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Out 2 minutes 2020년 5월 29일

한우 다이닝 코스를 정의하다: RIPE 김호윤 셰프

라이프 김호윤 셰프는 한우 다이닝 코스를 새롭게 정의하며 미식의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한국의 다양한 미식 중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를 꼽는다면 흔히 ‘코리안 바비큐’로 통칭되는, 한국식 육류 구이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양념한 돼지갈비부터 두툼하고 쫄깃한 삼겹살, 한우 꽃등심은 물론 부드럽고 감칠맛 가득한 숯불 닭갈비에 이르기까지 ‘코리안 바비큐’는 다양한 형태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흔히 코리안 바비큐는 식사하는 사람이 직접 불판에 올려 고기를 구워 가며 둘러앉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대중적이고 소탈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것이 코리안 바비큐의 전부는 아니다. 쌈채소와 밑반찬, 그리고 육류 구이로 이루어진 한상차림을 탈피하고 흐름이 있는 코스 요리로 즐기는 파인다이닝의 문법이 덧입혀지며, 셰프의 집념이 섬세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 열풍의 중심에 있는 식재료는 바로 한우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의 플레이트 레스토랑인 라이프를 통해 셰프의 개성이 드러나는 ‘한우 다이닝 코스’를 정의하며 독창적인 미식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김호윤 셰프를 만나, 한우 다이닝 코스의 본질과 비전에 대해 물었다.

라이프 김호윤 셰프 (Photo: Ripe)
라이프 김호윤 셰프 (Photo: Ripe)

바비큐를 넘어 한우 다이닝 코스를 지향한다고 하셨는데, 라이프에서 선보이는 한우 다이닝 코스는 무엇인가요?

소고기는 부위에 따라 맛이 다양하고, 문화적으로 소가 귀했던 한국에서는 그 부위가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한우가 중심이 되는 다이닝 코스의 표준을 만들어 나가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한우가 코스의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단히 도전적인데, 그 이유는 선례나 전통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만큼 셰프의 생각과 의도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의 스타일을 정립해 언젠가 ‘한우 다이닝 코스’라는 형식에 대해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하는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흐름을 정립하는 것이에요. 다양한 부위를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 계속 요리를 바꾸며 실험 중이죠. 저희는 일단 한우를 습식 숙성해 감칠맛을 끌어올리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한국의 뚜렷한 계절감을 코스에 녹여냅니다. 또 한국 음식 문화를 오마주해 저희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죠. 예컨대 한국인이면 누구나 여름날 계곡가에 앉아 고기를 쌈채소에 싸 먹어 본 기억이 있을텐데, 이것을 여름 채소 샐러드와 함께 내며 지역적이고 문화적인 코드를 녹여내고자 합니다.

라이프의 한우 다이닝 코스 요리는 다양한 부위를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됩니다. 먼저 한우를 날것으로 즐기는 방식인 육회에서 시작해, 제철 채소 샐러드로 입맛을 돋우고, 내장구이를 거쳐 볏짚에 훈연한 소고기의 풍미와 식감을 즐기죠. 뒤이어 따뜻한 육수로 만든 국물 요리와 비빔 국수 같은 것을 먹고, 상큼하게 입안을 정리한 뒤 마무리로 쌀밥 등 탄수화물이 중심이 되는 식사를 하는 흐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우를 충분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높낮이를 주며 맛볼 수 있습니다.

생 후추를 올린 볏짚훈연 치마살과 마늘쫑 구이 (Pic: Ripe)
생 후추를 올린 볏짚훈연 치마살과 마늘쫑 구이 (Pic: Ripe)

한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세계 각국을 다니며 다양한 품종의 소고기를 먹어 봤지만, 저는 한우의 독특한 매력을 자신있게 자랑하고 싶어요. 아직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에요. 흔히 미국이나 호주산 쇠고기의 육향이 뛰어나고, 일본 고베규의 높은 지방함량과 녹는 듯한 식감이 훌륭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한우는 이 두 가지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한우는 소고기 특유의 육향과 감칠맛이 풍부하며, 동시에 지방 함량이 풍부해 식감이 부드러운데 그러면서도 너무 느끼하게 흐물거리지 않고 적당히 씹는 맛이 있어 입 안에서 오랫동안 풍부한 육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정말 훌륭하죠. 해외 셰프들도 한국에 오면 한우를 맛보는데, 다들 놀라고 갈 정도니까요. 아직 알려질 가능성이 정말 많은 보석 같은 식재료라고 봅니다.



