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2 minutes 2023년 10월 16일

가을의 정취를 담은 맛, 송이버섯

서울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가을 송이 요리를 소개합니다. 은은하고 기품 가을 숲의 향기를 품은 독창적인 가을 자연송이 요리를 만나 보세요.

한국의 가을 풍경을 가득 품은 송이의 향기는 오래 전부터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습니다.허준의 『동의보감』은 송이버섯을 “깊은 산 속, 오래된 소나무의 기운을 품은 향기로 버섯 가운데 으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의 열기가 가라앉고 부쩍 청량해진 공기가 몸과 마음을 일깨우는 가을, 추석을 전후로 한 달여간 가을을 대표하는 귀한 제철 식재료인 자연산 송이버섯은 인공 재배가 여전히 어렵기에 직접 채취해야 하는 귀한 버섯 중 하나입니다. 주요 산지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중심으로 경북 울진·영주·봉화 지방과 강원 강릉·양양 지방인데,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이상으로 송이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송이버섯은 무엇일까요? 갓이 펴지지 않고, 대가 짧고 굵으며 무겁고 단단한 것이 보기 좋아 상품 가치가 높고, 따라서 가격도 높습니다. 당연히 송이버섯 특유의 향이 강하고 질감이 탄력 있는 것이 좋은 상품입니다. 매일 공판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송이는 1kg에 수십만원을 쉽게 호가합니다. 올해는 추석 전에 양양의 송이버섯이 1kg에 156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송이의 모양이 단정하지 않거나 대가 얇고 갓이 펴진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데, 버섯의 갓이 막 펴진 순간의 향이 가장 강렬해 ‘모양은 나빠도 맛은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처럼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가격도 높은 자연 송이버섯은 국유림에서 산림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주민만 딸 수 있습니다. 본인 소유나 임차하지 않은 산에서 송이버섯을 발견해 채취하게 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니, 운 좋게 발견해도 먹을 수 없습니다.

은은하고 기품 있는 소나무, 가을 숲의 향기를 가득 담아낸 송이 요리는 서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는 어떻게 셰프들의 개성을 담아 독창적인 가을 자연송이 요리를 선보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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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당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2스타

자연송이 만두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짧은 송이 철에만 맛볼 수 있는 정식당의 송이 만두 요리입니다. 정식당은 코스에 늘 따뜻한 국물 요리를 내는데, 이번 가을 시즌에는 만두국을 모티프로 송이와 함께 계절의 감각을 담아냅니다. 만두는 완탕의 형태로 하늘하늘 얇은 피를 사용해 입 안에서의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합니다. 만두 소는 채끝과 자연송이를 다져 넣고, 최소한으로 간을 맞추어 은은한 향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만두 위에 얇게 썬 채끝 슬라이스와 잘게 찢은 생 송이버섯을 올린 뒤 뜨거운 육수를 부어 완성합니다. 닭 육수 베이스에 송이와 표고로 한국적인 가을의 향미를 더한 육수가 채끝 슬라이스를 살짝 익히며, 샤브샤브와 같은 느낌을 더합니다. 


음식을 맛보다 보면 문득 입 안이 개운해집니다. 1년 전, 정성스레 담아 둔 산초 장아찌 두 알을 넣어 맛과 향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정식당을 이끄는 김정호 셰프는 송이 자체의 은은한 향을 살리기 위해 너무 많은 조리를 하기보다는, 본연의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디쉬를 표현해 보았다고 덧붙입니다.

