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2 minutes 2026년 1월 22일

마닐라에서의 2일: 역사와 혼을 품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오랜 역사를 품었지만 젊은 감각으로 움직이는 도시입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건축물이 공존하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도시 특유의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어떤 도시가 문화 속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는, 그 도시에 바쳐진 노래의 수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Manila, I keep coming back to Manila.” 필리핀 밴드 핫독(Hotdog)의 이 노랫말은 조부모 세대부터 이모·삼촌들까지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마닐라를 향한 헌사와도 같습니다. 마닐라의 여인들을 노래한 곡도 있고, 비 오는 날의 마닐라를 담아낸 노래도 있죠. 그 결과는 늘 비슷합니다. 교통 체증을 포함한 도시의 소음까지도 품은 채, 분주한 거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남습니다.

단 이틀 만에 마닐라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필리핀 대표 음식에서 시작해 박물관과 앤티크 숍, 그리고 마닐라의 역사를 따라 걷는 산책까지. 이 여정은 마닐라의 여러 결을 천천히 짚어가며, 떠날 무렵에는 어느새 이 도시를 흥얼거리게 합니다.

마닐라에서 2일

1일차: 캐손시티와 마카티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시티와 수도권 메트로 마닐라(Metro Manila)를 이루는 16개 고도 도시 가운데, 케손시티(Quezon City)와 마카티(Makati)는 이 지역의 움직임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전통과 현대, 미식과 영화적 풍경이 교차하는 이 지역들에서는 도시가 오감으로 전해집니다.

탭실로그, 마긴하와 스트리트에 위치한 로딕스 다이너에서 맛볼 수 있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아침 식사 (©MICHELIN)
탭실로그, 마긴하와 스트리트에 위치한 로딕스 다이너에서 맛볼 수 있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아침 식사 (©MICHELIN)

오전


필리핀식 아침을 대표하는 메뉴로 꼽히는 탭실로그(tapsilog)는 얇게 썬 소고기 타파(tapa), 마늘 볶음밥 시난각(sinangag), 반숙 계란 이틀로그(itlog)를 한 접시에 담아낸 든든한 한 끼입니다.

1949년 문을 연 가족 경영 식당 로딕스 다이너(Rodic’s Diner)는 오랫동안 이 메뉴와 함께 이름을 쌓아온 곳입니다. 마사야 애비뉴(Masaya Avenue)와 마긴하와 스트리트 (Maginhawa Street)모퉁이에 자리한 이 지점에서는, 결대로 찢은 시그니처 타파를 넉넉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인근에는 힙한 커피숍과 콘셉트 스토어가 늘어서 있고, 도보 거리에 필리핀 국립대학교 딜리만 캠퍼스(University of the Philippines-Diliman)가 있어 거리에는 늘 학생들의 에너지가 흐릅니다.

필리핀 국립대학교 딜리만 캠퍼스 (©MICHELIN)
필리핀 국립대학교 딜리만 캠퍼스 (©MICHELIN)

식사를 마친 뒤에는 학내 중심부에 자리한 선큰 가든(Sunken Garden)에서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거나, 같은 캠퍼스 안에 있는 바르가스 미술관(Vargas Museum)을 찾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현대미술을 감상해보세요.

케손시티의 비브 구르망 레스토랑, 모닝 선 이터리 (©MICHELIN)
케손시티의 비브 구르망 레스토랑, 모닝 선 이터리 (©MICHELIN)

점심


딜리만에서의 오전을 보낸 뒤, 카티푸난 애비뉴(Katipunan Avenue)를 따라가다 한적한 골목으로 접어들면 프로젝트 4의 J.P. 리살 스트리트(J.P. Rizal Street에 자리한 모닝 선 이터리(Morning Sun Eatery)를 만날 수 있습니다. 미쉐린가이드 마닐라 및 근교 & 세부 초판에서 빕구르망에 선정된 이후, 이 소박한 식당 앞에는 늘 긴 줄이 이어집니다.


더 알아보기: 미쉐린 빕구르망 어워드는 무엇인가요?

Morning Sun Eatery

Quezon - Metro Manila, 필리핀
₱ · 스트리트 푸드

라우니온주 방가르 출신의 엘리자베스 모르테라는 30년 넘게 일로카노(Ilocano) 전통 요리를 선보여 왔습니다. 돼지 볼살과 귀, 간을 돼지 뇌로 크리미하게 버무린 디나크다칸(dinakdakan)을 비롯해, 바비큐 돼지고기 꼬치, 구운 메기(hito)와 틸라피아(tilapia), 그리고 소 내장을 사용해 은은한 훈연의 쌉쌀함이 배어 있는 신 국물 요리 시낭라우(sinanglaw)가 대표 메뉴입니다. 자연스럽게 밥이 더 필요해지는 구성입니다.

