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의 하나인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로 예로부터 세시 명절로 여겨왔다. 조선시대에는 동지를 작은설 이라고도 했는데, 설날에 먹는 떡국처럼 동지에 팥죽을 쒀먹으면 나이 한 살을 먹는다고 여기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팥죽을 먹었다는 최초의 기록은 고려 시대부터 등장한다. 동짓날에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팥으로 쑨 죽을 끓이고 채색 옷을 입고 부모님께 장수를 기원하며 술을 올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 이 풍습은 고대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1309년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설을 동짓날에 지냈다.
동지팥죽의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옛날 공공 씨(共工氏, 요순시대에 형벌을 맡았던 관명에서 비롯한 성씨)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역질 귀신이 되었는데 생전에 팥을 싫어해서 동짓날 팥죽을 쑤어 귀신을 물리쳤다. 팥이 예로부터 집안의 사악한 기운과 악귀를 쫓아낸다는 역할을 하는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사당에 먼저 올려 동지 차례를 지냈는데, 차례상에 올리기 전, 팥죽이 부글부글 끓을 때 국물을 떠서 대문이나 담, 집 앞의 고목 등에 뿌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팥이었을까? 그 이유는 팥의 붉은색이 태양을 상징하는 양기를 뜻하기 때문이다. 붉은 팥 알갱이는 예로부터 사악한 것을 물리치기 위한 벽사(벽邪)나 주술행위에 자주 이용되었다. 동지에 끓였던 팥죽은 양(陽)의 기운을 집안 구석구석에 퍼트려 어둠의 기운이 물러가기를 기원하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올해 동짓날은 12월 21일이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겨울, 뜨끈한 팥죽 한 그릇으로 회복되는 태양의 기운을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
[동지 팥죽]
팥죽 재료:
팥 1C (= 200cc)
불린 쌀 1C
물 12C
소금
새알심 재료:
찹쌀가루 2/3C
멥쌀가루 1/3C
끓는 물 2TS
- 찬 물에 팥을 넣고 우르르 끓인후 찬물을 더 부어 다시 우르르 끓어오를 때 물을 따라 버린다.
- 팥에 다시 물 4C을 부어 끓이고 물 4C를 추가적으로 조금씩 부어가며 끓인다.
- 팥이 푹 익으면 뜨거운 상태에서 체에 내린다. 남은 물 4C을 조금씩 부어가며 체에 내린다.
- 체에 내린 팥물은 앙금을 가라앉힌다.
- 찹쌀가루 2/3C과 멥쌀가루 1/3C을 체에 한 번 내린 후 끓는 물 2TS과 함께 익반죽한다. 새알심 반죽을 동글동글하게 빚는다. 이 때 새알심 하나에 잣을 한 개 씩 박아도 좋다. 새알심을 끓는 물에 넣고 동동 뜰 때까지 익힌다. 익은 새알심은 건져서 찬물에 담가둔다.
- 냄비에 앙금이 가라앉은 윗물을 끓인다. 불린 쌀을 넣고 눋지 않게 서서히 잘 저어준다. 쌀알이 퍼지기 시작하면 팥앙금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준비해 놓은 새알심을 넣고 불을 끈다.
- 마지막으로 취향에 맞게 소금 간을 한다.
발행일 2016.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