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2 minutes 2026년 1월 27일

동네 가이드: 모든 여행자를 위한 마카티

필리핀 마닐라 수도권의 중심지인 마카티는 세계의 미식과 지역의 유산, 일상의 창의성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도시입니다. 이 가이드는 미쉐린 추천 레스토랑부터 시장과 박물관, 도시의 성격을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작은 동네들까지 — 먹고, 머물고, 걸어볼 만한 마카티의 핵심을 짚어봅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카티는 반짝이는 고층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도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이야기는 위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가고 일상이 흘러가는 거리에서 비로소 시작됩니다.

평일이면 마닐라 수도권 전역에서 몰려든 통근 인파로 도시가 북적이며, 낮 동안의 인구는 밤보다 일곱 배 이상으로 불어납니다. 주말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파머스 마켓과 박물관, 레스토랑에 현지인과 외국인 거주자들이 모이고, 살세도 빌리지(Salcedo Village)와 포블라시온(Poblacion) 같은 작은 동네들은 분주한 도시 한가운데서도 아늑한 쉼터가 됩니다.

수도권의 중심지인 마카티의 하이라이트를 하루에 훑어볼 수는 있지만, 이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속도를 조금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리듬으로 걷든, 편한 신발과 작은 우산, 그리고 카메라는 필수입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니까요.


먹을거리


모던하고 실험적인 셀렉션


최근 필리핀 미식업계는 실험정신으로 요약됩니다. 셰프와 레스토랑들은 전통적인 조리법과 식재료를 존중하면서도, 유연한 상상력과 유희적인 접근으로 그 경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좌-우: 미쉐린 셀렉션 레스토랑 메티즈(©Neal Oshima/Metiz), 빕구르망 셀렉션 람파라(©Hans Fausto/Lampara)
좌-우: 미쉐린 셀렉션 레스토랑 메티즈(©Neal Oshima/Metiz), 빕구르망 셀렉션 람파라(©Hans Fausto/Lampara)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메티즈는 발효를 단순한 보존 기술이 아닌, 풍미를 설계하는 도구로 끌어올립니다. 네오-필리피노 비스트로 람파라는 소프트쉘 크랩과 문어 요리 등에서 필리핀의 감각과 프랑스식 기법을 자연스럽게 결합합니다. 오프비트의 오픈 키친에서는 유쾌한 플레이팅의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유어 로컬에서는 미소 참치 타르타르 같은 창의적인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재해석된 필리핀 요리


오늘날 필리핀 셰프들은 전통을 존중하는 한편, 요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흔듭니다.

좌-우: 미쉐린 1스타 필리핀 레스토랑 하팍(©Justin de Jesus/Hapag), 이나토(©Miguel Nacianceno/Inatô)
좌-우: 미쉐린 1스타 필리핀 레스토랑 하팍(©Justin de Jesus/Hapag), 이나토(©Miguel Nacianceno/Inatô)

타갈로그어로 ‘가족의 식탁’을 뜻하는 이름을 지닌 미쉐린 1스타 하팍은 서부 비사야(Visayas)와 서부 민다나오(Mindanao)를 중심으로, 군도 각지의 요리를 테이스팅 메뉴로 새롭게 풀어냅니다. 마남 앳 더 트라이앨글은 타갈로그식 소고기 볼살, 탄산음료에 재운 레촌 마녹(manok) 등 익숙한 필리핀 컴포트 푸드를 현대적으로 변주하며, 천천히 익힌 이베리코 돼지고기 목살 같은 단독 메뉴도 선보입니다. 계절의 흐름을 요리로 경험하고 싶다면, 미쉐린 1스타 이나토의 멀티코스 바할라 나(Bahala Na) 메뉴를 추천합니다.


세계의 맛


필리핀의 주요 비즈니스 허브 중 하나인 마카티에는 전 세계에서 온 방문객과 외국인 거주자가 모입니다. 그 국제적인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도시의 미식 풍경에도 스며들어 있습니다.


좌-우: 미쉐린 2스타 헬름(©Josh Boutwood/Helm), 미쉐린 셀렉션 살라(©Jonathan-Pierre Migne/Sala)
좌-우: 미쉐린 2스타 헬름(©Josh Boutwood/Helm), 미쉐린 셀렉션 살라(©Jonathan-Pierre Migne/Sala)

미쉐린 2스타 헬름은 절제된 플레이팅 속에 SF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의외의 요소를 암시하며, 계절 중심의 코스 메뉴를 선보입니다. 스코틀랜드 출신 셰프 콜린 매케이가 이끄는 살라는 시대를 타지 않는 우아함과 정교함이 돋보이는 두 가지 테이스팅 메뉴를 제안합니다.