(좌) 송이 스이모노 (우) 송이 옥돔 솥밥 ⓒJulia Lee
(좌) 송이 스이모노 (우) 송이 옥돔 솥밥 ⓒJulia Lee

무니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송이 스이모노와 송이 옥돔 솥밥

무니의 김동욱 셰프는 한 달 정도 짧게 나는 자연송이를 코스에 다양하게 표현해냅니다. 일본식 계란찜인 차완무시에 얇게 썬 송이의 향을 더하고, 꽃게살과 흰살 생선찜을 곁들인 송이 맑은국, 송이와 하모 도빙무시, 송이 튀김, 그리고 옥돔과 송이 솥밥까지 그날의 상황에 따라 매일 조금씩 다른 송이 요리를 선보입니다. 김동욱 셰프는 송이가 다른 버섯과는 비할 바 없이 독창적이 향과 육질이 있고, 가을 한 달의 시간동안 짧게 경험할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귀하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셰프가 소개하는 요리는 꽃게와 흰살생선을 찐 송이 스이모노(맑은 국)입니다. 곱게 간 흰살 생선과 마, 계란 흰자와 꽃게살을 잘 섞어 찐 뒤 가쓰오부시 다시에 살짝 익힌 송이를 얹어 완성합니다. 약간의 청유자는 맛에 위트를 더합니다. 다음 요리는 옥돔과 송이 솥밥으로, 가쓰오 다시와 청주, 우스구치 간장으로 간을 한 물을 부어 불을 조절해가며 천천히 밥을 지은 뒤 뜸이 들기 직전에 준비해둔 송이와 숯불에 구운 옥돔, 향을 더해줄 참나물을 곁들여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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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철 레스토랑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자연송이 육수의 캐비아 비빔밥

제철을 맞은 자연송이 육수와 자연송이를 넣고 지은 쌀밥에 캐비아를 올렸습니다. 여기에 당근과 애호박, 적양파, 계란 등을 곁들여 풍성한 맛과 다채로운 식감을 더합니다. 송이의 향긋함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입 안에서 풍부한 질감을 표현해내기 위해, 가운데에 올린 노른자는 동물복지 방사 유정란을 간장 베이스의 육수에 살짝 담가 두었다가 함께 냅니다.

강민철 레스토랑의 화려하고 인상깊은 비주얼은 메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연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더함으로써 완성됩니다. 자연송이 육수의 캐비아 비빔밥과 함께 다양한 한상 차림이 테이블을 가득 채웁니다. 시금치 튀김과 요거트 소스, 타임 향을 입한 참송이 버섯에 블랙올리브 파우더를 곁들인 요리와 시금치 퓨레, 숙성한 한우 채끝, 버터에 소테한 송아지 흉선(스윗브레드)까지 함께 가을의 만찬을 완성합니다.

열린 송이 만두 ⓒJulia Lee
열린 송이 만두 ⓒJulia Lee

윤서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열린 모양의 송이 만두

윤서울의 송이 만두는 만두 속을 아래에 깔고, 살짝 피를 덮어 냅니다. 자연송이를 생으로 편을 썰고, 사이사이에 간장에 졸인 무와 다진 소고기 완자, 계란 지단, 포르치니 버섯을 넣어 가지런한 모양을 잡습니다. 여기에 밀가루를 직접 블렌딩 해 만들어낸 얇은 만두피를 얹은 뒤 따끈한 육수를 부어 완성합니다. 고등어와 가쓰오부시를 베이스로 송이버섯과 포르치니 버섯의 향을 풍성하게 더한 윤서울의 육수는 강렬한 감칠맛과 풍부한 향으로 미각을 깨웁니다.

김도윤 셰프는 어린 시절, 송이 버섯을 가족과 함께 결대로 뜯어 조금씩 맛보던 기억이 여전히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회상합니다. 이 우아하고 향긋한 버섯은 셰프의 마음에 남아, 윤서울만의 독창적인 요리로 재탄생합니다. 윤서울에서는 영하 40도에 이르는 급속 냉동고에서 자연송이를 보관하며 연말까지 꽤 긴 기간 동안 송이 만두 요리를 냅니다. 진하고 깊은 풍미의 자연송이 만두는 쌀쌀한 가을과 추운 겨울, 식객들의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매혹합니다.

