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위치한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주옥이 내년 3월, 뉴욕으로 이사갑니다. 지난 2016년 청담동에서 시작한 이래 2019년에 서울시청 앞 플라자 호텔로 한 번 자리를 옮긴 후, 새롭게 맞는 큰 변화입니다.
올해 12월까지만 서울에서 영업합니다. 그리고 내년에 뉴욕에서 영업을 재개합니다. 새 지점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운영하던 주옥의 문을 닫고,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함께 뉴욕으로 갑니다. 주옥의 신창호 셰프와 그 외 주방 셰프, 그리고 홀 매니저와 직원 등 주옥과 함께 한 오랜 팀원들은 이미 뉴욕행을 확정했고, 추가로 함께할 팀원 또한 모집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레스토랑 정식당이 뉴욕에 지점을 내고, 모수가 홍콩에 지점을 낸 사례는 있지만,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표된 이래 서울에 있는 스타 레스토랑이 다른 나라로 위치를 옮겨서 영업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7월 5일, 레스토랑 주옥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뉴욕 직원 모집 공고를 내면서, 주옥 뉴욕의 시작을 간접적으로 알렸습니다.
3년 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할 때쯤, 신 셰프는 부쩍 더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신 셰프 자신의 미래 뿐만이 아니라, 이제 훌쩍 성장한 주옥을 가꾼 모든 직원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지만, 기대만큼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딘가에 우리가 멈추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던 중, 그는 더 큰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동력의 시작은 이 질문에서 이어졌습니다.
주옥이 뉴욕으로 가면 어떨까?
그때부터 주옥 뉴욕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합니다. 뉴욕에서 일하던 셰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뉴욕행을 구체화하기 시작합니다.
신 셰프는 셰프로 살아 온 인생에 두 번의 큰 동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10여 년 전, 처음 미국에 가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와, 7년 전 주옥이라는 식당을 막 시작했을 때라고 합니다. 그 두 개의 동력이 합쳐지면서, 주옥을 해외에서 운영해야겠다 라는 꿈의 물꼬를 틔웠습니다. 20대부터 한국에서 15년간 요리한 후, 해외 경험에 목말라서 미국으로 향했던 서른 중반의 그때를 떠올리며, 또 다른 목마름을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내가 (한국나이) 35살이었고, ‘지금 이 나이에 가도 될까’라는 생각, ‘영어 못하는데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가도 실력으로 하면 된다는 응원이 힘이 많이 됐다. 미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머리가 커지고 생각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처럼, 내가 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 그때 기억이 바로 떠올랐다”고 주옥의 신 셰프는 말합니다.
주옥 뉴욕의 모습이 꾸려지는 과정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을 통해서 신 셰프가 전합니다. 어쩌면 서울에서 선보인 주옥의 요리보다, 뉴욕에서 선보이는 주옥의 요리가 더 한국적으로 다가오게끔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전합니다.
주옥 뉴욕의 위치는 어디인가요?
코리아타운에 있는 건물 16층입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식당이 밀집한 지역도 아니고 고층이기도 해서 주변 분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정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내부 공사는 이미 진행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번잡한 도시의 한가운데 있다 보니,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더 개방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시 속 힐링이 가능한 공간이 될 수도 있겠죠. 꼭대기 층이라 자연광이 더 들어오기에, 작은 정원처럼 꾸며서 식물로 채워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식물 사이에는 평상을 둔다든지 해서 한국적인 느낌을 내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시골 풍경에서 접하는 원두막과 비슷할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단지 음식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난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쌓아 온 생활 문화까지도 조금씩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투박한 미를 선보이는 그릇을 만드는 작가도 찾고 있습니다. 꼭대기 층이라서 가능한 여러 공간 사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정원 바로 옆 독립된 공간에 바를 만들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만든 막걸리, 청주 등을 조금 색다르게 선보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주옥 뉴욕의 음식은, 현재 주옥이 서울에서 선보이는 음식과 크게 다를까요?
지금 주옥의 모습과 비슷하게 시작하겠지만, 점차 변화할 거라고 봅니다. 미국에서 장을 담글 거예요. 처음에 주옥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해외 혹은 국내 소비자가 이해하는 한국 음식의 범위가 더 많이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시판 된장이 아니라 만들어서 한국 된장을 썼을 때, 한국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사람도 이젠 호기심을 보이고 맛의 다름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내던 음식보다 조금 더 한식으로 느껴질 겁니다. 우리나라 지방에서 볼 수 있는 투박한 음식을 저만의 방식으로 조금 더 멋있게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한식이 더 발전하려면, 다양한 형태의 한식 레스토랑 모델이 나와야 합니다. 우리 세대에서 시작했던 한식은 어느 정도 서로 비슷하기에, 내가 색다른 무언가를 어떻게 더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 고민이 들어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