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못 먹는 음식이 없죠. 한국 내 지방 곳곳의 요리부터, 세계 방방곡곳의 음식까지. 없는 것이 없는 서울이지만, 그 중에서도 서울만의 음식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전주의 비빔밥, 강원도의 장칼국수 같은 것들이 있듯이, 서울에도 서울만의 향토음식이 있습니다.
서울은 특색있는 식재료가 나는 곳은 아니었지만, 전국 각지의 식재료가 모이는 수도로서 화려하고 손이 많이 가는 반가 음식들이 발달했습니다. 왕족과 양반 계급이 많이 살아서인지, 양념은 곱게 다져 사용하고 가짓수가 많은 것을 더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울이 양반들만 살던 곳은 아니었죠, 일반 백성들이 먹던 음식들도 있습니다. 서민적인 맛의 전통을 지켜내가는 곳들 또한 서울의 맛을 이어가는 곳들도 있습니다. 진짜 서울의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3가지 음식을 소개합니다.
불고기
서울식 불고기는 일제강점기 무렵 시작된 것으로, 냉면을 팔던 서울의 오래된 노포들이 불고기를 팔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되었습니다. 불판이나 석쇠에 굽는 언양식 불고기나 광양식 불고기와는 다르게 서울식 불고기는 무엇보다도 자작한 육수가 특징입니다. 그래서 서울식 불고기는 끓이는 냄비도 신선로 냄비처럼 중간에 구멍이 뚫린 형태입니다.
국물에 담겨서 익은 얇은 쇠고기에 버섯과 당면을 넣어 자박하게 끓여내 밥에 비벼먹기 좋습니다. 제대로 만든 얇게 저며내 씹는 맛은 다른 지방의 불고기에 비해 조금 덜하지만 서울식 불고기는 안심이나 등심만을 사용해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을 즐기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식 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우래옥의 불고기는 몇 시간이라도 기다릴 가치가 있는 맛입니다.
추탕
추어탕은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음식입니다. 추어탕은 크게 서울식, 경상도식, 전라도식, 원주식으로 나뉘는데요.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곱게 간 추어탕은 된장과 들깨 등을 베이스로 하는 전라도식이나 고추장을 베이스로 하는 원주식 추어탕, 또는 배추와 방아를 넣고 담백하게 끓여내는 경상도식입니다.
서울식은 사골과 양지, 내장 등 소고기를 끓인 육수에 삶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어 고춧가루 양념을 해서 끓여낸 얼큰한 탕이 서울식 추어탕인 ‘추탕’ 입니다. 곱창과 버섯, 파, 호박, 두부 등이 넉넉히 들어가 있어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되죠. 이제 서울에서도 서울식 추어탕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중에 한 곳이 용금옥입니다.
편수만두
편수는 보자기를 네모지게 빚는 만두로 소고기에 오이나 애호박을 넣어 속을 채운 궁중음식 중 하나입니다. 1934년에 출간된 고조리서인 『간편조선요리제법(簡便朝鮮料理製法)』에서는 "편수는 여름철 음식인데 냉면과 같이 만두를 차게 만드는 것이니, 밀가루 반죽한 것을 얇게 밀어 네모모양으로 반듯하게 썰어 만두소를 가운데 넣고 네 귀를 접어 싼 뒤 삶아내어 찬물에 건져 식혀서 장국을 식혀 붓는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편수는 개성의 전통음식으로도 유명한데, 개성 편수는 서울의 편수와 다르게 동글게 싸서 매끈하게 만들어요. 서울식 편수는 차갑게 먹는데, 개성식 편수는 따뜻한 국물을 더해 먹는 것도 다릅니다. 서울의 편수 중에서도 오이가 들어간 것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특징으로 초간장을 더해 먹으면 여름의 입맛을 되찾아주는 별미입니다. 편수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맛보기 쉽지 않지만, 자하손만두에서는 사시사철 맛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