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2 minutes 2021년 1월 13일

미토우, 한국에서 만나는 독창적인 일식: 권영운, 김보미 셰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에 일식 카테고리에서는 최초로 1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미토우의 ‘한국의 일본 요리’에 관해, 권영운, 김보미 셰프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미토우는 지난 2018년 1월 오픈한 뒤, 순식간에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서울에서 가장 예약이 어려운 일식 레스토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계절감을 살린 요리와 편안한 접객으로 두루 호평을 받는 미토우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에 일식 카테고리에서는 최초로 1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미식을 즐기는 내국인 고객은 물론 한국에 온 일본인도 시간을 내 방문할 만한 독창성이 있는 미토우의 ‘한국의 일본 요리’에 관해, 권영운, 김보미 셰프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르지 않은 경지, ‘미토우(未到)’라는 가게 이름을 짓다

권영운 셰프: 서울에서 경력을 쌓다가, 일본 장인이 한국에서 요리하는 것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큰 감명을 받고 일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며 요리하는지 궁금해진 것이 시작입니다. 그러던 중 제가 8년 만에 같은 가게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가게 모든 구석 구석이, 흠집 하나 없이 완벽한 상태로 유지되어 있었습니다. 8년의 세월이 무색한 그 모습에 놀라 비결을 물었더니 셰프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단 한 번도 리노베이션은 하지 않았지만, 매일 영업 시작 전후에 두 시간씩 청소하고 관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같은 일을 반복하며 꾸준히 그 상태를 유지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지요. 저희도 그런 모습을 닮자는 의미로,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매일을 치열하게 반복하는 과정 속에, 그 경지에 이르는 길이 있겠지요.


미토우의 요리 철학 – 한국의 일본 요리 

김보미 셰프: 저희는 고유한 ‘한국의 일본 요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근접하지만 환경이나 사회, 문화에 차이점도 많습니다. 같은 재료라고 해도 ‘제철’이 크게 다른데요, 한국에서 2주간 짧게 나오는 식재료가 일본에서는 전 지역에 걸쳐 4개월간 나오기도 합니다. 식재료를 키우는 땅의 성질과 물이 다르니, 같은 당근이라고 해도 단단한 정도와 섬유질의 양에도 차이가 커서, 식감도 다르고 조리의 결과물도 크게 달라집니다. 일본에서 배운 요리를 한국에서 그대로 재현한다고 해도 맛이 같을 수 없는 이유죠.

그뿐 아니라 식사하는 분들이 중점을 두는 부분도 다릅니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소바를 면을 씹는 느낌과 목 넘김 등 식감에 중점을 두고 맛보는 반면, 한국 고객분들은 면을 찍어 먹는 쯔유에 더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이런 차이점을 배려하며, 식감을 살리면서도 한국의 고객들이 원하는 입맛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한국 사람이고, 우리나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문화가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인이 만드는 일본 요리와는 또 다른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절감을 담은 미토우의 요리 ⓒ미토우
계절감을 담은 미토우의 요리 ⓒ미토우

계절감을 담은 식재료를 찾고, 함께 만들어나가다

권영운 셰프: 일본 요리는 ‘계절감’이 중요합니다. 저희도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며 다양한 식재료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 자체가 좋아야 하는데, 결국 생산자들과도 밀접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2020년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발전하게 된 부분도 있는데요, 일본에서 식재료를 몇 가지 받아 쓰던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게 되면서 국내에서 같은 식재료를 재배하는 생산자를 더욱 열심히 찾게 되었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시소 꽃을 일본에서 받아서 쓰면 아무리 빨라도 수확된 지 일주일이 넘은 것을 사용하게 되는데, 국내에서는 당일에 농장에서 채취한 꽃을 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즈나’라고 부르는 경수채는 일본에서는 수경재배를 해 맛이 순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특징인데, 강원도에서 하우스 재배로 경작한 경수채를 사용해 보니 맛이 더 진해 매력적인 요리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수확 바로 다음 날 저희 가게에서 받아 쓸 수 있으니 훨씬 신선하기도 하고요.

물론 시행착오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강원도의 경수채 농장에서는 올겨울 강추위로 작물이 모두 얼어 재료를 사용할 수 없기도 했지요. 늘 위기가 오지만 이 과정에서 생산자도, 저희도 경험이 쌓이며 다양하고 좋은 식재료가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김보미 셰프: 고사리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식재료이지만, 일본식 요리에 사용하기에는 가공법이 달라서 막상 사용하기는 어려운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고사리를 푹 삶아 질긴 식감을 없애고 유통하는데, 일본에서는 고사리를 수확한 뒤 식감을 살리면서도 아린 맛을 빼는 가공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셰프들이 생산자에게 이런 가공법을 알려드리면 상품의 다양성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공한 고사리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시장이 함께 성장이 되는 계기라고 생각해요.