로스트 치킨 ⓒL'Amant Secret
로스트 치킨 ⓒL'Amant Secret

라망시크레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1스타 

송이 버섯을 채운 로스트 치킨

라망시크레의 가을 로스트 치킨은 송이의 향을 섬세한 현대 유러피안 퀴진에 결부시켜 선보입니다. 작게 다진 송이 버섯을 닭다리살 무스와 잘 섞은 뒤 가슴살과 껍질 사이에 채운 뒤, 염지해 말린 닭을 고온의 기름으로 겉을 먼저 바삭하게 굽고, 오븐에서 촉촉하게 익힙니다. 여기에 닭과 함께 얇게 슬라이스한 생 송이버섯, 그리고 송이버섯 사바용 소스를 뿌려 완성합니다. 특히 송이버섯 사바용 소스는 샬럿, 셀러리, 화이트 와인 베이스에 송이 버섯을 넣어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송이의 향을 잘 표현합니다.

손종원 셰프는 요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흔히 송이 버섯은 '맛' 보다는 '향'을 위한 식재료에요. 송이의 우아한 향, 생으로 먹을 때의 기분 좋은 아삭함, 익혔을 때 살짝 산미가 도는 맛과 식감 모두가 인상깊죠. 담백한 닭을 캔버스로 삼아, 풍부한 송이 버섯의 매력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좌측부터 송이만두, 송이튀김, 가을버섯 솥밥 ⓒJulia Lee
좌측부터 송이만두, 송이튀김, 가을버섯 솥밥 ⓒJulia Lee

텐지몽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송이두부, 송이튀김, 가을버섯 솥밥

텐지몽의 김대천 셰프는 송이 본연의 향과 멋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가을 요리를 선보입니다. 송이 두부는 국내산 송이버섯과 칡 전분을 이용해 부드럽고 촉촉하며, 입 안에서 쫀득하게 녹아드는 두부를 만든 뒤 은은한 감칠맛의 가쓰오부시 육수를 더해 완성합니다. 위에 올린 생 송이버섯이 화사하고 기품 있는 향으로 식욕을 돋굽니다.

그리고 심플한 모습의 송이튀김에는 보이지 않는 정성을 담아냅니다. 가볍고 바삭한 튀김옷 속으로 열을 가한 송이의 채즙과 향이 풍부하게 스며듭니다. 여기에 직접 만든 다시마 소금을 더해 송이 본연의 맛을 선보입니다. 코스의 마지막에는 ‘가을 버섯’을 테마로, 가을의 정취를 담은 갖은 버섯으로 풍미가 가득한 솥밥을 냅니다. 잎새버섯, 능이버섯, 꾀꼬리버섯, 포르치니버섯, 송이버섯까지 총 5종류의 다양한 버섯들을 기름으로 천천히 익힌 후 두태기름에 다시 한번 볶아서 밥과 함께 섞고, 마지막으로 생 송이버섯을 올려 완성합니다. 가을의 풍경을 가득 담은 텐지몽의 요리는 식객을 깊은 숲 속으로 이끄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하쿠시의 도빙무시 ⓒJulia Lee
하쿠시의 도빙무시 ⓒJulia Lee

하쿠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 선공개

도빙무시

도빙무시는 가을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일본 요리로, 도자기 주전자에 귀한 가을 재료를 넣고 따뜻하게 끓여 먹는 음식입니다. 글자 그대로 '도빙'은 주전자, '무시'는 찜이라는 뜻이지요. 하쿠시의 도빙무시는 최성훈 셰프가 엄선한 가고시마 마쿠라자카의 가쓰오부시 육수를 베이스로 합니다. 여기에 가을을 맞아 더욱 맛이 오른 전복과 신선한 자연산 대하, 잘 손질한 장어와 고성의 농장에서 재배한 알토란을 넣어 따뜻하게 제공됩니다. 자연의 재료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감칠맛과 긴 여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성훈 셰프는 송이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아주 귀한 식재료로 여겨진다고 설명합니다. "버섯은 금속과 성질이 맞지 않는다고 알려져, 도자기에 조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쓰오부시의 은은한 감칠맛은 송이의 향을 뒷받침하며 특유의 아름다움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가을의 정취를 가득 담은 송이는 나오는 기간이 길지 않기에, 셰프로써 이 시기가 더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도빙무시를 통해 계절의 아름다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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