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2 minutes 2020년 2월 10일

스테이의 야닉 알레노 셰프가 한국에서 프렌치 퀴진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방법

야닉 알레노 셰프와 서울 스테이 팀 셰프들은 반드시 프랑스에서 식재료를 공수하지 않고도 훌륭한 로컬 재료로 프렌치 퀴진을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프렌치 파인 다이닝의 거장 셰프 야닉 알레노(Yannick Alléno) 셰프는 프랑스에서 명성을 쌓아 왔다. 하지만 시그니엘서울 8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스테이에서 이 프렌치 셰프가 동치미나 동충하초와 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식재료를 사용해 창의적인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 놀랄 만하다.

스테이에서는 계절마다 새로운 메뉴로 한국의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하면서도 모던 프렌치 퀴진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의 가장 신선한 로컬 재료와 현대적인 프렌치 조리기술을 병합해 2017년 4월 첫 고객을 맞이한 뒤, 2019년과 2020년 미쉐린가이드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다.
우리는 호텔 식음료의 총괄 디렉팅을 담당하는 야닉 알레노 셰프를 비롯해 서울을 전담하며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티에리(Thierry Le Queau) 총괄셰프, 한국 스테이의 최해영 헤드셰프와 페이스트리 라이브러리를 책임지는 막심 마니에즈(Maxime Maniez) 셰프와 함께 그들의 요리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야닉 알레노 셰프의 프렌치 감성을 어떻게 서울의 레스토랑 스테이에 녹여내고 있나요?


야닉 알레노: 셰프는 그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어요. 현재의 지구 환경이 매우 나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더 적게 식재료를 운반해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친환경적인 생산물을 사용하는 것처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죠. 이것이 제 저서이기도 한’ 테루아 파리지앙(terroir Parisian)’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좋은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모로코도 마찬가지이고요. 굳이 프랑스의 식재료를 수입해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요리법으로 프랑스 퀴진을 선보이지만 각 나라의 레스토랑마다 독특한 개성이 살아난다고 봅니다.

스테이 내부 인테리어 ⓒSTAY
스테이 내부 인테리어 ⓒSTAY

서울에서 매일 고객을 만나는 스테이팀과, 분기별로 이곳을 방문하며 디렉팅을 총괄하는 야닉 알레노 셰프의 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최해영: 메뉴는 크게 매 계절, 때로는 그보다 짧은 주기로 바뀌는데 우선 한국팀에서 개발을 담당합니다. 총괄 셰프인 티에리 셰프와 제가 함께 농장을 방문하며 한국의 로컬 식재료를 찾고, 이후 모던 프렌치 메뉴로 요리를 만들어낸 뒤 조리 방법과 사진을 정리해 알레노 셰프와 공유합니다. 함께 오래 호흡을 맞추면 사진과 조리법만 보아도 그 맛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팀워크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매 분기 서울을 방문하는 알레노 셰프와 직접 음식을 맛보며 수정을 하여 완성하죠.

알레노 셰프가 한국에 올 때 저희 팀에서 가장 신경을 써 준비하는 것은 바로 식재료입니다. 한국에서 다음 시즌에 사용할 모든 식재료를 해산물부터 육류, 채소까지 다양하게 준비해 두고 테이블에 깔아 두며 음식을 테이스팅하고, 회의를 하고, 조정한 음식을 다시 맛보며 반복하죠. 패션업계가 그렇듯 저희도 한 시즌 앞서서 이 메뉴 개발을 진행하는데, 때로는 매실이나 유자처럼 시즌이 짧은 식재료때문에 꽤 까다로운 일이 되곤 합니다.



스테이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리를 소개해주세요.


티에리: 프랑스 요리의 독특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푸아그라와 트러플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면서도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와 함께 요리합니다. 예를 들어 동충하초를 사용하거나, 최해영 셰프와 함께 오리 진흙 구이를 모던하게 재해석해서 개발한 메뉴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여기에 동치미를 얇게 채썰어 산미를 더하고 동충하초로 새 둥지를 표현해 재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최해영: 프렌치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푸아그라’ 메뉴가 대표적이죠. 야닉 알레노 셰프가 한국에 왔을 때 미역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미역과 같은 해산물을 넣고 우려낸 육수에 푸아그라를 넣고 저온 조리해서 익힙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테린처럼 김과 푸아그라를 겹겹이 넣어 모양을 잡아요. 여기에 가을 부사와 흑설탕을 한국의 좋은 증류주에 넣고 6개월간 발효해 사과 담금주를 만든 뒤 이 술을 젤리 형태로 테린에 코팅합니다. 프랑스에서는 흔히 코냑을 푸아그라와 함께 조리하는데 저희는 한국 술을 쓴 것이죠.