한우가 중심이 되니, 좋은 한우를 잘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매번 경매를 통해 한우를 선별합니다. 특정 지역이나 농장의 소가 늘 최고일 수 없기 때문이죠. 경매장에서 고급 한우를 낙찰받으면 고기를 레스토랑에 가져와서 습식숙성을 거치는데, 숙성하는 기간은 고기의 상태에 따라 늘 달라집니다. 소 개체의 크기나 지방 함량, 소가 먹고 자란 사료에 따른 지역적 테루아 같은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에요. 고기가 적당히 숙성되었는지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직접 테이스팅을 하는 것입니다. 대략적인 숙성 기간은 있지만, 고기의 상태에 따라 늘 조절이 필요하죠. 이 결정은 제가 직접 합니다.

그리고 한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채소와 해산물 등의 제철 식재료입니다. 한식을 기반으로 하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에요. 저희 레스토랑의 이름인 라이프(RIPE)는 익었다는 의미인데, 고기의 숙성 정도가 아니라 과실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거든요. 제철 식재료와의 조화가 없다면 한우 다이닝 코스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농장에 돌아다니며 계절감을 담아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코스에서 매 번 달라지는 제철 채소(호박꽃)와 생선(고등어) 요리
코스에서 매 번 달라지는 제철 채소(호박꽃)와 생선(고등어) 요리

라이프에서 선보이는 요리 철학이 궁금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소고기에 대해 애정이 각별합니다. 좋은 날 축하를 나눌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식재료가 소고기이니까요. 전통적으로 소고기를 조리해서 먹는 방법은 어느정도 틀이 있어요. 지방이 적은 부위부터 많은 부위로 먹거나, 육고기를 먹고 내장 같은 부속부위를 먹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죠. 하지만 저희는 음식의 ‘맛’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순서를 탈피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예컨대 한국에서 정육할 때 등심에 붙은 지방이 많고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새우살’이라고 별도로 손질하는데 기름기가 많고 맛이 풍부해 보통 식사 후반부에 한두 점 먹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저희는 새우살을 볏짚으로 훈연해 지방 풍미를 극대화한 뒤 제철 채소와 함께 식사의 서두에 배치합니다. 일반적인 순서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지만, 맛을 즐기는 데는 더 효과적이죠. 이처럼 한우를 부위별로 먹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요리를 소개해 주세요.

‘볏짚 훈연’ 과정을 거치는 특별 부위를 꼽고 싶습니다. 한우의 상태에 따라 매번 부위가 바뀌는데, 여러 조리법을 거쳐 한우 특유의 맛을 최상으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깃들어 있죠. 먼저 뜨겁게 달군 팬에 올려 겉면을 그을린 뒤, 숯불 위에서 복사열로 천천히 속을 익힙니다. 그리고 볏짚으로 훈연을 하며 훈제 풍미를 입히고, 손님 상에 올리기 전 다시 숯불에서 온도를 올려 완성합니다. 보통 새우살이나 치마살처럼 풍미가 좋은 부위를 사용해요.

고기를 잘 굽는다는 것의 본질은 ‘열을 안으로 전달하는 과정’ 자체입니다. 팬에서 그을리거나 숯불에 올릴 때, 훈연할 때 모두 각기 다른 장단점이 있어요. 한 점의 한우 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셰프의 의도와 집념을 담아 한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 라이프만의 ‘요리’죠.

그리고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도 함께 녹여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보리차나 메밀차 같은 곡차를 널리 즐기는 문화가 있는데, 그런 기억을 오마쥬해 저희는 육수에 곡차 블렌딩을 사용합니다. 또 서양 요리에서 소고기 육수에 마늘은 잘 넣지 않는데 저희는 소금과 마늘로만 간을 해 한국적인 캐릭터를 살리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라이프 인테리어 (Pic: RIPE)
레스토랑 라이프 인테리어 (Pic: RIPE)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문화적으로 소가 넉넉한 나라가 아니었기에 더 부위가 세분화되어 있고 먹는 부위도 다양합니다. ‘등심’만 해도 알등심, 새우살, 꽃등심 등 다양하게 구분하죠. 라이프에서는 한우의 맛을 즐기는 독창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우리 문화가 담긴 음식을 먹고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안심’과 ‘등심’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간 다양한 퀴진을 배우고 경력을 쌓으며 한국 파인다이닝에도 야생 육류와 특수부위를 써 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조금씩 펼치고 있죠. 내장과 우설 등 다양한 특수부위를 맛있으면서도 즐길 수 있게 요리하고, 식사하는 고객들이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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