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3 minutes 2023년 1월 30일

미쉐린 셰프들이 꼽은 2023년의 레스토랑 트렌드 5가지

아시아의 셰프들은 나노-기술을 이용해 길러낸 식재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조리법 등이 우리가 올해 마주하게 될 것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새해를 맞아 아시아 전역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셰프들에게 2023년의 트렌드가 무엇이 될지 물었습니다.

1. 국경과 문화를 나누는 컬래버레이션 행사의 복귀

외식업계는 세계적이고 교류가 많은 업계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3년간의 공백 때문에 셰프들은 직접 만나 교류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셰프들은 아시아의 거의 모든 국가에 대한 여행 제한이 없어진 지금, 해외 셰프 초청 행사, 4-Hands 디너, 8-Hands 컬래버레이션 등의 행사들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지난 1년간 자국내 셰프들의 컬래버레이션 행사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미토우의 김보미 셰프와 권영운 셰프는 올해는 작년과 달리 여러 외국 셰프들의 한국 방문과 한국 셰프들이 해외로 나가 음식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2023년 1월 8일 코로나19 치료를 하향 조정한 후 국경을 다시 열고 격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상하이 102 하우스(102 House)의 쉬징예 셰프는 중국의 외식업계에 불어올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점차 개방됨에 따라, 요리사들은 영감을 찾아 다른 나라로 여행할 것입니다. 다른 지역의 셰프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방콕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젬므 바이 장 미쉘 로랑(J'AIME by Jean-Michel Lorain)의 아메리고 세스티(Amerigo Sesti) 셰프는 2023년에 일어날 다양한 문화적, 요리적인 교류를 통해 다문화 기반의 퀴진이 등장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타이 스패니시 타파스, 재패니즈 이탈리안, 그리고 더 많은 새로운 것들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음식들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맛있고, 위트있으리라고 믿습니다." 


2. 국제적인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도입되는 신기술(technology)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였던 노동력 부족은 2023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코로나19 규제 완화에 따라 손님들이 본격적으로 레스토랑으로 돌아오면서 노동력 부족은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많은 셰프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인 정통 레스토랑 신예( Shin Yeh Taiwanese Signature) 우지웨이(Wu Zhi-Wei) 셰프는 이와 관련해 "외식산업은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에요. 특히 직원들의 장시간 근로와 개인적인 시간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인재 채용에 있어서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요리 기술을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인이 되기를 추구해야 하는 정통 중국 음식을 선보이는 곳들에게는 더욱 힘든 상황이 될 것이며,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음식의 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젊은 요리사들은 이미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기 전에 다른 레스토랑을 경험하는 일에 회의적이고, 2023년에도 이런 경향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셰프들도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페낭의 레스토랑 오자르댕(Au Jardin)의 셰프인 수 킴 혹(Su Kim Hock)은 "대규모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과 직원 채용의 어려움이 이런 현상의 원인" 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산업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쿄에 있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류긴(Ryugin)의 셰프 세지 야마모토(Seji Yamamoto)는 "외식업계가 우리 직업만의 장점을 확립하기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이 노동력 부족 이슈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인력 부족에 적응하기 위해 레스토랑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노동의존도가 낮은 콘셉트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싱가포르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라비린스(Labyrinth)의 오너셰프 LG 한(LG Han)은 "앞으로는 더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화한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QR 메뉴, 클라우드 주방, 배달 앱 등을 도입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방콕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포통(Potong)의 피차야 '팜' 순토르냐나키(Pichaya “Pam” Soontornyanakij) 셰프가 이야기했습니다. 모바일 주문, 자동화된 키오스크를 선호하는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3. 전통으로 돌아가기

세계는 지난 1년간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갈등, 경제적 위기 등 다양한 이슈들이 사람들에게 닥쳐왔습니다. 불투명한 미래 때문일까요? 일본 오사카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하지메(Hajime)의 셰프 하지메 요네다(Hajime Yoneda)는 많은 손님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사회에서만 할 수 있는 전통적인 경험에 더 높은 가치를 두기 시작했으며 그 경험을 통해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거나 재해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02 하우스의 셰프 쉬(Xu)는 "이런 움직임은 2023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국경이 폐쇄되었던 지난 3년간 셰프들은 자국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다시금 스스로의 전통을 돌아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적으로 조리법이나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했고, 중국 청두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실버 팟(Sliver Pot)의 저우 질링(Zhou Ziling)은 "로컬 식재료, 조리법, 전통적인 문화적 표현은 독특해요. 진정한 세계화란 본래의 맛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더 많은 손님들이 현지의 문화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오 자르댕의 수 킴 호크도 "사람들이 전통과 문화유산을 전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젠(Gen), 아카르(Akar), 자우이(Jawi)같은 레스토랑들은 말레시이사의 맛과 문화,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서 말레이시안으로서의 뿌리를 더욱 깊고 선명하게 보여줍니다."라고 말하며 다른 셰프들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더불어 홍콩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테이트(Tate)의 셰프 비키 라우(Vicky Lau)는 팬데믹 기간동안 정통 중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후난요리나 사천요리, 광동요리 등 다양한 지역의 중국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질거에요."