스테이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푸아그라 테린 ⓒSTAY
스테이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푸아그라 테린 ⓒSTAY

이처럼 전형적인 프랑스 조리법을 존중하면서도 서울 스테이의 독창적인 개성과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메뉴를 만드는 데 모든 팀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고객 중에는 푸아그라의 풍미가 낯설어 그간 꺼렸는데, 저희 레스토랑의 요리를 맛보고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에 놀라 편견을 깨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보람 있었죠.




야닉 알레노 셰프가 디렉팅하는 다양한 업장 중, 서울 스테이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야닉 알레노:
서울에서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미식 목적지(Gourmet Destination)로 이곳이 자리 잡길 바라는 것, 그리고 이 공간에 있으며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위에서 식사하는 듯한 기분을 주는 것이 목적이죠. 음식은 당연히 맛있어야 하고요. 좋은 음식을 즐기며 서울의 빛과 에너지를 느끼는 것이 서울 스테이만의 특징이 된다고 봅니다. 낮의 전경은 물론 밤의 야경도 환상적이죠.

막심 마니에즈: 사람들의 기쁨을 만드는 큰 요소 중 하나는 디저트입니다. 저희는 ‘페이스트리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식사하는 분들과 상호작용이 있는 공간을 다이닝 홀에 만들었어요. 맛있고 달콤한 디저트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손님들이 볼 수 있고, 셰프와 이야기할 수 있죠. 저희 입장에서도 직접 반응을 보며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페이스트리는 만족스러운 프렌치 코스 요리의 30%를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마지막 기억을 만들기 때문이죠. 페이스트리 팀도 로컬 식재료를 사용한 독창적인 요리와 발맞추어 오미자와 석류를 사용한 디저트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철 오미자와 석류를 사용한 디저트 ⓒSTAY
제철 오미자와 석류를 사용한 디저트 ⓒSTAY

앞으로 스테이의 발전 방향이 궁금합니다.



야닉 알레노: 미래에는 세계적으로 여성 셰프 비중이 높아지리라 생각해요. 지금 서울의 스테이에서 최해영 셰프가 여성 헤드셰프를 맡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은 더욱 여성 셰프의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보고, 최 셰프가 이곳을 통해 더 널리 인정받는 것이 모든 팀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최해영:
저도 한국에서 일하는 것은 이곳 스테이가 처음입니다. 프랑스에서 계속 경력을 쌓다가 이곳의 헤드셰프를 맡게 되었어요. 저는 20여 년 전 페이스트리 섹션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는 모두 다 남자 직원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역전되어 대부분 여성 셰프가 많고, 남자가 오히려 드물죠. 그처럼 여성의 비율이 적은 것이 능력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헤드셰프로서 저는 외국에 나가서 경험하고자 하는 젊은 요리사들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현장’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제가 해외에 나가 보니, 한국에서 해외로 온 사람들은 일단 무작정 기술이나 경력 없이 나온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한편 일본 사람들은 자국의 뛰어난 레스토랑에서 언어 장벽 없이 기본적인 실력을 연마하고 나와서, 한국인들이 설거지나 재료 손질을 하는 동안 더 고차원적인 기술을 배우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정된 시간 동안 배울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요. 외국에 나가서 기초를 배우기보다는 응용할 수 있는 것을 배운다면 좋지 않겠어요? 저희 레스토랑이 후배를 양성하는 그런 공간이 되게 하는 것도 저희 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닉 알레노: 지금 저희 팀에게 스테이는 갓난아기 같습니다. 3년이 채 되지 않은 레스토랑이니, 아직 배울 것이 많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더 정교하고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편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스타를 받은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업계에서 늘 미쉐린 생각을 하며, 미쉐린 가이드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고객’과 같습니다. 저희가 스타를 받은 것은 고객의 좋은 반응이었다는 뜻이기에 저희에게 특별하죠. 성적표처럼 더 잘하게 채찍질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저희는 지금 정직함을 무기로 일합니다. 식사하러 온 모든 분의 기쁨을 만드는 것이 이곳 서울 스테이의 목적이고요. 사람들이 더 많은 행복을 느끼면 더 많은 스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미쉐린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위하는 과정에서 미쉐린 스타라는 지표도 함께 따라온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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