쿠바오 엑스포 (©MICHELIN)
쿠바오 엑스포 (©MICHELIN)

오후


마닐라의 서브컬처가 교차하는 지점을 보고 싶다면 쿠바오 엑스포(Cubao Expo), 일명 쿠바오 X를 들러보세요. 1980년대까지 마리키나(Marikina) 지역 구두 장인들이 제품을 전시하던 이 공간은, 지금은 예술가와 음악가, 작가, 크래프트 맥주 양주사, 그리고 빈티지 애호가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LP와 손때 묻은 헌책, 현지 패션 브랜드를 둘러본 뒤에는 프레드의 레볼루시온(Fred’s Revolución)에서 필리핀 수제 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래기 좋습니다.

카리빈에 자리한 편집숍 호지 포지 (©MICHELIN)
카리빈에 자리한 편집숍 호지 포지 (©MICHELIN)

마카티로 이동하면 치노 로세스 애비뉴(Chino Roces Avenue)를 따라 주요 미술관들과 나란히 자리한 카리빈의 더 앨리(The Alley at Karrivin)가 이어집니다.

비간(Vigan)에서 들여온 전통 벽돌 타일과 따뜻한 조명이 어우러진 이 오픈에어 공간에는 스페셜티 커피부터 라멘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모여 있습니다. 집에 둘 독특한 오브제를 찾고 있다면, 이곳에서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토요 이터리의 조르디 나바라 셰프와 함께 (©MICHELIN)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토요 이터리의 조르디 나바라 셰프와 함께 (©MICHELIN)

저녁


마닐라에서의 첫날이 저물 무렵, 토요 이터리(Toyo Eatery)에서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을 곁들인 혁신적인 필리핀 요리를 경험해보세요. 토요 이터리는 개업 10주년을 앞두고 미쉐린 1스타를 받았고, 카피스 조명과 라탄 가구가 어우러진 공간은 현대적인 필리핀 가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셰프 조르디 나바라(Jordy Navarra)와 메이 나바라(May Navarra)가 이끄는 팀은 현지 식재료와 간장(toyo)처럼 단순한 재료가 어디까지 가능해질 수 있는지 끊임없이 확장해 왔습니다.

보다 ‘필리핀다운’ 경험을 원한다면, 손으로 음식을 나눠 먹는 방식의 카마얀(Kamayan) 메뉴를 예약해보세요. 가족 식사처럼 한 상을 함께 나누며 맨손으로 즐기도록 초대합니다.

Toyo Eatery

Makati - Metro Manila, 필리핀
₱₱₱₱ · 필리핀, 컨템퍼러리

2일차: 올드 마닐라


“어디에서 왔는지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필리핀의 국부 호세 리살이 남긴 말처럼, 초고층 건물이 늘어선 현대의 마닐라 한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올드 마닐라의 흔적과 마주합니다. 수백 년 된 성곽과 석조 교회, 그리고 대대로 이어져 온 요리는 마닐라의 뿌리를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아드미럴 호텔 마닐라 – 엠갤러리 (©Admiral Hotel Manila - MGallery)
아드미럴 호텔 마닐라 – 엠갤러리 (©Admiral Hotel Manila - MGallery)

오전


마닐라에서 이른 오전을 맞이할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아드미럴 호텔 마닐라 – 엠갤러리(Admiral Hotel Manila – MGallery)에서 시작하는 하루는 특히 매력적입니다.

록사스 블러버드(Roxas Boulevard)를 따라 한때 랜드마크로 자리했던 이 호텔은, 1940년대 ‘황금기’ 마닐라의 글래머를 다시 불러옵니다.필리핀-스페인풍 아르데코 디테일이 곳곳에 남아 있으면서도, 공간 전체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잇습니다.

해가 막 떠오를 무렵, 엘 아트리오(El Atrio)에 들어서면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풀어낸 조식 메뉴가 이어집니다. 롱가니사(longganisa) 에그 베네딕트를 비롯해, 익숙한 필리핀식 메뉴들이 한층 정제된 형태로 선보여집니다. 햇살과 역사, 그리고 막 깨어나는 도시의 낮은 웅성거림 속에서 하루가 부드럽게 시작됩니다.