와인 애호가라면 탄탄한 와인 리스트를 갖춘 찬톤(Txanton)에서 하몽 이베리코 같은 스페인 클래식을 곁들여보세요. 멕시칸과 프렌치가 만나는 타케리아 프랑코는 푸아그라, 스테이크 프리트, 양고기 부르기뇽을 올린 타코로 색다른 조합을 선보입니다.

좌-우: 빕구르망 더 언더벨리(©The Underbelly), 미쉐린 셀렉션 피플스 팰리스(©MICHELIN)
좌-우: 빕구르망 더 언더벨리(©The Underbelly), 미쉐린 셀렉션 피플스 팰리스(©MICHELIN)

말레이어로 ‘식욕’을 뜻하는 이름의 셀레라는 다양한 아시아적 영향 위에 발효와 은은한 훈연 기법을 더합니다. 카리빈(Karrivin)의 더 앨리에 위치한 세련된 라멘 숍 더 언더벨리는 카페와 공간을 공유해, 면과 커피를 함께 즐기기 좋은 곳입니다. 그린벨트 파크 인근의 피플스 팰리스는 MSG를 사용하지 않는 태국 요리와 채식 메뉴를 선보입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들


마카티의 까다로운 미식 커뮤니티는 새로운 레스토랑의 시험장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곳이 문을 열고 닫는 사이, 일부는 세월을 견디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단골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좌-우: 미쉐린 셀렉션 레스토랑 아이다스 치킨(©MICHELIN), 치 치스 판싯 바틸 파퉁(©MICHELIN)
좌-우: 미쉐린 셀렉션 레스토랑 아이다스 치킨(©MICHELIN), 치 치스 판싯 바틸 파퉁(©MICHELIN)

쇼핑센터 지하에 자리한 아이다스 치킨은 숯불에 구운 치킨과 바콜로드(Bacolod) 스타일의 대표 요리를 선보입니다. 길가의 인기 식당 치 치스 판싯 바틸 파퉁은 북부 루손(Luzon)식으로 풀어낸 필리핀 국수 요리 판싯을 전문으로 합니다. 미쉐린 1스타 토요 이터리에서는 바나나 잎 위에 음식을 올려 손으로 나눠 먹는 필리핀식 공동 식사 카마얀(kamayan) 메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달콤한 마무리를 원한다면, 사르사에서 필리핀의 대표 디저트 투론(turon; 바나나를 춘권피에 싸서 튀긴 간식)을 아이스크림과 함께 즐겨보세요.


더 알아보기: 마닐라에서의 2일 - 역사와 혼을 품은 필리핀의 수도


머물 곳


마카티에서 숨 가쁘게 하루를 보낸 뒤라면, 몸과 마음을 함께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더 페닌슐라 마닐라에 머무는 순간, 필리핀식 브루탈리즘 건축이 지닌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단단한 구조와 선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도시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고, 호텔의 상징인 분수는 카메라를 꺼내 들게 만드는 장면을 선사합니다.

마카티에서는 미쉐린 키를 받은 두 호텔, 페어몬트 마카티 래플스 마카티를 한 건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페어몬트 마카티는 24시간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 페어몬트 스파 등 충실한 부대시설을 갖춰 여유로운 도시 휴식을 제안합니다. 한편 래플스 마카티는 보다 프라이빗한 분위기 속에서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싱가포르 오리지널 래플스 호텔에 머물렀던 작가들에게 헌정한 라이터즈 바(Writers Bar)를 품고 있습니다.

두 호텔에 투숙하는 고객은 각기 다른 성격의 공간을 오가며, 양쪽 호텔의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더 알아보기: 미쉐린 키 호텔에 대한 모든 것


즐길거리


낮시간에 즐길거리

아얄라 박물관 (©Kim David)
아얄라 박물관 (©Kim David)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아얄라 박물관부터 들러보세요. 필리핀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회화 작품을 중심으로, 이 나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전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편 유쳉코 박물관에서는 식민지 이전 시대의 필리핀 금 유물을 다룬 상설 전시를 통해, 보다 깊은 시간의 층위를 마주하게 됩니다.

