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2 minutes 2024년 3월 13일

한국의 장, 밍글스가 안내합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사용해서 만든 디저트 장트리오를 선보이며 우리나라 발효 음식의 확장성을 보여준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가, 그동안 연구하고 정리한 우리나라 장 문화를 책으로 엮어내며, 더 널리 한식 문화를 알립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 세 가지는, 한국인에게 일상의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에게 이 세가지 장의 특징을 설명해달라고 한다면, 그리고 어떻게 만들고 쓰이는지 말해달라고 한다면, 막힘 없이 술술 얘기할 수 있을까요? 그걸 궁금해하는 사람이 외국인이고, 한국의 된장과 일본의 미소의 차이점을 말해달라고 하면, 명쾌한 답을 바로 내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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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서 너무 익숙하고 당연하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우리의 장에 대해 몰랐구나 싶은 순간을 겪어 보셨을지도 모릅니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도 그 갈증을 느꼈고, 그래서 다양한 장 문화를 더 파고들었습니다.

밍글스의 음식을 알리는 책이 아닌, 밍글스 음식의 근간이 되는 한국의 장 문화를 먼저 영어로 소개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2020년 즈음부터 “장(Jang)” 책을 기획했고, 작은 규모로 생산하는 장인을 만나기도 하고, 큰 식품 회사에서 만들어 내는 상품도 더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우리나라 장 문화의 근간과 변화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을 먹으며 자라온 우리의 시각으로 강민구 셰프가 연구한 내용을, 한 나라의 문화로 장을 접하기 시작한 미국 작가 조슈아 데이비드 스타인 (Joshua David Stein)이 글로 정리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셰프스 테이블(Chef’s Table) ” 정관스님 편을 함께 기획하며 한국 문화를 다방면으로 미국에 알리는 나디아 조 (Nadia Cho)도 함께 머리를 맞댔습니다.

영어권 국가에 장을 소개하는 첫 발걸음이라 생각하기에, “장” 책의 발간을 알리는 첫 행사 (오른쪽 아래, 사진제공 김나영)도 뉴욕에서 진행했습니다. 3월 12일 발간을 기념해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문호 (Moono) 에서 김호영 셰프와 함께, 책에 소개한 레시피에서 기안한 음식을 발간 하루 전날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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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이 단지 지나가는 유행의 음식이 되지 않으려면, 기본 식재료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한식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장 맛”에 모두가 익숙해지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장 맛에 익숙해지면, 그 장을 사용하는 한식을 반복해서 먹고 싶어 진다고 생각했죠” 라고 강 셰프는 말합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는 토마토 대신 간장이 들어간 라구 등 한식 레시피가 아닌, 어느 나라 가정이든 보편적으로 널리 먹는 음식에 장을 추가적으로 넣어서 음식 맛의 변주를 줄 수 있는, 그런 장 사용법을 알립니다.특히 집에서 간단한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손쉽게 장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겁니다.

“집에서 혹은 식당에서, 요즘의 내가 직접 장을 만들지 않지만 너무 자주 먹어서 우리에게 익숙하잖아요. 외국인에게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장을 소비하는 습관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라고 지난 2월 인터뷰에서 강 셰프가 운을 띄웠습니다. 우리가 먹는 대로 된장찌개, 된장국, 고추장 볶음, 간장 조림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식에 파고드는 방법을 고민한 겁니다. “태국에서 유래한 스리라차 소스나 일본의 유즈코쇼를 한식에 곁들여서 나만의 방법으로 먹는 것처럼, 우리의 장도 그 누군가의 일상식에 너무 당연한걸로 스며들었으면 합니다.”

밍글스 강민구 셰프 [Dong-chil Yun]
밍글스 강민구 셰프 [Dong-chil Yun]

레시피를 넘어서서 장의 근간이나 역사가 궁금한 소비자를 위해서, 장의 역사와 변천사도 기록합니다. 어림 잡아 40여년 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직접 띄워 만든 장을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게 조금 더 일반적이기도 했습니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 형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도시 인구는 직접 장을 만들 공간이 부족했지만, 가족 중 누군가는 도심이 아닌 시골집에 살고 있었고, 그렇게 시골집에서 만든 장을 가져와서 먹는 경우가 많았죠. 식품 회사에서 만든, 수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장은 갑자기 장이 똑 떨어져서 급할 때 임시로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1980년대에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많은 가정에서 시판 된장을 손쉽게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판 된장도 더욱 더 다양해지는 것과 동시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장을 담그는 지역 명인들은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사용한 밍글스의 디저트 장트리오 [밍글스 제공]
간장, 된장, 고추장을 사용한 밍글스의 디저트 장트리오 [밍글스 제공]