일본의 전통을 미토우의 방식으로 모던하게 해석한 모나카

권영운 셰프: 저희의 색을 잘 보여주는 요리로는 일본의 전통음식을 미토우의 방식으로 모던하게 풀어낸 ‘모나카’ 메뉴를 꼽고 싶습니다. 보통 모나카는 디저트로 즐기지만 저희는 전채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정월에 먹는 일본의 전통적인 닭 안심 요리 마츠카제와 아키타지방의 절임 요리인 이부리각코를 이용해 전통적인 맛을 내지만, 미토우의 모던함과 개성을 느낄 수 있지요.

미토우의 모나카 ⓒ정유찬
미토우의 모나카 ⓒ정유찬

요리 과정에 과학을 더하다, 오완과 솥밥

김보미 셰프: 미토우의 대표 음식에 일본식 국물요리인 오완(お椀)과 솥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 전통요리의 클래식한 맛을 지향하지만, 조리 방식은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오완은 맛을 내는 다시마와 물이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일본에서 요리를 배울 때에는 육수가 잘 나왔는데, 한국에서는 맛을 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유를 찾아보니 미네랄 함량이나 미량의 잔존 소독약까지 성분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연구하며 다양한 브랜드의 생수를 시도했고, 지금은 생수와 수돗물을 섞어 요리에 사용합니다.

그리고 다시마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국내 토종 다시마는 거의 멸종한 상태이고 일본의 마코보 품종을 양식하는데, 같은 품종이라도 생산지가 완도냐, 기장이냐에 따라 해류와 바닷물이 달라 맛도 다릅니다. 저희는 현재 조림처럼 강한 맛을 내는 요리에는 완도 다시마를 쓰고, 섬세한 맛이 더 중요한 국물에는 기장 다시마를 사용합니다. 기장 다시마도 생산자마다 맛이 다 달라서, 끊임없이 테스트를 하며 저희가 가장 지향하는 맛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권영운 셰프 부모님이 직접 농사지은 햇 벼(좌)와 미토우의 솥밥(우) ⓒ미토우
권영운 셰프 부모님이 직접 농사지은 햇 벼(좌)와 미토우의 솥밥(우) ⓒ미토우

권영운 셰프: 솥밥도 같은 맥락이에요. 저희 아버지가 청주에서 가족이 함께 먹을 유기농 쌀을 농사지으시는데, 국내 품종인 진수미로 농림부장관상을 받기도 하셨죠. 저희 가게에서도 아버지의 쌀을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면 다른 분께 부탁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쌀의 상태를 개선해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초기에 기계로 건조하던 쌀을, 현재는 태양 빛으로 자연 건조를 한 뒤 냉장창고를 만들어서 온습도를 관리하며 1년간 보관합니다. 저희 미토우에서도 쌀을 보관하다가 당일에 도정해 사용하는데 시중에서 쌀을 사서 쓰는 것보다 맛이 좋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시대라,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가능한 방법을 적용하며 최선의 상태를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에는 쌀 소믈리에라는 직업도 있는데, 이런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국내 농촌진흥청 연구원들의 조언을 구해 농사와 보관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맛의 큰 명맥을 유지하며 저희가 가능한 최상의 상태를 끊임없이 개척해 나가는 것이 미토우에서 추구하는 것입니다.

미토우의 일본 차 테이스팅 메뉴 개발 과정 ⓒ미토우
미토우의 일본 차 테이스팅 메뉴 개발 과정 ⓒ미토우

미쉐린 스타를 받은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김보미 셰프: 처음에는 얼떨떨했고,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상을 하고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과 주변 셰프님들이 축하를 해 주셔서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요리를 하며 미쉐린 스타를 받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니,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부담과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누군가 저희 미토우를 보고 미쉐린 스타를 받은 일본 요리의 기준을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좋은 요리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권영운 셰프: 너무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에 충실하며, 지금의 마음가짐을 이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토우를 방문하신 분들이 단순히 요리가 맛있었다는 기억보다는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일본 요리의 특성상 카운터에서 손님의 얼굴을 직접 보며 인간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일본에서는 손님에 대한 특유의 세심한 대접을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라고 하는데, 음식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시는 분들께는 무엇이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조용히 식사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만드는 등 사람에 맞추어 서비스합니다. 이렇게 매일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저희도 성장하게 되고, 5년 뒤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됩니다. 그러면 또 그 5년 뒤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질 것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을 늘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다르지 않은 경지를 향해 정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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