마카티의 동시대 예술계 역시 빠르게 확장 중입니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예술·디자인 단지 가운데 하나인 카리빈(Karravin)에는 갤러리와 가구 숍, 미쉐린 레스토랑이 나란히 들어서 있으며, 이 일대 자체가 하나의 문화 공간처럼 작동합니다. 아트리움(Atrium) 쇼핑몰 안의 코무나(Comuna)와 커먼 룸 앳 더 아트리움(Common Room at the Atrium)에서는 현지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을 조명하는 소품과 공예품을 만날 수 있어, 의미 있는 기념품을 고르기에도 좋습니다.

살세도 빌리지의 토요 마켓 (©Ma. Amanda A.S. Gana/Shutterstock)
살세도 빌리지의 토요 마켓 (©Ma. Amanda A.S. Gana/Shutterstock)

주말이 되면 지역 농가가 참여하는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파머스 마켓이 마카티 곳곳에 들어섭니다. 토요일에는 살세도 빌리지(Salcedo Village)에서 열리는 토요 마켓이, 일요일에는 레가스피 빌리지(Legazpi Village)의 선데이 마켓이 현지의 일상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신선한 농산물부터 수공예 식품, 소규모 브랜드의 제품까지, 마카티 사람들이 주말을 보내는 방식이 이곳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한편 파워 플랜트 몰(Power Plant Mall)은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가동을 멈춘 화력발전소였던 공간을 재생해 탄생한 쇼핑 센터입니다. 지금은 마카티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몰로 자리 잡았으며, 장인 정신을 중심에 둔 바자회 아르테피노(Artefino) 같은 행사를 통해 현지 디자인과 수공예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 (©Joseph Oropel/Shutterstock)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 (©Joseph Oropel/Shutterstock)

도심 속에서 잠시 바람을 쐬고 싶을 때는 공원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Ayala Triangle Garden)에서는 계절마다 페스티벌과 라이브 공연이 열리며, 도시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활기를 더합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공원 주변 도로가 차량 대신 자전거와 러너에게 열려, 마카티의 하루가 한결 느긋하게 시작됩니다.

센트럴 비즈니스 디스트릭트 한가운데 자리한 워싱턴 시십 파크(Washington Sycip Park)는 빌딩 사이에서 문득 마주치는 초록의 풍경입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잠시 걸음을 늦추기에 충분한 여유를 건네는 곳입니다.


밤시간에 즐길거리

좌-우: 포블라시온에 위치한 OTO (©OTO), 닥터 와인 (©Dr. Wine)
좌-우: 포블라시온에 위치한 OTO (©OTO), 닥터 와인 (©Dr. Wine)

마카티에서 가장 오래된 스페인 정착지였던 포블라시온(Poblacion)은 이제 주거와 상업 공간이 어우러진 동네로, 밤이 되면 특히 활기를 띱니다. 골목마다 바와 레스토랑, 음악이 이어지며 마카티의 또 다른 표정을 드러냅니다.

칵테일 바 OTO더 스피리츠 라이브러리(The Spirits Library)는 폭넓은 주류 셀렉션은 물론, 바이닐 컬렉션과 디제이 세트가 더해진 플레이리스트로도 주목받는 곳입니다. 포블라시온은 또한 내추럴 와인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비비오(Bibio)와 닥터 와인(Dr. Wine) 같은 공간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 발효 와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카티 아모르솔로 크릭사이드 몰에 자리한 스피크이지 바 빅 퍼즈 (©Big Fuzz)
마카티 아모르솔로 크릭사이드 몰에 자리한 스피크이지 바 빅 퍼즈 (©Big Fuzz)

마카티의 밤이 지닌 거친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아모르솔로(Amorsolo)로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팻 캣(Fat Cat)에서는 손으로 정성껏 완성한 칵테일을 선보입니다. 이 일대에서는 스피크이지를 연상시키는 바들이 특히 사랑받는데, 크릭사이드 몰(Creekside Mall) 2층의 붉은 문 뒤에 숨어 있는 빅 퍼즈(Big Fuzz)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카티는 반듯하게 정돈된 스카이라인 너머로 시선을 옮길 줄 아는 이들에게 서서히 보답하는 도시입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보고, 공원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서두르지 않고 한 끼를 즐기다 보면 도시는 자연스럽게 여러 겹의 얼굴을 드러냅니다. 번잡함이 옅어지는 순간마다, 예상치 못한 온기와 개성이 깃든 공간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잠시 들렀든, 조금 더 느린 속도로 머물렀든, 마카티는 여행이 끝난 뒤에도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도시입니다.


메인 사진 (©Hanapot_pv)

Travel

Select check-in date
Rates shown in USD based on single occupa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