마찬가지로 홍콩에서도 유행병 기간 동안 콩에 초점을 맞춘 레스토랑 Mora를 런칭한 2명의 MICHELIN 스타 테이트의 Vicky Lau가 정통 지역 중국 요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목격했다. 그녀는 "저는 저장, 쓰촨, 후난, 광둥어와 같은 다양한 지역에서 정의되는 세련된 중국 요리가 더 많은 열기와 양념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라비린스의 셰프 한(Han)은 오히려 투박한 요리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지난 2년간 숯불에 구워낸 요리들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2023년에는 그릴 요리들이나 우드 파이어 그릴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들이 대중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도쿄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세잔(Sézanne) 셰프의 다니엘 캘버트(Daniel Calvert)는 "사람들의 관심이 식재료의 신선함을 섬세하고 보여주는 소규모 레스토랑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싱가포르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젠(Zén)의 셰프 트리스탄 파머(Tristin Farmer)는 코스 메뉴 위주의 구성 대신 단품메뉴가 다시 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4. 건강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 받아들이기

코로나19를 지나오며 사람들은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생활방식과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게 되었죠. 손님들 뿐만 아니라 셰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락다운으로 인해 레스토랑의 영업이 불규칙해지고 운영시간이 짧아지면서 많은 셰프들과 스태프들도 전보다 여유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이들 중 많은 수가 운동으로 그 여유시간을 채웠습니다.

그러한 요리사 중 한 명은 에퀴레의 막심 길버트인데, 그는 술을 끊고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현재는 정기적으로 훈련하고 일주일에 두 번 수영하고 매주 요가를 하며 지난 2년 동안 26kg을 감량했다. "지금은 몸 관리도 잘 하고 밥도 잘 먹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니까, 최근에는 저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아챘어요. 사람들은 그들이 먹는 것과 마시는 것에 더 조심하고, 단계적으로 우리는 또한 이것을 우리 식당에 약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좀 더 가볍게 요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크리튀르(Écriture)의 셰프 맥심 길버트(Maxime Gilbert)는 술을 끊고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수영을 두 번 하고, 매주 요가를 하며 지난 2년간 총 26kg을 감량했죠. "식사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다 보니 주변에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도 알게 됐어요. 사람들은 먹고 마시는 일에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레스토랑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야 해요. 요리는 조금 가벼워져도 괜찮아요."

“2023년에는 음식이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정서적인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 큰 가치를 두고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실버팟(Silver Pot)의 저우(Zhou) 셰프는 덧붙였습니다.

또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뿌리내린 채소위주의 식단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도 빠르게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의견도 많습니다. 오자르댕(Au Jardin)에서는 손님들의 10~20% 정도는 채식주의자나 비건 옵션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히며 손님의 요청을 기반으로 하는 파인다이닝 업계에서 이런 트렌를 더욱 발빠르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테이트(Tate)의 셰프 비키 라우(Vicky Lau)는 레스토랑들의 베버리지 메뉴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팬데믹 이후에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져서인지 논알코올 음료를 욫어하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레스토랑들은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논알코올 음료를 리스트업해야 할 것입니다."

5.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마지막으로, 아시아 지역의 셰프들은 지속가능성이 2023년의 아주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J'AIME by J'Michel Lorain의 세스티(Sesti) 셰프는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유행 이상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해 셰프들을 힘들게 한 식재료 수급 문제와 식자재 비용 상승은 그 어느 때보다 지속가능한 식자재 공급이 중요하다는 점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간 레스토랑이 속한 지역의 농부 등의 생산자들을 지원하며 식재료를 근교에서 수급하고 자 하는 노력은 지난 10년동안 서서히 이루어져왔고, 앞으로는 그 연결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제가 주방에서 일을 시작한 15년 전과 비교하면, 식재료의 질, 가격, 양이 많이 달라졌어요. 어떤 것들은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어떤 것들은 곧 사용할 수 없게 되겠죠. 우리는 요리사로서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그것들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해요."라고 타이페이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L'Atelier de Joël Robuchon의 셰프 요헤이 마츠오(Yohei Matsuo)가 말했습니다. 

"셰프들은 지속가능성에 집중해 생산되고 전달된 식재료를 다룰 때 어떤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식재료의 가능한 많은 부분을 사용하고,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Labyrinth의 셰프 한(Han)은 손질하고 남은 식재료를 케첩이나 스톡, 염색약으로 사용함으로서 그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많은 셰프들이 음식 생태계 내에서 자신의 책임감과 역할에 대해 인지해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최상의 부위를 요청하거나 더 완벽한 채소를 찾는 대신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라고 라비린스의 셰프 한(Han)은 언급했습니다.

포통(Potong)의 셰프 팸(Pam)은 나노기술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외식업계가 여러 종류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나노미터 크기의 알갱이를 가진 소금은 일반 소금보다 약 1000배 작지만 같은 정도의 짠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요리에 사용되는 양의 소금을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고혈압을 걱정하는 손님들을 위한 건강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셰프 트리스탄 파머(Tristin Farmer)는 "지속 가능성은 더이상 트렌드가 아니라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지속가능성은 에너지 소비를 아끼고, 도구를 재사용 및 재활용 하고, 직원 관리 등의 더 넓은 개념으로 나아갈 때가 됐습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스티(Sesti) 셰프는 말했습니다. "레스토랑들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며 우리 스스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환경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요리를 하거나, 생산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요리사로서의 직업윤리를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인터뷰는 싱가포르의 미카 위(Mikka Wee), 타이페이의 밍 링 아이(Ming Ling Hsieh), 방콕의 푸레팟 송티엥(Pruepat Songtieng), 도쿄의 와카나 쿠보(Wakana Kubo), 서울의 김나영, 홍콩의 글로리아 청(Gloria Chung)이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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