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프렌치 레시피를 기반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겠다는 목표 아래 타협하지 않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주방에 선 김준형 셰프가 2023 미쉐린 서울 영 셰프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미쉐린 서울 영 셰프 어워드를 후원하는 블랑팡(Blancpain)은 1735년 설립된 이후 300여 년간 충실한 시간의 동반자이자 미쉐린 가이드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미쉐린 서울 영 셰프” 시상을 통해 미식계의 가장 뛰어난 인재를 찾는 미쉐린 가이드의 행보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블랑팡의 최원호 브랜드 총괄은 “저희 블랑팡과 미쉐린은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Art of Living’ 삶의 예술이라는 모토 아래 미식 세계에서의 장인 정신과 전통에 대한 존중, 창의성과 탁월함에 대해 지지하고 여러분의 열정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영 셰프로 선정된 김준형 셰프님께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2023년의 무궁무진한 성장과 발전을 기대합니다. 저희 블랑팡 코리아와 영 셰프님 모두에게 내년 2023년이 성공적인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영 셰프 어워드 수상의 기쁨을 어떤 분들과 나누셨나요?
부모님께 가장 먼저 연락드렸습니다. 제가 레스토랑을 오픈할 때까지 속앓이를 정말 많이 하셨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도 두 분께는 감사한 마음뿐이죠. 그리고 온지음의 조은희 방장님, 박성배 부방장님께도 연락을 드렸어요.
영 셰프 어워드는 흔히들 ‘일생에 한 번뿐인 상’이라고 하는데요, 상 받고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레스토랑을 오픈하던 날부터의 생각이 쭉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사실 레스토랑 오픈 첫해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워낙 작은 레스토랑이기도 하고요. 꿈에서도 서비스를 하다가 땀에 젖어서 한밤중에 깨는 일도 있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어요.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 막연했던 그 시간과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지나가고 오늘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스토랑 온은 테이블이 두 개뿐인 아주 작은 레스토랑이에요.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레스토랑이 아닌데, 처음부터 작은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 목표였나요?
CIA에서 일하던 시절에 마레아에서 견습을 했었어요. 매일같이 요리를 하는데, 제가 만드는 음식을 누가 먹는지도 모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습니다.
손님들은 레스토랑에서 두 시간 정도를 보내시고 떠나시지만, 사실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요리사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최소 10시간 이상의 시간을 주방에서 보냅니다. 그 시간과 노력을 손님들에게 가장 진실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요리사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과 소통하며 어떤 음식을 먹는 순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음식은 조금 더 섬세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떤 요리를 선보이고 있나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클래식 프렌치의 기본을 잘 지키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프렌치라고 하면 사실 유제품, 버터 등을 이용한 묵직한 맛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클래식 프렌치란 사실 맛보다는 ‘편법 없이 시간을 들이는 것’ 그 자체에요. 그래서 조리를 할 때 쓰이는 버터의 양을 줄이거나, 코스에 리듬감을 줄 수 있도록 맛을 구성하기는 하지만 육수, 소스 등 기본이 되는 부분에서는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김준형 셰프님이 생각하는 ‘클래식 프렌치’를 잘 보여주는 음식이 있다면요?
음식은 아니지만, 제가 가장 많은 시간들 들여 준비하는 ‘쥬 드 보(jus de veau)’라는 소스가 제가 생각하는 ‘클래식 프렌치’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소스를 만들기 위해 소뼈를 구워 3일 동안 우려낸 후, 미르 푸아(Mire Poix)를 넣어 걸러낸 후 또 반으로 졸이고, 거기에 와인을 넣어 또 천천히 끓여 내거든요. 작업 과정을 보시는 분들은 솔직히 고지식하다고 많이 하세요. 압력 밥솥을 써도 되고, 생략해도 되는 과정도 있다고 말해주시기도 하시고요. 하지만 그것이 제가 배워온 방법이기 때문에 꼭 지키려고 해요.
기본을 지키는 일과 더불어 손님과의 소통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혹시 기억에 남는 손님들도 있나요?
저희 레스토랑은 손님의 연령층이 조금 높은 편이에요. 다들 일평생 미식을 즐겨오신 분들이다 보니 입맛이 까다로우시고요. 그래서 중장년층 손님이 오시는 날이면 평소보다 긴장을 하게 되는데요, 한 번은 노신사 분이 오셔서 식사를 하시다가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다음 코스가 무엇이냐고 하시길래 “랍스터입니다” 하고 대답을 했더니 나지막이 해주셨던 대답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랍스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김 셰프가 하는 랍스터라면 기대가 되네요.” 음식을 통해 제가 그만큼의 신뢰를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벅차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식상한 말이지만, 그게 요리사로서의 보람인 것 같아요. 요리사라는 직업의 임금이 높은 것도, 일의 강도가 낮은 것도 아니지만 손님들이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시다는 점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손님들의 인정이 담긴 한 마디에 느껴지는 보람은 오롯이 저만의 것이니까요.
젊은 셰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끈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복적인 업무의 연속일 테지만 관성에 빠지지 않고 ‘어제보다 하나만 더’의 마음으로 해내야 해요. 매일은 같은 날이 아니고,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겠지만, 스킬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것입니다. 차근차근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며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직 더 성장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레스토랑 온은 완성형의 레스토랑이 아니니까요. 보완하고 성장해야 하는 부분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똑같은 매일이 쌓여 만들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