쉬워야 한다

“세 가지 장 중, 고추장이 제일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 처음에는 고추장이 먼저 나오는 걸 고민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음식에는 간장이 제일 많이 쓰이는 겁니다. 다른 장에 비해서 3배 이상 사용하더군요. 더 이목을 끄는 걸로 본다면 고추장이 먼저겠지만, 더 널리 쓸 수 있는 간장을 먼저 배치하고 더 자세히 알리고자 했습니다. 특히 간장과 된장은 일본에서 널리 쓰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기에, 우리나라 간장과 된장이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다루고 싶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만들던 장이,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 또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해하는 것 또한 우리 음식 문화의 큰 부분이니까요. “코리안 소이야”가 아닌 간장, 된장 이라는 이름이 전세계인의 입에 붙을 때까지, 우리의 장을 사용하기에 쉬운 식재료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 입니다.

제가 장을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소한 한국 장이 지역별로 어떻게 다르고 발전해왔는지, 어떻게 사용하면 매일 요리에 쓸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줄 수 있는 한 명의 셰프라고 생각했고, 그 정보를 좀 더 널리 나눌 수 있도록, 책으로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어쩌면, 아주 깊게 들어간 장에 대한 질문은 답을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현대인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의 모습을 이번에 다 담았습니다.” 



장의 배합

“우리 장은 여러가지를 섞으면서 더 다양해집니다. “Building a Jang Pantry (종류별로 장 구비하기)”라는 섹션을 따로 만들어서, 어떤 장을 어떻게 섞어서 쓰면 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비율은 밍글스에서 배합해서 쓰는 장의 기본 레시피이기도 합니다. 시판 장을 사더라도 각자의 입맛에 더 맞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큰 통에 든 장을 사서 취향에 맞게끔 한 번에 섞어 두고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한국 가정에서도 장을 몇 달 씩 두고 먹는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물, 설탕, 간장 등 기본을 넣은 후, 기호에 따라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을 넣고 양념을 만들 수도 있고, 그 양념을 기본으로 둔 후 고기를 넣어 둔 고기 전용 장을 만들어서 갈비찜을 할 수도 있고, 새우 등 해산물을 넣고 생선조림에 사용할 수도 있다는 걸 설명합니다.” 


대중적인 장, 명인의 장

“명인의 장을 매번 쓰기에 가격 부담이 되겠죠. 그럼 기본 간을 위해서는 시판 간장을 쓰고, 마지막에 더 하는 한 숟가락의 장은 명인의 것을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올리브 오일을 쓸 때도 그렇게 사용하시는 분이 많잖아요.

생각한 것보다 소규모로 장을 생산하는 장인이 많았습니다. 전통장을 만드는 곳이라고 해서, 명인의 “감”에만 의존하지 않고, 적절한 시스템을 갖춰가는 곳도 많더군요. 더 많은 소규모 생산자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서 제품을 선보이고, 새로운 프리미엄 시장을 세계인을 대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소비 시장이 급격이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미식이 발달한 나라를 보면, 그 나라의 식재료 또한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식재료 개발이 될 수 있도록, 장인이 만든 식재료를 브랜드화하고, 널리 판매되는 유통 채널을 만들어서 해외에 더 알려질 수 있도록, 중간에서 응원하는 서포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밍글스의 변화

"이렇게 해외의 다양한 셰프나 전문가, 그리고 독자나 일반 소비자와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얻으려는 도전을 계속합니다. 한국의 밍글스를 탄탄하게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탄탄한 운영을 위한 다채로운 메뉴 개발이 중요한데, 해외를 다니면서 받는 영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밖에서 얻은 경험이 우리 내부 살림을 더 잘할 수 있게,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더 자극을 줄 수 있게 합니다.

한식이 많이 알려지고, 밍글스도 계속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아주 크게 테가 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유수의 식당처럼 몇 개월 문닫고 연구에 집중한 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재료가 지천에 깔린 자연 속 식당이 아닌 도심 한가운데 있는 식당이기 때문에 밍글스만을 위해서 서울에 오는 사람은 아직 적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목적지 그 자체는 아닌거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음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음식을 가장 잘 알리고, 서울에서 흔한 식재료를 익숙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잘 담아내는 식당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에게도 재밌고, 국내 소비자에게도 신선한 음식을 내기에, 그 누구라도 기대하며 올 수 있는 식당이 되는 게 현재 밍글스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새 앨범을 낸다면, 그 안에서 그 가수가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가 익숙하지 않더라도 일단 믿고 듣게 되잖아요. 밍글스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우리가 한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를 하고 방문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팬 층이 두터운 그런 식당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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