인트라무로스 (©MICHELIN)
인트라무로스 (©MICHELIN)

돌길을 따라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를 걸어보세요. 1571년, 필리핀 최초의 권력 중심지가 자리했던 ‘성벽 도시’입니다. 말이 끄는 마차 칼레사(kalesa)를 타면 올드 마닐라의 풍경과 소리를 더욱 입체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걷다 보면 산 아구스틴 교회(San Agustin Church)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 교회는 1607년에 완공되었으며,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교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포함한 수많은 전투를 견뎌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건물은 한 도시의 ‘시간 그 자체’처럼 서 있습니다.

빕구르망 선정 레스토랑, 카벨. (©MICHELIN)
빕구르망 선정 레스토랑, 카벨. (©MICHELIN)

점심


말라카냥(Malacañang) 궁전 맞은편에는 1930년대에 지어진 조상 대저택을 개조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레스토랑과 바, 갤러리, 리테일 숍이 한데 모인 이곳에서, 빕구르망에 선정된 카벨(Cabel)을 만날 수 있습니다.

카벨은 필리핀 북부에서 남부까지 이어지는 지역 유산 요리를 충실히 담아내는 데 자부심을 둡니다. 현재 3대째 이어지는 이 집에서는, 코코넛유와 아시아 향신료로 조리해 검게 그을린 닭 요리인 피양강 마녹(piyanggang manok)은 할머니 손맛을 그대로 잇는 요리입니다. 위에는 구운 코코넛 과육을 얹어 마무리합니다.

Cabel

Manila - Metro Manila, 필리핀
₱₱ · 필리핀

오후


J.P. 로렐 스트리트(J.P. Laurel Street)에서 출발해 비논도(Binondo)의 에스콜타 스트리트(Escolta Street)로 향하면, 마닐라 마닐라 최초의 상업 지구였던 흔적이 건물 곳곳에 남아 있는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한때 ‘마닐라 거리의 여왕’이라 불리며 필리핀 최초의 고층 건물과 아르데코 양식의 건축물이 늘어서 있던 이곳은, 오늘날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다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에스콜타에는 창의적인 스튜디오와 개성 있는 빈티지 숍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MICHELIN)
에스콜타에는 창의적인 스튜디오와 개성 있는 빈티지 숍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MICHELIN)

1928년 마닐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퍼스트 유나이티드 빌딩(First United Building)에는 이제 작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인디 카페, 빈티지 숍, 24시간 운영되는 공유 오피스가 들어서 있습니다. 영화인과 디지털 노마드, 다양한 창작자들이 이곳으로 자연스럽게 모여듭니다.

에스콜타에 위치한 퍼스트 유나이티드 빌딩. (©MICHELIN)
에스콜타에 위치한 퍼스트 유나이티드 빌딩. (©MICHELIN)

해가 기울 무렵에는 파시그 리버 에스플러네이드(Pasig River Esplanade)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세요. 이 산책로는 파시그 강을 되살리기 위한 정부 주도의 재생 프로젝트 중심축으로, 강을 따라 총 25km에 이르는 보행 가능한 레드 브릭 산책로를 조성하려는 계획의 핵심 구간이기도 합니다.

파시그 리버 에스플러네이드의 노을 (©MICHELIN)
파시그 리버 에스플러네이드의 노을 (©MICHELIN)

저녁


번화한 마카티(Makati)의 스카이라인 한복판에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카사 팔마(Kása Palma)가 숨어 있습니다.

입구에 깔린 고운 백사장을 지나면, 따뜻한 원목 가구와 짚 장식이 어우러진 공간이 도시의 소음을 자연스럽게 밀어냅니다. 셰프 아론 이십(Aaron Isip)의 장작불을 사용하는 주방은 도심 한가운데서도 잠시 다른 장소로 이동한 듯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카사 팔마 (©MICHELIN)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카사 팔마 (©MICHELIN)

채소와 고기, 해산물은 그릴 위에서 직접 훈연되고, 문어 꼬치와 형형색색의 훈연 도미 같은 애피타이저는 손님 앞에서 바로 조리됩니다. 프렌치 요리에 기반한 셰프의 감각은 섬 요리를 보다 정제된 방향으로 이끌며, 천천히 익혀낸 풍미는 연기처럼 오래 남습니다.


마닐라는 한 번에 자신을 드러내는 도시가 아닙니다. 모서리를 다듬어 쉽게 다가오지도, 속도를 늦춰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역사와 일상이 이어져 온 흐름으로 방문자를 맞이합니다. 오래되었지만 지치지 않은 이 도시는, 호기심을 잃지 않는 이들에게 천천히 보상합니다.

늘 할 일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으며, 잘 차려진 한 끼 앞에 앉을 자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왜 사람들이 마닐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메인 사진 (©YingHui 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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