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은 새롭고 다양한 스타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한편, 2스타로 승격한 레스토랑도 소개합니다. 바로 구슬과 옥 같은 귀한 요리를 선보이고자 하는 신창호 셰프의 마음이 담긴 '주옥'이 그 주인공입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에 1 스타로 이름을 올린 주옥은 4년간 1 스타를 꾸준히 유지하고, 2022 에디션에 2 스타로 승격했습니다.
주옥의 신창호 셰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한식의 모습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고 있는 발효의 전통에 집중해 아름답고 섬세한 한식 요리를 선보입니다. 직접 담은 식초로 입맛을 일깨우는 주옥의 아름다운 식사 코스는 섬세하면서도 우아하게 한식의 매력을 표현하며, 전통에 국한되지 않고 세련된 방식으로 주옥만의 서사를 펼칩니다. 또한 진주의 가족 텃밭에서 손수 재배해 짠 들기름처럼, 신창호 셰프는 요리의 시작이 훌륭한 식재료를 재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쉐린 2 스타로 승격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처음 미쉐린 가이드에 1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을 때나, 올해 2스타로 승급되었을 때나 정말 기쁘고 만감이 교차하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5년 전 1 스타에 선정되었을 때에는 요리를 시작하면서 처음 꾸었던 꿈을 이룬 것이라 너무 벅차고 감동적이었죠. 한편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던 시기라, 이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다져 만든 결과라 더 애틋하고 힘이 됩니다.
신창호 셰프에게 미쉐린 2 스타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는 1스타와 2스타의 의미가 다르지 않습니다. 둘 다 너무나 영광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저 뿐 아니라, 모든 요리사들도 그렇게 느낄 거예요.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에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면, 1 스타를 받게 되니 좀 더 구체적으로 2 스타도 꿈꿀 수 있었다는 점이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2 스타에 안주하지 않고 3 스타를 바라보듯, 단순히 수치로 보여지는 도전의 목표만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1 스타, 2 스타가 모두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인정 같은 의미이기 떄문이에요.
2 스타를 받고 누구와 함께 기쁨을 나누셨나요?
발표 후 주옥 식구들과 함께 영광을 나누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모임이 제한되어 제대로 된 회식 한 번 하지 못했는데, 이런 경사를 맞이하고 오랜만에 모두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마음껏 마시며 기쁨을 나누었네요. 힘든 시기를 같이 인내하며 버텨준 주옥 식구들이 없었다면 이 영광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2년간 코로나 시기를 거치는 동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저희 주옥 동료들이 힘든 내색 없이 같이 버텨 주어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레스토랑의 운영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도저히 업장 유지가 힘들어지니 다른 수익원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일을 해야 했어요. 이 때 주옥의 팀원들이 저와 함께 메뉴를 개발하고, 새로운 사업계획도 세우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도와주었죠. 덕분에 이 시기를 잘 넘겼습니다.
처음 주옥을 오픈하던 시기와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은 변한 것이 없지만 청담동 골목의 아주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서울의 중심을 내려다보는 시청 앞 더플라자 호텔에 터를 잡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항상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을 보내니 점차 좋은 쪽으로 변화된 것 같습니다.
여러 해를 넘기면서도 변하지 않은 것은 주옥에 소속된 친구들이 재료를 대하는 마음가짐, 요리를 대하는 자세와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입니다.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것을 철저히 지키고 교육하는 것이 가장 핵심입니다. 저의 까탈스러움도 변하지 않았고요. (웃음)
하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는 아닙니다. 오픈 초기에 자금이 부족해 도저히 사용하기 어려웠던 멋진 접시와 기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뛰어난 작가님들의 혼이 담긴 작품들을 요리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사용하고, 고객 분들에게 좀 더 다양한 감동을 드릴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기쁩니다.
주옥이 추구하는 요리 세계를 대표할 만한 메뉴는 무엇인가요?
‘들기름’이라는 메뉴입니다. 메뉴의 이름에서 아실 수 있듯, 이 요리의 주인공은 들기름이에요. 제가 처가집의 농장에서 장모님과 같이 직접 씨를 뿌리고 키워낸 들깨를 수확해 신선하게 짜낸 들기름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울진에서 올라온 전복소라와 직접 담은 산초 간장에 재운 메추리알, 지리산에서 키워 채취한 캐비아, 주옥의 조선간장 소스와 함께 조화롭게 담아냈어요. 모든 요소가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선별한 것들이라, ‘들기름’이 제가 가장 자신 있게 권해드릴 수 있는 요리입니다.
지금까지의 요리 인생에서 가장 큰 배움은 무엇이었나요?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배우고 탄탄히 다지며 나아가자는 것이 가장 큰 배움입니다. 무엇이든 급하게 하려고 하면 꼭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우직한 마음으로 재료를 존중하며, 진실하게 요리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요리를 사랑하고, 좋은 셰프가 되고 싶다면 유행을 쫓기 보다는 기본적인 기술을 먼저 연마해야 합니다. 유행은 늘 바뀌니, 본인만의 색을 창조해낼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조리과학과 지식, 기술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앞으로의 방향과 포부가 궁금합니다.
셰프의 삶이 늘 즐거움의 연속은 아니지만, 음식으로 누군가에게 행복과 위로를 줄 수 있을 때, 때론 꿈을 심어줄 수 있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으니 지금처럼 서두르지 않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길 바라며 하루 하루 발전해 나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