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디저트는 빙수입니다. 계절 음식이다보니 이제 사시사철 빙수를 선보이는 일반 디저트 가게는 많이 없어지고, 국내의 다양한 호텔이 매년 색다른 빙수를 여름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많은 호텔에서 열대과일 망고를 사용한 시원한 여름 디저트를 선보이지만, 그 외에 쑥, 고구마, 메론, 코코넛워터, 리치 등을 사용한 색다른 빙수도 개발하며 다채로운 여름의 맛을 소개합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 쑥
올해로 5년째, 호텔의 간판 빙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쌉쌀한 쑥의 맛과, 달콤하게 코팅된 고소한 견과류, 떡, 그리고 초코렛이 어우러진 빙수입니다. 쑥의 진한 녹색과 견과류의 갈색을 모두 다 아우르는 놋그릇에 빙수를 담고, 그 옆에는 쑥 농도를 조금 더 진하게 한 시럽을 따로 준비해서 함께 제공합니다. 투명한 사각 상자에 담겨서 테이블로 제공되고, 자리 앞에서 빙수 설명 후 투명한 상자 뚜껑을 벗겨냅니다. 마치 생일에 큰 상자에 담겨오는 케이크를 선물받는 것처럼 특별합니다.
올해의 쑥 빙수는 견과류가 더 풍성합니다. 놋그릇 안에 수북한 얼음이 한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몬드, 피스타치오, 피칸 등의 견과류가 가득합니다. 산처럼 높은 견과류 제일 위에는 쑥 아이스크림이 올려져 있고, 아이스크림 위에는 쑥, 밀가루, 버터 등을 섞어서 만든 바삭한 과자인 튀일로 장식했습니다. 쌉쌀한 쑥의 맛이 단맛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견과류와 쑥 아이스크림 사이에는 단팥을 넣었습니다. 빙수에서 빠질 수 없는 쫄깃함을 더하기 위해, 쑥 아이스크림 주변에는 인절미를 올렸습니다. 쑥이 들어간 부드러운 생초콜릿까지 곁들여집니다.
층고가 높은 1층 라운지에서 빙수가 준비됩니다. 주말이나, 근처 코엑스에서 큰 행사가 있는 날이면 잠시 대기 후 라운지 입장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라운지 앞에는 줄 서기 기계가 있어서, 순서가 되면 핸드폰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그니엘 서울 - 멜론
테이블 위에 빙수가 준비되자마자, 멜론의 달콤한 향이 온몸을 감싸옵니다. 동글동글하게 모양낸 멜론이 한가득 쌓인 모습이 눈과 코를 모두 자극합니다. 과육을 파낸 메론을 그릇 삼아 사용하고, 그 안은 작게 썬 멜론과 멜론 소르베, 그리고 메론 얼음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 위로는 탁구공보다 작은 정도의 크기로 동그랗게 모양을 낸 멜론을 한가득 올렸습니다.
곁들이는 소스도 있습니다. 올해는 멜론과 바나나를 같이 사용해서 달콤하게 준비합니다. 멜론 과육을 으깨듯 버터에 볶고, 바나나와 약간의 설탕을 섞어서 걸쭉한 콤포트를 만듭니다. 바나나 향이 먼저 은은하게 느껴진 후 멜론맛이 입안에 끝까지 남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합니다. 주황색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진한 노란색이다 보니, 언뜻 보기에는 호박으로 만든 소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달달한 바나나와 잘 갈린 멜론 과육이 어우러지면서 빙수에 전체적인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팥도 작은 그릇에 따로 준비됩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호텔 79층에서 빙수를 제공합니다. 통창 너머로 한강이 어우러진 서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햇빛 쨍한 날에는 저 멀리 남산타워를 찾아볼 수도 있고, 비 오는 날에는 하얀색 구름으로 둘러싸여서 사방이 하얀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레스케이프 - 코코넛 워터, 리치, 용과
프랑스 분위기를 가득 머금은 호텔에 아시아의 여름이 어우러집니다. 코코넛 워터, 리치, 용과 등 동남아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맛을 조합한 카창 빙수를 선보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널리 먹으면서 싱가포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빙수입니다. 얇게 갈아낸 얼음 위에 다양한 맛이 나는 시럽을 뿌려서 먹는 빙수인데, 쉐이브 아이스라고 불리는 하와이에서 널리 먹는 차가운 디저트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레스케이프에서 준비한 카창 빙수는 코코넛 워터와 리치, 용과로 만든 얼음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 위에 일반 시럽 대신, 레드 오렌지와 망고를 사용해서 퓌레를 만들어 올립니다. 실제 동남아 국가에서는 옥수수라든지 절인 콩을 곁들여 먹기도 하지만, 레스케이프에서는 과일에 조금 더 집중해서 새콤달콤하게 만들었습니다. 더 강한 과일 맛을 원할 때는 퓌레를 더 많이 뿌릴 수 있도록 넉넉히 제공됩니다. 하얀 얼음 위에 빠르게 퍼져나가는 퓌레의 색을 눈으로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입니다. 은은한 바닐라 향과 비슷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서 카야 쨈을 만들 때 쓰이기도 하는 판단이라는 재료로 젤리를 만들어 넣었습니다. 더 진한 단맛을 원한다면, 함께 나오는 팜슈가 시럽을 넣으면 됩니다.
