뜨거운 물에 소금만 넣고 살짝 익혀내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색은 더욱 선명해지며 소금과 열로 인해 아채는 살균이 됩니다. 야채를 그냥 먹으면 맛이 없기에 이를 맛있게 먹기 위한 양념을 연구했습니다. 주로 참기름, 들기름, 마늘과 고추, 후추, 된장과 간장이 쓰였습니다. 양념은 음식의 영양도 더욱 향상 시켜야 했습니다. 콩을 발효한 된장, 간장이 발달했고 거기에 찹쌀과 고춧가루를 더한 고추장이 만들어 졌습니다. 먹다 남은 밥으로 부뚜막에서 발효시킨 식초도 한몫을 했습니다. 발효의 감칠맛과 새콤 달콤, 매콤함을 가미해 요리하는 것을 무침이라 합니다.

살짝 데처서 무치면 맛도 영양도 상승한다 ⓒ Seonyoung Im
살짝 데처서 무치면 맛도 영양도 상승한다 ⓒ Seonyoung Im

발효와 숙성- 김치와 장아찌, 된장과 고추장

발효 야채는 한식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식물성 식단의 한계를 지혜롭게 넘어 선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김치와 장아찌가 있습니다. 김치는 생야채를 소금으로 절이고 고추와 찹쌀풀, 젓갈로 양념을 하여 영양은 더하고 발효를 촉진시켰습니다. 발효가 진행되는 가운데 복합 미생물군이 숲을 이루어 유익한 물질을 생산했고 깊은 풍미를 연출했습니다. 간장이나 소금, 식초에 절인 장아찌류는 향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조직감이 부드러워 졌고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였습니다. 매운 성분은 중화되고 단맛은 증가되면서 입에서도 먹기 좋게 변화해 갔습니다. 한식에는 생야채를 그냥 먹는 법이 없었습니다. 미리 소금에 절여 세균을 없애고 발효와 숙성의 시간을 기다립니다. 푸른 잎, 쌈 야채를 먹을 때는 이미 발효된 된장이나 고추장을 찍어 먹었습니다.

장독대 집집마다 펼쳐진 발효와 숙성의 공간 ⓒ Seonyoung Im
장독대 집집마다 펼쳐진 발효와 숙성의 공간 ⓒ Seonyoung Im

한식의 권숙수

식물성 기반의 한식을 체험하기에 좋은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2스타로 선정된 권숙수를 꼽습니다. 한식 상차림의 맛과 멋이 고스란히 살아 숨쉽니다. <준혁이네 농장>에서 제철 농산물을 계약 재배하며 주요 메뉴는 2~3년 전부터 기획됩니다. “슈가피”메뉴는 겨울의 단맛을 표현했습니다. 원래 슈가피는 껍질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더욱 신선하고 섬세한 야채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슈가피의 알만 털어서 사용했습니다.

권숙수의 슈가피 겨울의 단맛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다 ⓒ Woojoong Kwon
권숙수의 슈가피 겨울의 단맛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다 ⓒ Woojoong Kwon

슈가피는 끓는 물에 1분만 데쳐서 껍질 까고 알을 꺼낸 후 콜드프레스한 참기름과 태안의 자염으로 살짝 무쳐줍니다. 그릇에 슈가피 알을 듬뿍 올려준 후 3년이상 발효, 숙성된 감식초와 청귤식초를 이용해서 젤리를 만든 후 재료 위에 듬뿍 얹습니다. 마지막으로 크레쓰알썸이라는 식용꽃과 금박으로 장식을 했습니다. 이 요리는 은으로 도금한 전통방식의 합에 담겨 서브됩니다. 권우중 셰프는 이 요리의 공신을 자연과 준혁이네 농장으로 돌립니다. 슈가피는 권숙수에서만 그것도 이 시즌에만 맛볼 수 있습니다. 계절과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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