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2 minutes 2024년 10월 2일

참나무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다: 무오키 박무현 셰프

2019년부터 지금까지 6년째 한결같이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려 온 무오키의 박무현 셰프는, 단단하고 깊게 뿌리내린 나무를 삶의 스승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무오키는 박무현 셰프의 성품처럼 우직함을 반영한 ‘참나무’라는 의미의 레스토랑입니다. 박 셰프는 오랜 기간 해외에서 꿈을 좇아 고된 시간을 보내며, 점점 더 깊고 단단한 뿌리를 가진 나무를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바라는 삶을 위한 과정이었지만, 홀로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늘 즐겁고 쉬웠을리만은 없습니다. 그런 박 세프에게 아무리 변덕스런 날씨에도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는 커다란 나무는 위안이자, 삶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나무의 속성을 동경하는 셰프의 마음은 무오키의 요리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나이테가 켜켜이 쌓여야 커다란 나무의 기둥이 되듯, 하나의 단순한 재료도 수십가지의 조리법을 시도하고 세밀하게 쌓아올리며 접시 위에 이야기를 풀어내는 박무현 셰프의 요리는 오늘도 무오키의 식탁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박무현 셰프는 스스로를 ‘가위바위보 요리사’라고 장난스럽게 소개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가위바위보에 져서 우연히 들어가게 된 취미 요리반에서 처음 요리를 접하게 되었지만, 요리가 그의 인생을 걸어야 할 길이라는 것은 금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운명처럼 시작한 요리에 빠져 이라크와 미국, 영국을 거 쳐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그는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레스토랑들을 찾아 세계를 10여년간 누볐습니다. 요리 경력이 많지 않은 초년생 시절에도, 그의 열정은 세계 정상에 선 셰프들을 감동하게 했습니다. “주방 청소라도 좋으니 이곳에서 배우게 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은 결국 박 셰프의 단단한 나이테와 자산으로 돌아와 그를 키운 셈입니다.

많은 것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정직함’은 박 셰프에게 기준이 되는 가장 큰 지침입니다. “식재료에 대한 정직, 고객들에 대한 정직,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정직,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행동과 결정을 내리는 정직함이 필요합니다.” 박 셰프는 정직함이 레스토랑의 팀의 바른 문화를 만들고,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말합니다. 무오키의 주방은 무대처럼 모든 고객에게 활짝 개방되어 있습니다. 투명한 오픈 주방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얼마나 깨끗하고 정성스레 조리하는지 숨김없이 보일 수 있는 것은 셰프의 기쁨이며, 팀원들의 자부심은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에너지가 됩니다.

“결국 어떤 재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싸움이죠.
재료가 갖고 있는 정답지를 비트는 것.
그것이 바로 무오키의 승부수입니다.”


무오키의 요리는 복합적이며 섬세한 맛의 레이어가 특징입니다. 박 셰프는 평범한 식재료도 다양한 조리 방법이나, 다른 재료와의 조화를 통해 향미와 맛, 식감의 다채로움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훌륭한 와인과 좋은 요리를 함께 먹으면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듯,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찾아가고자 해요. 주방에서 할 일이 더 많아지겠지만, 맛있는 요리를 위해서라면 감수해야죠. (웃음)” 그래서 무오키의 요리는 육류와 채소, 묽은 소스와 진한 소스, 다채로운 맛과 식감이 한 접시에 흥미롭게 담깁니다.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무오키의 ‘일곱 가지 방식의 토마토’나 ‘다섯 가지 방식의 당근’과 같은 메뉴가 대표적이죠. 당근을 시원한 소르베로, 부드러운 무스로, 바삭한 튀일로 만든 뒤 수비드한 당근과 함께 내는 메뉴는 한 가지 재료에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탐험하며, 조화로움 속의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수많은 호기심과 실험으로 하루를 가득 채웠죠.
매일을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단단해졌던 것 같아요.”


셰프는 늘 호기심을 가지고 다양한 조리법을 실험합니다. 손님이 떠난 주방은 셰프의 놀이터이자 연구실이 됩니다. “제 평생 요리를 하더라도, 과연 세상에서 해볼 수 있는 요리들의 단 10%라도 경험할 수 있을까요?” 그는 지금까지 24년간 요리를 해왔지만 여전히 메뉴를 개발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어떻게 조합해야 어떤 맛과 식감을 낼 수 있을지 수많은 호기심과 함께 신메뉴를 시도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요리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박무현 셰프는 오랜 해외 경력을 뒤로 하고, 2015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를 떠올립니다. 한국인이지만 당장 한국에서 요리를 하자니 막막하게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식재료를 모르고 요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요리사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귀국하기 전부터 한국에서 50일간 전국 식재료 일주를 계획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무화과와 블루베리 농장부터 토종닭 양계장, 염전, 두부를 만드는 곳까지 매일 서너곳의 농장과 지역 음식점을들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죠.”