호텔 내 “Den 1930s”라는 맥주 펍에서 빙수를 준비했습니다. 호랑이 굴을 의미하는 Den과 타이거 맥주가 탄생한 1930년을 합쳐 이름을 붙인 곳입니다. 이곳에서 싱가포르 빙수를 준비했다는 의미로 Den과 싱가포르의 싱을 합쳐 “댄싱 선라이즈”라고 빙수를 명명했습니다. 춤을 추는 순간이 매일의 일상과는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레스케이프에 머무르는 시간이 일상으로의 탈출로 느껴지는 바람을 더하여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빙수와 함께 우리나라 화채가 연상되는 “시미로”라는 디저트도 있습니다. 중식당에서 널리 쓰는 디저트인데, 파인애플 주스와 코코넛 우유를 넣고, 수박이랑 파인애플 과육도 넣습니다. 코코넛 젤리, 타피오카 펄을 넣어서 식감 또한 다양하게 만듭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 자색 고구마
빙수 위에 꼭 과일이 올라가야 할 필요는 없겠죠. 여름 디저트로 빙수가 가져야 할 시원함과 단맛을 고구마로 표현했습니다. 남해에 인접한 지역인 해남에서 자란 고구마가 당도가 높아서, 이 지역의 고구마만을 사용합니다. 지역명과 재료명을 함께 쓸 수 있는 지리적 표시 농산물로도 지정된 해남 고구마 중에서도 껍질과 속살이 보라색을 띠는 자색 고구마를 사용합니다.
고구마는 으깨서 부드럽게 무스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 무스를 다시 손바닥 크기 정도의 고구마와 비슷하게 형태를 잡고, 겉면엔 보라색 고구마 파우더를 뿌려서 빙수의 제일 위 쪽에 올렸습니다.
고구마 무스를 둘러싸고 있는 건 말차 파우더를 입힌 크럼블입니다. 동그란 과자 가루처럼 만든 말차 크럼블을 가득 올려서, 첫눈에는 하얀 얼음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말차 크럼블 아래쪽으로 숟가락을 넣어보면, 우유로 만든 얼음이 한가득 보입니다. 말차 크럼블 위에 올려진 자색 고구마 무스 주변으로는 적색을 띠는 시소 잎으로 장식해서 푸릇한 잔디 위에 올려진 한 개의 자색 고구마처럼 보입니다.
조금 더 바삭한 식감을 위해서, 빙수 옆으로 자색 고구마 칩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유, 말차, 고구마가 어우러지며 내는 본연의 단맛 외에 조금 더 강렬한 맛을 원할 경우에는, 함께 준비된 연유를 조금씩 넣어먹으면 됩니다.
여름의 변화무쌍한 햇살과 습기를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빙수가 제공되는 호텔 더 라운지의 야외 테라스 공간인 더 데크에서, 호텔 근처에 위치한 흥인지문을 바라보며 빙수를 먹는 것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