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도시를 요리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이준 셰프에게는 올리브와 리코타치즈, 한국에서 자란 루바브로 만든 부드러운 도넛일 수도, 여름의 스태미나 음식인 장어와 마늘, 우엉소스, 양파, 얼그레이 홍차로 만든 에피타이저일지도 모릅니다. 한식에서는 주로 쓰이지 않는 식재료이지만, 양식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들을 이용해 만든 요리는 서울이 늘 새로운 시도에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의 모던 한식 레스토랑 스와니예는 서울의 풍경과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섬세하게 만들어진 요리들이 펼쳐집니다. 서울의 예술, 건축 그리고 대중문화 등은 동서양의 조화가 한데 엮여 태어난 결과물인 것 처럼, 스와니예의 메뉴는 미국 요리, 유럽 요리, 한국 요리에 그의 기억들이 한데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이준 셰프는 동서양의 영향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죠. 그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그 시작점이 어디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경희대학교 조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의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진학해 실력을 다듬었습니다.
CIA에 있는 동안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의 3스타 레스토랑인 퍼세(Per Se)를 비롯한 다양한 주방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퍼세에서 만난 조나단 베노(Jonathan Benno) 헤드 셰프와의 인연으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링컨(Lincoln)의 오픈멤버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로 돌아온 그는 여러 팝업 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인지도를 쌓았고, 2015년 그의 첫 레스토랑인 스와니예를 오픈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이후 꾸준히 미쉐린 1스타를 유지해왔죠.
(재밌는 사실 하나, 프랑스어로 스와니예의 뜻은 ‘멋지다’인데요, 사실 ‘스와니예’는 이준 셰프의 CIA 재학 시절 별명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올해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스와니예는 미쉐린 2스타로 승격되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그 소감을 가장 먼저 물어보았습니다.
스와니예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스와니예는 서울에서 컨템포러리 퀴진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입니다. 미국 요리, 유럽 요리, 그리고 한식에 저의 기억과 습관 등이 녹아있는 것이 저희 스타일이에요. 서울이라는 도시를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고요.
메뉴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요리가 있다면요?
‘서래달팽이’라는 메뉴에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형상화한 요리인데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나 트러플 등 서양 요리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풍미가 느껴지지만, 입에 넣는 순간 한식의 느낌이 나죠.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새로운 음식인 동시에, 어렴풋한 친숙함이 느껴지는 요리에요.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9년째가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는 유일한 요리이기도 합니다.
미쉐린 가이드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였나요?
20살때 대학교를 다닐 때였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큰 감흥이 없었어요. 그냥 다른 나라의 행사 같았거든요. 그런데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에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비로소 현실적으로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더욱 설렜어요.
올해 미쉐린 2스타로 승격되었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말 큰 의미가 있었어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처음 출간되었던 해에 별 하나를 받았는데,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잖아요. 특별히 2스타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지만, 저희는 늘 지금보다 더 먼 곳으로 나아가고 싶었어요.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겠다는 확신을 이번에 얻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지난 8월에 이사를 결정했어요. 오픈 10주년을 맞이해 더 좋은 환경의 장소로 옮겨 영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달받았죠.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았지만, 같은 자리에서 10년동안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그런 와중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은 것 같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승격 이후 축하 파티를 했나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공식 애프터파티에서 모여서 축하만 했어요.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라 준비할 시간도 없었거든요. 그래도 이달 말에 스와니예 그룹의 전직원이 모여 축하의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오랜 시간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많은데, 이번 승격은 저와 함께 고생한 모든 직원들에게 큰 기쁨이고 큰 의미가 될 것입니다.
오늘날 서울의 다이닝 문화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시나요?
저는 한식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다양한 것들 한데 모아 새로운 것을 잘 만들거든요. 지금 서울에는 세계 각지에서 경험을 쌓은 젊은 셰프들이 모여있어요. 이들과 함께 그려나가고 있는 큰 그림이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저는 한식이 단순히 우리 음식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리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셰프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요리사는 쉽지 않은 직업이죠. 힘들고 위험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요즘 실제로 요리를 하고싶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젊은 셰프와 요리사를 길러내는데 힘을 쏟고 싶습니다. 사실 정말 멋진 직업이거든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에 있는 몇 안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이 직업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사람들이 요리사로서 더욱 많이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셰프라는 직업 자체가 하나의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 세계의 다른 셰프들과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한국으로 오세요! 멋진 레스토랑들이 정말 많거든요. 오셔서 저희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주시면 더더욱 좋겠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