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요리 중 하나, 스시. 작은 한 점을 입에 넣었을 때의 완벽한 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스시 셰프의 고민입니다. 올해 새롭게 1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하네의 최주용 셰프는 스시의 기본에 충실하며 자연산 식재료를 중심으로 섬세한 맛의 흐름을 창조해냅니다. 최주용 셰프는 그의 레스토랑 이름 ‘하네’가 날개(羽)라는 뜻으로, 직원 모두가 한 몸이 되어 최고의 자리를 향해 날아오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스시에 대한 생각과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은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계절을 보여주는 자연산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합니다. 자연산 재료 특유의 신선함을 기본으로 하되, 숙성 과정을 통해 깊은 감칠맛과 최적의 식감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식사하시는 동안 음식 하나하나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도록 재료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네의 숙성 노하우는…
숙성을 하면 대체로 맛과 향이 진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진하고 과한 것은 부족함보다 낫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정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여기서 많은 경험을 토대로 한 실력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죠. 셰프나 고객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숙성을 해서 재료의 맛을 완성하느냐는 스시야의 개성으로 볼 수 있기도 합니다. 하네에서는 모든 스텝이 ‘ok’ 라고 이야기하는 정도를 기준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시라는 요리 장르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
구성이 정말 간결합니다. 밥과 네타(위에 올리는 생선), 간장, 고추냉이 등 다른 요리에 비해 요소가 많지 않아요. 그리고 생물을 숙성해서 조리하는 과정에서 화기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재료의 식감이나 맛이 더 잘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조리의 관점에서도 독특한데요. 고객이 보는 앞에서 몇 번의 손동작으로 만들어지는 스시는 매우 빠르게 만들어지는 간단한 음식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생물이 들어와서 고객에게 스시로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보이지 않는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한 요리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셰프로써 오마카세는 두 시간 남짓 고객과 마주하며 식사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고객의 스시 취향이나 음식에 대한 만족도를 바로바로 느낄 수 있고, 중간중간 진행 속도를 조절하거나 고추냉이나 간장, 샤리의 양 등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이 여러 요리 중에 스시야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봅니다.
스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함’입니다.
최고의 재료를 찾아 제공하는 노력, 그 재료를 정성껏 조리하는 과정이 늘 한결같이 유지되는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죠. 저는 스시의 핵심이 4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신선한 자연산 식재료, 두번째는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과 적절한 배합이 어우러진 샤리, 세번째는 품질 좋은 고추냉이, 마지막으로는 모든 식재료의 맛을 조화롭게 낼 수 있는 숙련된 셰프의 손맛이 필요해요. 이 단순하면서도 핵심적인 요소를 한결같이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레스토랑을 방문한 고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는지?
자연산 수집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자연산을 고집하는 이유를 느끼실 수 있게 원물의 맛을 온전히 전해 드리고 싶어요. 재료의 식감을 최대한 살려서 자연산 재료가 주는 신선함과 생동감, 깔끔한 맛을 충분히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자연산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처음 요리를 배우던 시절부터 매일 새벽 6시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출근하면서 거래처 사장님들께 좋은 식재료를 구별하는 법도 배우고, 경험을 쌓으며 나름대로 저만의 재료 구별 방법도 터득해 왔고, 요즘에는 동해, 서해, 남해,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각 산지 거래처에서 신선한 재료를 받고 있습니다.
셰프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
스시를 너무 좋아해서 제 요리 외에도 다른 곳에서도 시간 될 때마다 스시를 먹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듯, 다른 셰프님들의 스시를 맛보며 제 음식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과 건강한 몸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쉬는 날에는 자전거도 타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충분히 쉬고 옵니다.
하네의 시그니처 요리는…
코하다 스시입니다. 고객과 이야기를 하며, 마지막에 더 드시고 싶은 스시가 있냐고 여쭤볼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우니, 참치, 코하다 정도가 있는데요. 그 중 5개, 10개를 더 드실 정도로 코하다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만큼 두터운 팬층이 있는 스시죠.
코하다의 숙성 기간은 긴 편인데, 숙성을 하며 맛이 하루하루 달라집니다. 짧게는 3일에서 2주 이상, 가끔 3주정도 숙성된 코하다를 찾는 매니아분들이 계실 정도로 잘 숙성된 코하다의 맛은 매력적입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게 되었을 때…
미쉐린 스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정말 기쁜 마음이었지만 비밀유지를 약속해서 스타 공개일까지 내색하지 않고 참았습니다. 그리고 2022 스타 공개가 된 이후, 직원들 모두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스러운 날이라며 자축했죠.
셰프에게 미쉐린 가이드의 의미는?
전 세계 셰프 누구나 미쉐린 가이드 등재를 꿈꾸죠. 여기에 하네가 첫 발을 내딛어 영광스럽습니다. 스승님이 이끄시는 미쉐린 2 스타 코지마의 뒤를 이어 제자로써 늘 정진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린 듯 해서 정말 기쁘고, 오픈 후 1년도 안되는 기간에 등재될 수 있게 호흡을 맞춰준 동료들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늘 제 음식을 사랑해주시고 찾아주시는 고객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것이 종착점이 아니라 더욱 노력하는 새로운 시작점이라고 생각하고 늘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최주용 셰프의 멘토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시 장인 박경재 셰프님입니다. 박경재 셰프님은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고객에게 전달되는 스시를 만들기까지의 모든 순간 순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매사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이 외에도 고객과의 대화나 평소의 언행 등 여러 면에서 스승님을 닮고 싶은 점이 많습니다. 저도 이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기고 일하는 습관을 가지게 해주셨죠.
지금도 코지마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스승님의 모습은 저뿐 아니라 다른 셰프들에게도 귀감이 됩니다. 저도 스승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스승님을 닮고 따라가는 모습에 게을러지지 않게끔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공간에서 다시 스승님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도 여전합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기를 원하는 젊은 셰프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본인이 가려는 길에서 앞서 걸어가고 있는 분들의 여러 장점과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희망을 늘 마음에 새기고 진심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새 조금씩 미쉐린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부적인 인정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자신과 고객에게 늘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과 떳떳함, 그로 인함 보람과 성취감이 좋은 요리사와 좋은 음식점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