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1 minute 2026년 1월 23일

세부 시티를 음미하는 5가지 방법

수정처럼 맑은 바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 능선, 느긋한 도시의 공기. 세부 시티는 한없이 여유로워 보이지만, 언제든 새롭게 변신할 준비가 된 단단한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1521년 포르투갈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세부 시티 해안에 도착했을 때, 그의 세계 일주 여정은 막탄에서 현지 수장 라푸라푸를 만나며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이후 스페인 왕실이 필리핀 정복을 위한 또 다른 원정을 보낸 것은 40여 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한때 수그부(Sugbu)로 불리던 이 도시는 오늘날의 세부 시티로 성장하며 필리핀 최초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수도는 훗날 마닐라로 옮겨졌지만, 세부 시티는 필리핀 제2의 대도시이자 활발한 무역항, 그리고 인기 있는 휴양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연과 문화, 그리고 미식이 고르게 어우러진 세부 시티는 즐거움과 모험을 동시에 건네는 도시입니다. 가장 편한 신발과 카메라, 그리고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입맛을 준비해 보세요.


마닐라에서의 2일: 역사와 혼을 품은 필리핀의 수도


레촌 (©Kim David)
레촌 (©Kim David)

1. 레촌


돼지를 통째로 구워내는 레촌(lechon)은 필리핀에서 하나의 요리를 넘어선 문화에 가깝습니다. 지역마다 조리 방식과 양념이 다르고, 각 지역의 레초네로(lechonero; 레촌 요리사)에 대한 자부심도 큽니다. 그중에서도 세부 시티는 레촌으로 특히 이름난 곳입니다.

돼지는 레몬그라스, 팔각, 마늘, 때로는 탄산음료까지 더한 향신료로 속을 채운 뒤, 각 식당만의 비법 레시피에 따라 준비됩니다. 이후 꼬치에 꿰어 장작불 위에서 몇 시간 동안 천천히 구워내는데, 이 고된 과정은 레촌이 축제와 파티, 피에스타의 중심에 오르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레촌을 즐기는 방식에도 나름의 미학이 있습니다. 완벽하게 구워진 바삭한 껍질을 먼저 맛본 뒤, 고기를 음미하는 것이 정석. 껍질 아래 자리한 풍부한 지방층은 덜어내는 이도, 그대로 즐기는 이도 있습니다.

미쉐린 셀렉션 레스토랑 하우스 오브 레촌(House of Lechon)은 혼밥부터 단체 식사까지 두루 어울리는 다양한 크기의 레촌을 선보이는, 세부 시티를 대표하는 현지 맛집입니다.


콜론 스트리트 (©Berny A. Racz)
콜론 스트리트 (©Berny A. Racz)

2. 콜론 스트리트


콜론 스트리트(Colon Street)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스페인식 이름인 Cristóbal Colón에서 유래한 거리로,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페인 통치 시기에는 세부 시티 상업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건축·문화 유산이 밀집한 지역입니다.

도보 거리에는 카사 고로도(Casa Gorordo), 얍-산디에고 조상 가옥(Yap-Sandiego Ancestral House), 예수회 하우스(Jesuit House·Parian House) 등 세부 시티를 대표하는 역사적 주택들이 자리합니다. 산호석 벽과 원목 바닥, 당시의 가구가 잘 보존된 이 공간들은 18~19세기 세부아노의 삶을 보다 가까이 들여다보게 합니다.

이 일대를 걷는 경험은 화려함보다는, 일상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 가깝습니다.


시라오 가든 (©JJ Gutierrez)
시라오 가든 (©JJ Gutierrez)

3. 시라오 가든


세부 시티 중심부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의 고지대에는 시라오 가든(Sirao Garden)이 자리합니다.‘세부의 작은 암스테르담’이라는 별명도 과장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셀로시아를 비롯한 다채로운 꽃밭이 언덕을 가득 메웁니다.

도시를 벗어나 잠시 쉬어가기에도,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은 명소입니다. 형형색색의 꽃 사이를 걷고, 작은 집과 풍차를 배경으로 신선한 공기를 만끽해 보세요.


푸소 빌리지의 먹거리 (©Pusô Village)
푸소 빌리지의 먹거리 (©Pusô Village)

4. 푸소 빌리지 시장 (구 카본 마켓)


세부 시티를 찾았다면 현지 음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푸소 빌리지(Pusô Village)는 지붕이 있는 개방형 시장으로, 신선한 과일과 해산물, 다양한 먹거리와 상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레촌을 간단히 맛볼 수도 있고, 야자잎 주머니에 쌀을 넣어 쪄낸 푸소(pusô) 같은 지역 특산 음식도 만날 수 있습니다. 푸소는 돼지 뇌와 간, 양파, 마늘, 간장, 새우 페이스트를 넣어 만든 투슬롭 부와(tuslob buwa)에 찍어 먹는 것이 인기입니다.

푸소 빌리지는 비사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가운데 하나였던 카본 마켓(Carbon Market) 터에 자리합니다. 미식에 도전적인 여행자와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 모두에게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좌에서 우로: 세부 시티의 빕구르망 레스토랑, 더 피그 앤 팜(©Noel Fernandez/The Pig & Palm), 에스멘(©MICHELIN) 그리고 파레스 바초이 푸드 하우스(©MICHELIN)
좌에서 우로: 세부 시티의 빕구르망 레스토랑, 더 피그 앤 팜(©Noel Fernandez/The Pig & Palm), 에스멘(©MICHELIN) 그리고 파레스 바초이 푸드 하우스(©MICHELIN)

5. 미쉐린 레스토랑


활기찬 세부 시티를 둘러보다 보면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의 빕구르망 레스토랑에서는 세부아노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더 피그 앤 팜(The Pig & Palm)은 국제적 경력을 쌓은 영국인 셰프가 이끄는 레스토랑입니다. 목재와 벽돌이 세련되게 어우러진 인테리어와 바 공간은 유럽식 미식의 분위기를 아늑하게 전합니다. 콩피드 포크 벨리가 대표 메뉴지만, 음료와 함께 나누기 좋은 스몰 플레이트들도 충실합니다.

에스멘(Esmen)은 시장 옆에서 60여 년간 대를 이어 운영해온 식당입니다. 대표메뉴는 장작불에서 끓여내는 새콤한 생선 수프, 리나랑(linarang)입니다. 여러 생선을 사용할 수 있지만, 에스멘에서는 신선한 가복(porcupinefish)을 사용합니다. 가능하다면 정오 이전, 밥과 함께 주문해 보세요.

파레스 바초이 푸드 하우스(Pares Batchoy Food House)는 필리핀 가정식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소고기를 푹 고아낸 국물에 면을 더한 국수 스튜 파레스 바초이(pares batchoy), 타마린드로 새콤한 맛을 낸 국물에 새우를 넣어 끓인 수프 시니강 나 히폰(sinigang na hipon), 그리고 갯농어 속을 채워 노릇하게 구운 방우스(bangus)가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세부 시티에서의 즐거움은 좀처럼 하나로 귀결되지 않습니다. 바삭하게 갈라지는 레촌의 껍질 소리가 조용한 산길 드라이브로 이어지고, 오래된 거리의 풍경은 어느새 시장의 한 노점으로 풀려나며, 한 끼의 식사는 과거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됩니다.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맛보고, 도시의 결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시간을 허락한 이들에게 세부 시티는 기꺼이 보답합니다. 이 도시는 관심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마음을 얻습니다. 그렇게 남은 기억은 기념품이라기보다, 다시 돌아오라는 조용한 초대에 가깝습니다.


메인 사진 (©Richie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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