지금도 그의 여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5년간 쉬지 않고 매 주 남양주의 준혁이네 농장을 방문하고 있어요. 준혁이네 농장에는 약 50여종의 작물이 있는데요, 주로 다양한 허브와 식용 꽃이죠. 계절마다 늘 작물이 달라지지만 한 번 가면 10가지 종류 채소를 수확해 오는데요, 다녀오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매주 시골 흙밭에서 머리에 거미줄 감기고, 여기저기 벌레에 물려가며 땀 흘려 직접 수확한 재료들을 무오키에서 음식에 담을 수 있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제네시스 X 미쉐린 가이드가 준비한 미식의 여정


상큼한 비트에 훈연한 고트치즈 무스, 그리고 버번 위스키 소스로 완성한 비트
상큼한 비트에 훈연한 고트치즈 무스, 그리고 버번 위스키 소스로 완성한 비트

박무현 셰프가 가장 매력적으로 손꼽는 채소는 바로 ‘비트’입니다. 땅의 향을 품은 비트 요리는 허브로 만든 오일에 부드럽게 익힌 뒤, 유자 피클에 절여 준비합니다. 여기에 훈연한 염소츠지 무스와 사과 & 펜넬 샐러드, 바삭하게 설탕을 입힌 헤이즐넛을 함께 곁들였습니다. 정열정인 붉은 빛의 비트를 장미꽃의 모양으로 형상화하고, 바다의 풍부한 감칠맛을 담은 캐비어와 버번 위스키 소스를 뿌려 완성합니다. 이 메뉴는 복합미를 추구하는 무오키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요리로, 고객을 미식의 여정으로 초대합니다.

닭가슴살 푸아그라 무스에 세가지 조리법의 파스닙 요리를 곁들인 시그니처 메뉴, 무오키 에그
닭가슴살 푸아그라 무스에 세가지 조리법의 파스닙 요리를 곁들인 시그니처 메뉴, 무오키 에그

무오키의 시그니처 요리이기도 한 ‘무오키 에그’는 계속 수정을 거쳐 현재 3번째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닭 간을 양파, 버섯과 함께 고소하게 조리한 뒤 그 위에 볶은 파스닙과 닭 무스를 올려 동그란 계란 모양을 냅니다. 여기에 은은한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파스닙 벨루떼 소스와 파스닙 튀일을 올려 완성합니다. 입 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 내리는 느낌 뒤로 세이지와 버섯, 닭 간의 풍부한 맛과 식감이 즐거움과 여운을 남깁니다.

셰프의 킥인 카페오레 소스에 깊은 풍미의 버섯 퓨레를 곁들인 한우 채끝 스테이크
셰프의 킥인 카페오레 소스에 깊은 풍미의 버섯 퓨레를 곁들인 한우 채끝 스테이크

무오키의 가을 한우 요리는 다양한 제철 버섯과 함께 준비됩니다. 버터를 발라 구운 노루궁뎅이 버섯과, 풍부한 향미의 능이버섯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포트와인을 넣고 버섯과 와인의 향이 어우러지도록 천천히 졸인 뒤, 곱게 갈아 진한 퓌레를 만들어 곁들입니다. 또한 박무현 셰프의 시그니처 소스인 카페오레(Café au Lait) 소스는 블랙페퍼와 브랜디, 와인, 흑설탕, 진하게 졸인 비프 쥬와 우유를 활용하여 만든 소스로, 무오키를 오픈한 뒤 지난 7년간 30번이 넘게 조금씩 수정되며 진화해 온 특별한 소스입니다. 육향과 지방의 밸런스가 뛰어난 한우 채끝 등심과, 바삭한 감자 피클칩, 소스의 조화가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깊고 단단하게 기억될 무오키를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박무현 셰프는 무오키를 ‘거북이’ 같은 레스토랑이라고 표현합니다. 조용하고 묵묵히, 가야 할 길을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가는 것이 높은 목표에 이르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믿음에서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토끼는 능력도 좋고 끼도 많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거북이에게 지고 말아요. 거북이는 토끼보다 훨씬 느리고 기술도 없지만 ‘꾸준함’이라는 무기가 있었죠. 저는 다른 특출한 셰프들에 비해 재능이 넘치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끈기 있다는 것은 자신해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한결 같은 마음으로 정진하는 것이 제 삶의 좌표이지요. 무오키가 지금 당장 화려한 토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팀원이 한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저희만의 나이테를 쌓아 가고 있습니다. 커다란 나무가 되어 누군가에게 힘과 위안, 그늘이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꿈이고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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